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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학년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날씨 흐리고 바람 불어서 서늘함

2006년 7월 19일 수요일 날씨 흐리고 바람 불어서 서늘함


큰 비 뒤라서 그런지 바람이 서늘했다. 작년의 더위에 질려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아이들이 땀을 덜 흘려서 물을 달라고 보채지 않았다.

시작은 10시에 정확하게 했다. 정원이 할머니와 주형이 어머니가 가장 먼저 오신 듯하다. 그다음 학부모님들이 차츰 오셨다. 원정이와 광현이가 나가서 사회를 보았다.

아주 능숙하게 사회를 진행하였다. 물론 사회자 원고를 써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프로그램 대로 연극, 시낭송, 노래, 태권도, 검도,탈춤, 리듬합주를 했다. 그중에서 연극과 시낭송은 모든 모둠이 모두 골고루 했다. 연극은 같이 시낭송은 혼자서 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엊그제 미처 마련하지 못한 배경은 쓰싹쓰싹해서 마련을 해놓고, 식당 소품도 더 마련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한 상엽이는 웃느라고 연습할 때 보다 못했다. 그렇게 좋은가 보다. 그래서 막 야단하지는 않았다.

특히 수빈이가 아주 잘했다. 그러고 보니 입학식 때 뵙고 두번째다. 아이하고 상담할 일이 있어서 쪽지를 보내도 아무 대답이 없으셔서 좀 많이 답답했었다. 엄마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이가 자신감이 생기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 챙기는 모습이 여느 때와는 완연하게 달랐다. 그런 것을 부모님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작년 하고는 다르게 사물함을 무대 경계 벽으로 만들었다. 배경을 붙여도 좋았다. 역시 배경과 소품은 꼼꼼하게 챙길수록 더 재미있고 아이들도 신나 한다. 다음에는 더 정성껏 준비를 해야지 하는 마음이다.

복도에는 아이들이 한 작품을 책상 위에 한지를 깔고 내다 놓았다. 우유갑을 이용해서 만든 배, 피티병을 이용한 잠수함, 도자기 마을에 가서 만들어 구워온 그릇들을 한쪽으로 놓았다. 아침에 조금 일찍 가서 우리 아이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니까 척척이다.

계단 통로에는 독후 활동한 것과 여름방학계획표 병풍, 찰흙으로 소꿉놀이 만든 것을 차려놓았다. 복도 창문턱에는 시 공부한 것과 노래집, 교통놀이 표지판 만든 것, 아이들의 독서 기록장을 쭈욱 늘어놓았다. 유리창에는 비행기 놀이를 하는 모습을 그린 것을 붙여놓았다. 작품마다 이름을 써서 붙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작품 앞 쪽에 자기 이름을 써넣기 때문이다. 일찍 오신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들 것 살펴보느라 바쁜 눈치다.

얼마나 대견할까. 그 어린 것들이 자기들 힘으로 그리고 만들고 빚고 쓰고 오리고 했으니 말이다.

처음에 한 전체 합창에서는 하린이 어머니가 올겐 반주를 해주셔서 지휘만을 할 수 있었다. 연습 때보다 훨씬 잘 불렀다. 손에 손을 잡고서 신이 나서 목젖이 보일 만큼 입을 크게 벌리면서 잘도 부른다. 기특했다.

1모둠의 '오른발 왼발' 연극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소품을 직전에서야 꺼내 놓으신다. 아뿔싸 서둘러서 침대를 마련하고 정리를 하느라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해설에게 소품이나 배경을 봐 가면서 천천히 하라고 주문해 둔 것이 효과가 있었다. 어머니들이 보조로 해주시면서 무리 없이 진행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폭죽 터지고 불꽃놀이하는 장면을 진짜 불꽃놀이를 가지고 했더니 불이 꺼질 때까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아이들도 웃고 학부모님들도 웃으신다.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아이들은 아마도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4모둠 시낭송이 시작되었다. 주형이가 가장 먼저 했는데 긴장을 했는지 더듬거렸다. 연습할 때는 그토록 잘했는데도 말이다. 아쉬웠다. 혜림이는 하지 못했다. 연극할 '황소 아저씨' 책을 집에서 못 가져왔다는거다.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얼른 도서실에 가서 찾아보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책만 없었다. 아니 바쁜 마음이라서 못 찾았는지도 모른다. 허탕 친 마음에 혜림이에게 집이 가까우니 한번 가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집에 갔다 오느라 시낭송을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돌아왔는데 문이 잠겨서 그냥 왔단다. 어후, 그래서 어떻게 할래 하고 물었더니 자기도 모른단다. 혜림이는 부모님이 아무도 안 왔다. 모두들 오셨는데 아무도 안 오셔서 마음이 쓰였던 터였다. 그런데 지현이 어머니가 동생이 유치원생인데 동생 가방에 열쇠가 있다며 달래가지고 다시 한번 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보냈는데 빈손으로 왔다. 삼촌이 계시는데 문을 안 열어준단다. 할 말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고민을 했다. 4모둠도 모두 난리가 났다. 어떻게 할 거냐면서. 그래도 계속 프로그램이 진행이 되고 있어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혜림이가 가방을 뒤지더니 공책을 하나 꺼내면서 외쳤다.

