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30일 월요일 날씨 흐리다가 점점 맑아지다.
내가 사랑하는 6월의 마지막 날이다. 사무실에서 촛불 집회에 나갈 준비를 하며
짬을 내고 있다.
우리 학교는 격주 월요일에 교무회의라는 이름으로 직원회의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나 비슷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있다. 일방적으로 지시 전달하는 것이다. 거기에 5분 스피치도 있고, 학년에서 한명씩 교사 연수라는 이름으로 하는 것도 있다. 오늘은 건강 박수였다. 모두들 왁자하게 하라는대로 따라 했다. 학교장 훈화같은 거룩한 말씀도 들었다. 출처는 밝혔는데 그 글의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지가 너무 궁금하였다. 더구나 학교 규칙에 의거하여 핸드폰과 엠피쓰리를 가지고 다니지 말라는 것을 어긴 아이와 윤리부장 정도 되는 분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우연히 들었다고 하면서 한 이야기는 참 그랬다. 아이에게 학교 규칙을 알고 있냐고 하니까 아는데 선생님이 걸리지만 말고 쓰라고 하셨다면서 핸드폰 가지고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교사냐고 힐책하기 위해 인용문을 미리 써서 돌린 뒤 그것도 한 교사를 지목해서 읽으라고 까지 했다. 아이들에게 실천을 해서 보이라고? 그러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정말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실천하고 보여주려고 하는데? 속이 시끄러웠다.
더구나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바뀐 교육과정 연수를 하는데 도덕, 미술, 영어를 이번에 한단다. 수박 겉�기도 이렇게 할 수는 없다. 그들도 2시간 강의 들었다니까 제대로 연수 내용도 없는데 전달 연수를 5분 안에 하려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싶었다. 왜 교사들에게 교육과정을 자세하게 연수해주지 않을까. 몰라야 하니까. 그래야 저항하지 않으니까. 수업시수 많아지고 학급당 학생수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해야 할 것들이 점점 늘어간다는 것을 알면 저항할테니까. 그러나 지금 우리 학교 분위기에서는 힘들어도 하지 뭐 이런 생각들이 팽배해 있는 듯 해서 그것이 더 걱정스럽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식의 생각과 사고로 인해 빚어지는 행태들의 폐혜가 다양할테니까.
영어 교육과정에서는 "돈 있는 부모와 없는 부모의 차이를 느끼게 하겠구먼"이라고 앉은 자리에서 궁시렁 거렸더니 발표하던 장샘이 조용히 해달라고 해서 서로 민망했다. 그러면서 자리에 들어오자 마자 미안했다고 해서 그런 말 할 말은 애전에 하지 말라고 하고 말았다. 기분이 상했다. 교실까지 �아와서는 몇번이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싫었다. 다른 샘들 앞에서 나 이렇게 할 수 있어를 과시하고는 뒤로는 살금거리는 것이 참 싫었다. 마음에 두지 말라고 자꾸 그러니까 마음에 두어진다. 그냥 지나가도 될 일을 가지고 말이다.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고 토를 달지 않는 회의. 그것도 회의라고 부르면 불러지는 것일테지. 왜라고 물었다고 무섭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오늘도 묵묵히 참으로 답답해 하면서 그들에게 지금의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힘껏 떠들고 싶었다. 정말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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