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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학년

2006년 3월 7일 화요일 날씨 아침주터 잔뜩 흐리면서 뿌연 하다.

2006년 3월 7일 화요일 날씨 아침주터 잔뜩 흐리면서 뿌연 하다.


아이들과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어제 읽어준 '푸른 개'의 느낌을 물었다. 그랬더니 남자아이들 대부분은 푸른 개와 숲의 영혼인 검은 표범과의 싸움이 가장 재미있단다. 왜 그러냐니까 '남자들은 싸우는 것을 좋아해요. 게임도 모두 싸우는 것 분이잖아요." 이런 대답을 듣고 나서 "글쎄, 남자들이라고 모두 싸우는 것을 좋아할까? 예수님, 부처님 이런 분들도 모두 남자인데 예수님이 싸움을 좋아하셨나?" ' 아니요" " 그러니까 남자들은 싸움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좀 곤란할 것 같다." 이렇게 매듭을 지었다.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가 푸른 개를 기르라고 하는 부분이 마음에 닿았나 보다. 몇몇은 푸른 개 위에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꼽기도 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은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를 읽어주었다. 두 번째인데도 걸상을 내와서 앉는 모습이 능숙하다. 뒤에 앉은 아이들은 서서 책을 보기도 했다.
" 작 누가 주인공일까?" 책 표지를 보면서 물었더니 " 토끼요" 이런다. 책일기를 들어가기 전에 표지에 대한 이해를 꼭 시키는 편이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하필이면 작가가 왜 이 그림을 그려 넣었는지. 뒤표지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젓가락으로 블레이드 타기로 바꿨으면 좋겠다. 하지만 글의 구성상 그런 재미를 첫 장에 다 드러내면 싱거워지기 때문에 식사하는 익숙한 모습으로 그린 것인지 모르겠다. 한번 이호백 화가를 만나면 이 책에 뒷 표지 그림을 고른 까닭을 묻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박유하린이였다. 하린이가 반색을 하면서 " 선생님, 그 책 우리 집에 있어요. 저 다 읽었어요" 이런다. 그래서 " 하린아, 넌 다 읽어서 미리 다른 동무들에게 말해주면 듣는 사람들은 싱거워서 재미 없어지거든. 꼭 약속해 줘. 아무 말하지 않기로" 이랬더니 금방 시무룩 해진다. 자기 딴에는 읽었다는 자랑도 하고 싶고 어떻게 재미있는지도 말하고 싶었을 텐데 하지 말라고 했으니. 결국 나중에 느낌을 물었을 때 " 말하기 싫어요" 소리를 듣고 말았다. 내일은 아이들에게 미리 읽은 책에 대한 부탁을 해둬야겠다.

아이들은 토끼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모두들 "문을 닫을 거예요"라는 대답을 했다. 그래서 다음 장에 슬그머니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놀래는 기색이다.
그다음 냉장고를 살피고, 식탁에서 밥을 차려서 먹자 아이들이 " 와, 괴물 토끼다. 어떻게 토끼가 저렇게 할 수 있냐!" 이런다. 특히 병진이가 맨 앞줄에서 가장 황당해했다.
그리고 아이 방에 가서 블록 가지고 놀고, 자석놀이하고, 아빠 방에 가서 책도 읽어보고, 나중에는 돌 옷도 입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 젓가락으로 롤러브레이드는 타는 장면에서는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깔깔 댔다.
젓가락을 가지러 가기 전에 멈춰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 아무래도 롤러브레이드가 너무 커서 못 신을 것 같은데 어떻게 신을까?라는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해서 하린이에게 물었더니 " 젓가락을 가지고 타요" 이런다. 아이들은 무슨 소리야 하는 표정이더니 책장을 넘기자 금세 웃음보가 터진 장면이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이 장면을 가장 재미있다고 꼽았다.
토끼가 잠도 자고 주인집 식구들이 올 무렵에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얌전하게 앉아 있고 마지막 장면에서 토끼 똥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도 아이들은 웃었다. 똥 소리가 그렇게 친근하고 재미있나 보다.

다 읽어주고 느낌을 물었더니 아래와 같다. 그래서 어제 읽어준 '푸른 개'와 견주어서 어느 것이 더 재미있냐고 하니까 아이들은 둘 다 재미있단다. 그래도 어느 것이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모두 다 토끼 이야기가 재미있단다. 아무래도 친숙한 생활모습이어서 그럴 것이다. 자기들이 다 가능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그림책이어서 더욱 그런 가 보다. 여자 아이들 중에서는 패션과 화장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다음은 우리 반 아이들이 느낌을 말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아이들이 말하면 받아 적는다. 그러느라 좀 바쁘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호백/ 재미마주


김나연- 토끼가 책 보는 장면: 저는 책을 좋아해요
오정원- 토끼가 젓가락으로 롤러브레이드 타는 장면: 그게 재미있어서
정지현- 토끼가 밥 차려먹는 것: 너무 웃겨요
선주형- 토끼가 자석놀이 할 때 : 낚시 한번 해보고 싶어서
박유하린- 토끼가 책 볼 때: 책 읽는 거 좋아해서
강지민 - 토끼가 똥 싼 것; 너무 웃겨서
김병진- 롤러브레이드 타는 장면: 아빠랑 롤러브레이드 타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정원정 - 토끼가 한복 입은 장면 : 토끼가 옷 입은 게 예쁘고 나도 입어보고 싶어서
박혜림, 박수빈, 김광현, 이가일 , 백상엽, 최수영, 김서현, 김병룡 - 롤러브레이드 타는 장면 : 나무젓가락 때문에
이수연 - 화장하는 거 : 화장해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