" 선생님, 할 수 있어요?"

" 어떻게?"

" 지난번에 선생님이 자기 대사 쓰라고 했을 때 해설도 쓰는 건 줄 알고 써 놓았거든요."

그래서 공책을 보니 가지런한 글씨로 아주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부분적으로 빠진 것도 있는데 그 때 대사는 각자 모두 알고 있으므로 상관없었다.

" 정말 다행이다. 이제 그것 가지고 하자."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회자를 하느라 앞에 나가 있는 원정이에게 가서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았다. 얼마나 속이 탔을까. 나보다 더 했을 것 같다. 해말게 웃으면서 공책을 들고나가 멋지게 해냈다. 가장 잘한 것 같다.

태권도를 한 병진이는 아주 멋지게 태권 4장을 해냈다. 보라띠를 땄다고 자랑했는데 자기 솜씨를 보일 기회가 되니 저토록 잘한다. 연기도 아주 훌륭했다. 어제는 흙덩이 역할을 하는데 정말 울 것 같은 표정이었고 목소리여서 칭찬을 아주 많이 했다.

검도를 한 상엽과 지민은 연습 때보다 못했다. 검도복장을 하고 죽도를 들고 진짜 하게 되니까 떨리는 것보다도 재미있고 신이 나는 모양이다. 행동이 일치되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서로 말하고 웃으면서 계속 이어서 끝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많이 웃었다.

리듬합주는 올겐 반주와 함께 아이들이 대체로 연습한 것처럼 잘했다.

탈춤은 장소가 좁아서 아이들이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동작이 좀 어수선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 했으면 잘 한 편이다. 부모님들은 한삼 챙기랴 어깨끈과 허리끈 매 주랴 바쁘셨다.

아쉬운 것은 프로그램 뒤쪽으로 갈수록 시낭송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었다. 은은한 음악을 틀어놓고 조용히 한 다음에 했어야 했을까? 너무 시끄러웠고, 아이들은 듣지 않는 수가 더 많았다.

'지각대장 존'에서는 파도가 재미있었나 보다. 가 일이가 아주 오늘은 연기를 잘했다. 더구나 대사 한 줄 없는 지민이가 고릴라가 되어서 한 연기도 일품이었다. 고릴라 복장을 하고서 얼마나 근사한 표정을 짓던지. 광현이는 화를 내면서 말하지 못하는 아이 같다. 언제나 웃는 얼굴이어서 그런지 악명 높은 선생님 역 대사를 하면서도 싱글거렸다. 연극하기 전에 분명하게 주문했는데도 안되나 보다. 웃으면서 소리만 지른다고 그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도 아쉬운 점이다.

'강아지 똥'에서는 하린이가 강아지 똥을 맡았는데 아주 잘했다. 병진이와 호흡이 척척이다. 병진이 경우에는 흙덩이와 해설을 같이 하기 때문에 바쁜데도 오늘 무척 아주 뛰어난 표정연기와 태도를 보여줘서 모두들 감탄을 했다. 더구나 수영이는 대사가 많은 편인데도 모두 외워서 했다. 글로 쓰는 것은 어려워도 말하는 것은 워낙 잘하는 아이라서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아주 잘했다. 본인도 흐뭇하고 좋은가 보다. 민들레 꽃이 사라졌다가 나중에야 나타나서 그냥 했는데도 아주 잘했다. 수빈이가 대사가 적어서 그랬지만 맡은 역할은 만점을 받고도 넘칠 정도이다. 그래서 수빈이를 지적해서 칭찬을 듬뿍해줬다.

마지막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데 이미 학예회 중간부터 사진기 배터리가 나갔다. 할 수 없이 학교 카메라로 찍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가 두 분이 오셨다가 중간에 가셨다. 앉을자리도 없고 서서 계시기 멋쩍었나 보다.

행복한 사진으로 남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떡과 썬키스트가 간식으로 준비되었는데 급식 시간과 맞물려서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집으로 가져가겠다는 아이가 한 명 더 많아서 다수결로 결정되었다. 아이들은 시장해서 좀 먹고 싶었나 보다.

급식실에 갔더니 밥이 아니라 국수에다 케이크가 나왔다. 신선한 과일보다 자꾸 유제품들을 주어서 오늘은 처음으로 영양사에게 말을 했다. 아이들에게 좀 더 신선한 과일로 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랬더니 너무 비싸서 할 수 없단다. 지난번 영양사는 모두 그렇게 해주었는데 왜 갑자기 할 수 없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교실에 돌아오니 어머니들은 청소와 정리를 해주시고 모두 가셨다. 병진이 외할머니와 이모가 가시다 말고 오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시고 가셨다. 지민이 할머니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하면서 본인도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면서 감사하셨다.

감사할 사람은 오히려 나인데도 말이다. 모두들 도와주시고, 우리 아이들 짜증 한번 안 내고 이렇게 저렇게 모두 따라와 주었으니 가능했다.

정말 고마운 것은 나다.

아이들 다 보내고 뒷정리를 하니 이제 한 학기를 다 마무리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