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6일 금요일 점심 바람이 세차게 불고 날은 맑다.
소한추위를 제법 한다.
학부모님이 이사를 가셔서 도서실 봉사활동을 못하신다는 연락이 와서 대신 나왔다. 다행히 집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어디를 갔더라면 어려울 것이다.
학교에 11시부터 온풍기를 틀어달라고 부탁들 드렸더니 잘 지켜주셨다. 좀 일찍 왔는데 한 아이가 와 있고 교감선생님이 책을 뽑아서 들고 읽고 계셨다.
교무선생님은 교무실에 들렀더니 교장선생님이 날마다 아이들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신단다. 상장을 주신다며.
당연히 개학하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날마다 명단을 달라고 하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꺼번에 프린트해서 갖다 드릴 생각이었는데.
교무실 옆에 보니 어제 온 아이들 인원수가 적혀 있다. 12명이라고.
날씨도 추운데 아이들이 잊지 않고 나와주는 것이 고맙다. 6학년들은 졸업하면 책 반납이 어려워서 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열람은 가능하다고 했는데 얼마나 참여를 할는지 모르겠다.
연체자를 정리하다 보니까 중3이 된 아이들도 남아 있었다. 거의 한 달 동안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았으면 모두 연락해서 책을 갖다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동생들 편으로 온 책도 많았다. 하지만 아직도 50여 권 가까이 반납이 되지 않고 있어서 따로 정리해 두었다. 다시 독촉 전화를 해서 더 애써 본다음 처리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유리창이 바람에 계속 흔들거린다. 간간이 아이들이 오다간다.
재작년에 동화공부한 도우미 어머니 두 분이 아이들과 오셨다. 수고한다면 한방차를 타다 주신다. 도서실은 온풍기를 틀어놓아도 무릎이 시리고 허리가 시리다. 그동안 고생하신 학부모님들이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싶었다.
말씀을 나누던 중 아이들이 도서실에 올 때 필요한 책주머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어린이도서관에 갔더니 그 도서관 로고가 들어간 예쁜 책주머니가 너무 부럽더라. 학교예산으로 아이들에게 하나씩 선물로 해주고 싶지만 될 수 없을 것 같고, 어린이날 선물로 학부모회가 티셔츠니 양말이니 하는 것 하지 말고 책주머니를 선물해 주시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좋은 생각이시라며 반색을 하신다.
책주머니가 있으면 아이들이 실내화 가방에 책을 넣어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책이 더러워지지도 않는다. 실내화와 책이 뒤엉켜 있는 것을 보면 전체 아이들 위생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늘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다.
더불어 전근을 물어오셔서 내년까지 학교 옮길 생각이 없다고 하니까 활짝 웃으신다. 늘 도움을 주시던 고마운 분들이라서 마음이 참 좋았다. 그런 말씀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오늘 온 아이들 중에 연체자가 제법 많아서 열람만 하고 책을 못 빌리고 돌아간 아이가 김정수, 유휘은, 김종현, 김용대, 유화영이다. 다 들 집이 멀다고 해서 월요일에 모두 가지고 오라고 타일러서 돌려보냈다.
김정수는 연체된 책이 2권인데 모두 잃어버렸단다. 그러면서 집에 있는 오래된 과학상식책 3권을 가지고 와서 이것으로 대신하면 안 되냐고 했다. 달려왔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이들 생각하면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다른 아이들 모두 잃어버린 책은 같은 책으로 모두 사가지고 반납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사가지고 와야 한다고 말했더니 울상이다. 더구나 책을 가져오지 않으면 연체자는 책을 빌려볼 수 없다니까 더 울상을 지었다. 다시 안되냐며 물어보는 아이에게 매정하게 안된다고 말하니 어깨를 떨구고 되돌아갔다. 아마 집에 가서 한참을 울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빌려간 사람은 우리 반 재빈이다. 그리고 수민이도 빌려갔다. 재빈이는 음악학원가는 길에 들렸단다.
잠시 후에 재빈이가 헐떡거리며 다시 왔다.
" 재빈아 책 빌려갔는데 또 왔어?"
" 네. 책 때문이 아니라 이거 드리려고요"
내미는 것을 받아보니 연하장이다. 건강을 기원하는 재빈이의 마음이 담겨있다. 고마웠다.
" 재빈아 고맙다"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기특한 마음이다.
수민이도 반가워한다. 아마 내가 있는 줄 몰랐나 보다. 도서실 앞에 붙여놓고, 도서실 복도 출입구에도 책 빌리는 날을 붙여 놓았다.
우리 아이들이 날마다 좋은 책을 많이 읽어서 마음이 생각이 쑥쑥 자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신보다 주변도 헤아릴 줄 알고 배려하는 마음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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