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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강요 없이 스스로 읽는 것이 책이다"

신경숙 "강요 없이 스스로 읽는 것이 책이다"
<엄마를 부탁해> 소설가 신경숙씨 대전에서 독자들과 만나
09.05.15 12:26 ㅣ최종 업데이트 09.05.15 12:26 박병춘 (hayam)

  
▲ 소설가 신경숙씨 "모든 사람들이 '엄마'라는 존재를 품고 있지 않을까요?"
ⓒ 박병춘
신경숙

출판 불황 속에 70만 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씨가 5월 14일 오후 7시 대전에서 독자들을 만나 문학 강연을 하고 팬 사인회를 열었다.

 

사단법인 대전교육연구소(소장 김영호)가 주관하고 (주)창작과비평사가 후원하여 이루어진 이번 행사는 신경숙씨가 자신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둘러싼 창작 배경과 뒷이야기를 중심으로 독자와의 대화를 이끌어갔다.

 

신씨는 대전이 자신의 고향 정읍과 서울의 중간 지점으로 청소년기에 대전역에서 가락국수를 먹던 기억을 떠올리며, "16살 때 어머니와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던 밤 풍경을 잊을 수 없다"며 그것이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16살 때 어머니와 함께 밤 11시 57분발 기차를 타고 상경할 때 차창 밖이 모두 어둠이었는데, 차안의 풍경이 그대로 유리창에 반사되면서 고단한 엄마의 모습을 보며 저 엄마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글을 쓰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형제들이 많아서 그들이 빌려오는 책을 먼저 읽으며 창작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신씨는 "수많은 글을 읽으며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일까?' 의문을 가지며 창작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말하고, "16살 무렵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갈 때 작가가 되리라 다짐했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이 작품은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엄마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코드가 존재한다"고 말하고, "소설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어떤 상황을 보여주고 그 상황이 처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질문이다"라고 소설의 가치를 역설했다.

 

  
▲ 독자와의 만남 '엄마를 잃어버진 지 일주일째다' 무슨 의미일까요?
ⓒ 박병춘
신경숙

또한 신씨는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거나 며칠 후 찾아뵌다거나 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우리는 오히려 가까운 것에 무심하지 않았는가?" 반문하며 "우리 엄마의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나누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신씨는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어머니를 부탁해>와 <엄마를 부탁해>를 놓고 고심했는데, 주변 지인 일곱 명에게 문자를 보내 양자택일을 의뢰한 결과 한결같이 <엄마를 부탁해>로 응답이 왔다며, 모든 사람이 마음 속에 '엄마'라는 존재를 품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신씨는 "외국에도 어머니를 소재로 한 소설이 있긴 하나 우리의 경우 의외로 장편소설화 되지 않았다는 점이 희한하다"고 말하고, "가장 많이 쓰여졌을 것 같으면서도 우리가 엄마라는 말이 지닌 힘을 지나쳐오지 않았는지 의문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찾아서 읽는 것이 책이다

 

  
▲ "꿈을 이루세요" 소설가 신경숙씨가 자신의 소설집에 사인을 하고 있다.
ⓒ 박병춘
신경숙

아울러 신씨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 현장의 강제적인 독서방식에 관해서 자신의 독서 체험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반대 입장을 밝혀 참석한 교사들의 공감을 샀다.

 

신씨는 "책 읽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좋았다. 책 안에 다른 세상,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 내가 자란 곳에서 볼 수 없었던 세상이 존재한다. 나는 책으로 다른 세상을 상상하게 되었다.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책을 읽으며 꿈을 꿀 수 있도록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과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책을 따로 읽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늘 읽는다. 읽는 것이 습관이 되면 읽게 되는 것이다. 내가 책을 잘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께서 책을 읽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내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거워하셨다.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남하고 비교하지 않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결핍, 금지, 부조화 등과 맞물려 있다. 그런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면 내가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고 든든해진다. 혼자 있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된다. '좋은 책이 있는데 사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있다. 책을 통해서 좋은 꿈을 꾸기를 바란다.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찾아서 읽는 것이 책이다."

 

  
▲ "수고하셨습니다." 이날 함께 한 대전지역 교사들과 함께 기념 촬영
ⓒ 박병춘
신경숙

기억과 메모에 의거해서  재생한 것을 기록해보았다.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작가 초청 강연회


