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시작인데 조금 늦었다. 서울에서 참석 시간을 맞추려고 애를 썼다. 대전에서 잘 것인지, 공주로 갈 것인지가 결정이 되지 않아서 가족들과 혼선이 있었다.
아무튼 집회 장소 근처에서 걸어올 수 있는 곳에서 급히 저녁을 먹었다.
거의 맨 뒷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땅바닥에 앉아 촛불과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노래도 따라 부르고 지인이기도 한 유가족 고모의 울음이 눅눅히 배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저 마음이 어떠할까. 어느날 갑자기 조카가 죽었다면, 2년이 지나도록 이유도 까닭도 사과도 없이 지지부진하게 진행이 되고 있는 현실이 분노스럽다.
사실 짧은 거리 행진인데도 경찰이 삼엄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그게 너무 우습다. 진작에 이태원에 이 병력 정도 있었더라면 일어날 일이 아니지 않는가. 사후 약방문도 아니고 뭐하자는 것인지.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시민보다 훨씬 더 많았다. 구호를 외치고 걷고 있는데 전 위원장이 일부러 인사를 했다. 참으로 얼굴 본지 오랜 동지다. 반갑고 미안하고 우리가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누구는 그런다. 그런다고 뭐가 바뀔거냐고. 그 나이에 이런데까지 나와야 하냐고, 뭐가 바뀐게 있냐고.
영화 대사로 돌려준다.
"그래도 알려줘야지. 우리가 끝까지 싸우고 있었다고"
마음이 한참 무거웠다. 10월 25일 금요일 밤이 내내 슬펐다. 무도한 정권에 진저리가 쳐졌다.
노랭이가 넥카라를 스스로 벗어던졌다. 엉덩이를 살펴보니 다 나았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거의 열흘 넘게 하고 있어야 했다. 아픈 것도 참고 있어서 안되어서 츄르를 섞어 사료를 주었더니 소식이었던 노랭이가 대식가로 변해 아주 퉁퉁해졌다. 밥을 먹고 나면 안아주기도 묵직하다. 문을 열고 나서면 내 손 먼저 본다. 츄르 달라고. 다행이 다 나아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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