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일상

설날

우리 설날이다. 몸이 좋지 않아서, 그리고 물가가 너무 비싸서 과일을 낱개로 샀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나물 5가지, 전 5가지를 조금씩 했고, 나물은 보통 설날 아침에 하는데 일찍 성묘를 가야 해서 전날 저녁에 모두 해놓았다. 아침에는 탕국과 떡국, 조기를 쪄내고 제물을 진설하고 나니 아주 빠르게 아침상을 맞을 수 있었다. 나물들이 다 맛이 있게 되었고, 탕국이 정말 맛났다. 무를 두툼하게 잘라서 두 시간 정도 다시마와 대파를 넣고 끌려 조렸더니 뽀얀 국물이 되었는데 아주 시원하고 맛났다. 점심에는 탕국만 먹었다. 

 

성묘를 길 막히지 않게 서두른 보람이 있어 아주 좋았다. 추석에도 이리 다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좀 걸으려고 했는데 하늘이 어두워오더니 진눈깨비가 나리다가 가랑비가 흩뿌리고 해서 교사 학부모 책 중 밀양송전탑 투쟁을 담은 내용을 보았다. 인터뷰에 사투리가 그대로 적혀 있어서 더 현실감이 있다. 우리도 태양광 설치를 안했을 때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소의 전기를 썼다. 이제는 거기서는 벗어났는데 싶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지만 평생을 그렇게 소비도 하지 않는 곳에서 송전탑을 세워서 도시로 끌어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도 하지 않는 위정자들, 거기에 침묵하는 다수들. 피해를 고스란히 농촌 어르신들이 받는 것이 안타깝다. 밀양 가는 버스도 몇 번 탔지만 해결이 안 되고 더 강고해지는 것 같아 다 읽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올 한 해 잘 살아봐야지. 집안 어르신이 모두 돌아가시니 인사 할 곳도 없어 명절이 점점 조용하다. 

성묘하러 길을 나섰는데 해가 저렇게 말갛게 올라오고 있었다. 시간은 아침 8시. 작년에 길이 막혀서 3시간을 갇혀있었다. 두 번은 하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5시 10분에 일어나 차례를 7시에 지내고 성묘를 다녀왔다. 비석을 딲는데 젖은 수건이 쩍쩍 붙을 정도로 추웠다. 패딩을 2개 겹쳐 입어서 그 정도일줄은 몰랐다. 제사상에 못 놓은 곶감을 가져가서 올해도 깜빡한 제물이 있었음을 말씀 올렸다.
상당히 맛이 있었다. 한 개를 먹어봤는데 가미된 것이 없어서 좋았다. 상자가 너무 예뻐서 다 먹고 나서도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을 듯하다.
우리 푸바오가 용인 특례 명예 시민이 되었단다. 대나무로 만들었는데 저걸 주면 뭐하나 쓰촨성으로 가버리는데. 꼭 다문 입과 잡은 손이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