                                   2009년 5월 14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YWCA 4층 대강당


대전에 내려오면서 대전역에 대한 기억이 여러 가지 났습니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딱 중간에 대전이 있었습니다. 대전역에서 우동도 사먹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세월이 흐르면 변하는 것이 많은데 대전도 많이 변했더군요. 그래도 제 기억 속에는 그 때의 대전역의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제가〚엄마를 부탁해〛를 구상했던 것은 오래 전이었습니다. 제 나이 15살인가 16살쯤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서울로 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 날이 6월 12일로 기억되는데 서울로 가는 마지막 밤차였습니다. 모내기 시절이라서 하루 종일 일하시고 서울로 데려다 주시던 엄마가 피곤해서 졸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안조는 것처럼 바르게 앉으시곤 했습니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엄마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은 지 30년쯤 되었으니까요. 밤 차창이 거울처럼 환해져서 다 보이는 열차 안의 풍경을 보면서 내가 작가가 되겠다라는 생각도 그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에게 드리는 제 헌사입니다. 제목을 정할 때 여러 가지로 막혀 있었습니다. 그냥 엄마와 나와의 관계로 쓰다보면 엄마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쓰다가 ‘이거 아닌데’하면서 멈춰서 더 이상 진행을 하지 못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를 주제로 많은 글이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엄마가 주인공이 되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책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막심 고리끼의〚어머니〛등 서너 작품 속에 엄마가 등장하지만 부분이지 전체를 이끌어 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엄마의 모습을 그려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아마 내가 등단을 하고 곧바로 엄마에 대해 썼더라면 지금처럼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목을 정하는데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들 7명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엄마를 부탁해〛가 좋은지 〚어머니를 부탁해〛가 좋은지 물었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5명은 찬성이고 2명쯤은 다른 의견들이 나오는데 보낸 사람 모두 〚엄마를 부탁해〛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정하고 첫 문장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라고 쓰고 나니 그 동안 막혔던 모든 문제들이 술술 풀렸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엄마를 실제로 잃어버린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엄마라는 의미가 갖고 있는 것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엄마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공통의 의미, 느낌 그런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엄마라고하면 떠올리는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사람, 어떤 어려움에서도 이겨내는 강인한 모습 그런 것보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했던 사람이었다는 것, 엄마도 엄마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나처럼 어린 시절도 있고 꿈도 있었던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모성'을 이야기할 때면 여자만 있는 엄마만 갖고 있는 것이라고 공통된 정서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모성이라는 것은 엄마에게만 여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고 있는데 느끼지 못할 뿐이지요. 모성이 갖고 있는 그런 힘을 자신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찾아봐야 하고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제가 더 젊어서 썼더라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 겁니다. 무엇이든지 가능한 억척스런 엄마를 그렸겠지요. 어려운 문제도 척척 해결해나가는 그런 사람으로요. 그런데 그것은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엄마와의 관계가 돈독했던 사이가 아니었는데 나이가 먹어가면서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엄마에 대해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흔히들 엄마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 나처럼 살지 마라” 라고 하시지요. 그러면 우리들은 “나도 엄마처럼 못살아”라고 말합니다. 그 때 엄마들이 왜 나처럼 살지 말라고 하시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아, 나도 그랬어 라든가 하는 공감도 하실테지만 그 보다는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것, 그래서 엄마의 모습을 찾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엄마에 대해 기억해보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질문 있으시면 질문을 받고 진행하겠습니다. 그것이 더 이야기를 풍부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으니까요. 질문 없으십니까? 저 혼자 계속하면 지루해질텐데요.


질문1. 선생님 책에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다가 보면 작가의 실제 생활이 아닐까 오해도 할 수 있고, 가족들 중에 서운해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답- 작품을 쓸 때 작가의 개인 경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작가의 개인 경험이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들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제가 작품에서 가족들을 나쁘게 표현해서 서운해 할 만하다 한 것이 있나요? (웃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제 가족들은 제 작품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쓴 작품을 읽고 불편해 하고 서운해 하면서 자꾸 말하게 되면 그 친척하고는 멀리 떨어져 살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질문2. 두 가지를 질문하겠습니다. 하나는 ‘너’로 말해지는 2인칭 사용문제인데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몇 장 지나가니까 괜찮아졌는데요. 그렇게 사용한 까닭을 묻고 싶고요. 다음 하나는 독서 논술이다 뭐다해서 책읽기를 학습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답- ‘너’라는 2인칭의 시작은 ‘엄마’가 온전하게 ‘나’로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했던 데에 있습니다. 처음부터 ‘나’는 이렇게 시작하다보면 엄마와 딸과의 모습 밖에는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엄마와 딸, 엄마와 아들, 엄마와 남편, 엄마와 외할머니의 이야기로 진행이 되어 결국 엄마가 ‘나’로 말할 수 있게 해야 엄마의 모든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인칭의 사용으로 인해서 처음에는 낯설어하면서 거리두기를 하지만 그래서 더 명확하게 엄마 모습이 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독서 논술로 책을 읽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책 읽는 것이 좋아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식구들 중에 막내여서 오빠들이 빌려온 책들을 제가 먼저 읽었습니다. 엄마는 책 읽는 제 모습을 좋아하셔서 제가 책을 읽고 있으면 일을 시키려다가도 방문을 살그머니 닫고 가셨습니다. 오빠들이 찾아도 장독 뒤에 숨어서도 보고, 헛간에 숨어서도 보았는데 알려주지 않고 감춰주셨습니다. 내가 살던 곳은 시골이어서 저는 책을 통해서 정말 다른 세계를 알았고 그래서 너무 책 읽는 것이 좋았습니다. 강요 없이 스스로 읽는 것이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질문3. 저도 글을 습작하고 있는데 글을 쓰다보면 막혀서 중간에 그만두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문제를 극복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답- 일단 책을 많이 읽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 필사를 했는데요. 필사를 하다보면 정말 글 속의 풍경들이 그려지고 느껴집니다. 제 시대에는 펜으로 글을 쓰던 시기니까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나 글을 쓰는 세대인 것 같습니다. 컴퓨터로 글을 기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필사를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다가 막힌다고 해서 중도에 그만 두는 것보다 마무리를 짓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자꾸 하다보면 어느 순간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느낌이 옵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을 해나가다 보면 이렇게 쓰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경우도 작품을 완성해서 내어놓고 새 작품을 쓸 때는 어떻게 써야하나 막막합니다.


질문4. 책을 읽는 습관을 어떻게 길러주어야 하나요?

     답- 책을 어떤 시간을 내어서 지금부터 읽어야겠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습관처럼 그렇게 지니고 다니다가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누구랑 약속을 했는데 늦을 것 같을 때 책 한권 챙겨서 전철이든 약속 장소이든 짬이 날 때마다 항상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싶은데 책이 없어서 못 읽지 않을 정도의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이것으로 초청강연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지금 곧 팬 싸인회가 있으니 돌아가지 마시고 작가의 싸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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