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김대규 문학관 관련 논평

안양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는 안양시청이 민선8기 공약사항을 기망하고 김대규 문학관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며, 지역문학관으로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논평을 발표합니다.

#안양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_논평

김대규문학관으로 바꿔치기하려는 지역문학관 설립사업, 시민에게 먼저 묻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 문화예술의 기반이 사라지는 안양시에서 뜬금없이 개인기념문학관을 짓는다?
- 남몰래 추진하는 개인기념문학관, 안양시민의 혈세는 누구를 위해 쓰이나?

안양시의 문화예술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2022년 안양시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포기했다. 문화도시 선정을 고대했던 참여자들이 안양형 문화도시 사업을 제안하였으나 이 역시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안양문화예술재단에서 지속해오던 문화다양성 사업 또한 일부 악성민원에 굴복해 정책제안으로 통과된 예산마저 자진 반납했다. 집행부의 실무자와 시민들이 함께 해온 사업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한 도시의 문화예술은 그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도시의 문화는 도시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그러나, 유명작가의 작품을 사들이며 시민공감을 얻어오지못한 APAP는 16억의 예산이 배정되어 있고 특정 소수의 단체행사는 수년 간 수억원을 들여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안양시가 40억을 들여 지역문학관을 건립하겠다고 한다. 2022년 안양시 만안구의 공공도서관 운영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문학관을 짓게 되면 연간 유지비용뿐 아니라 지속적인 문예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안양시민사회연대회의는 갖가지 문화사업을 점점 줄여나가고 문화정책자체가 멸실되어가는 안양시에서 김대규 문학관 설립이 충분히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환영받을 일인지 검토해보았다.

2023년 현재,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문학관을 살펴보자. 유명문학인의 이름을 붙인 경우로 국한했을 때 경기지역의 경우 광명 기형도 문학관, 화성의 노작홍사용문학관, 광주시 만해기념관, 안성시 박두진 문학관과 조병화문학관, 양평의 황순원 문학촌이 있다. 서울시의 윤동주 문학관, 강원의 김유정, 박경리, 박인환, 이태극, 이효석 문학관, 또는 문학촌 등 전국민에게 잘 알려진 문학인들을 기념하는 곳으로 교과서에 그 작품이 실리고, 한국사회의 질곡의 역사를 문학으로 풀어내 많은 공감을 받은 문학가들이다.

문학의 성취를 유명세로 판가름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개인의 이름을 딴 문학관을 건립한다면, 그것이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것이라면, 세금을 낸 시민들이 스스로 추동하여 건립해야 할 일이다.
안양시는 당초에 지역문학관 설립으로 계획을 발표했으나, 안양시청 홍보기획관은 2021년 1월 18일 안양출신 고 김대규 시인 문학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하였고 2021년 10월 20일 경에도 동일한 내용을 알렸다.

이 지역문학관은 삼덕공원내 삼덕도서관 옆 자리인 안양동 782-40, 782-54자리로, 연명적 224평에 지하 1층부터 지상5층까지로 사업비 49억1천6백만원이 소요된다. 2022년 민선8기 공약사항으로도 재차 “지역문학관 건립”이라고 언급되었다. 2023년 현재 안양시 홈페이지의 민선8기 공약 총괄도표에도 분명히 “지역문학관 건립”이라고 되어 있다. 민선8기 공약사항을 점검하기 위해 안양시민들로 구성한 미래비전특별위원회와 더행복한안양기획단에서는 지역문학관 설립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검토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지역 문학관 건립에 대한 시민 공감대 확보가 안된 것 같음. 진행을 결정하기 전에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이에 대한 공론화를 가져가도록”, “건립위치가 협소하지 않은가에 대한 검토 필요, 시민공감대 형성이 필요함. 김대규 시인 외에 안양시 훌륭한 문화예술인이 많으니 이번 기회에 전체적인 조사를 병행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2022년 12월 27일 경인일보에는 김대규문학관이 들어선다는 문학평론가의 칼럼이 버젓이 등장한데 이어, 해당 칼럼의 집필자가 발제자로 등장하는 김대규 문학 심포지엄이 안양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 심포지엄은 2022년 12월 28일 한국예총 안양지회 주최, 한국문인협회 안양지부의 주관으로 김대규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와 안양시, 안양문화예술재단의 후원이 있었다. 안양시는 이로써 지역문학관이 아닌 김대규문학관을 설립한다는 것을 공식화한 셈이다.
시민들에게는 “지역문학관 설립”이라고 공언해놓고, 뒤로는 “김대규 문학관”을 추진하고 있으니, 엄연히 시민들을 기망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 문학관 조성에 관한 예산이 적지 않다는 것에 관해 우려를 표시하자, 안양시는 지역문학관 건립에 대해 예산이 부족할 것이라며 경기도 “문화예술인 기념관 조성사업”의 예산을 받아오겠다고 한다.

우리는 안양과 특별한 연고가 없는 김중업 선생의 박물관을 갑자기 갖게 되었던 때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천년고도 안양의 역사를 보존하고 기념하기 위해 계획했던 ‘안양천년박물관’을 짓겠다더니 ‘김중업박물관 건축자금’으로 예산을 끌어왔고, 김중업 선생의 생전 작품중에 대표작이라고 할 수 없는 제약회사의 건물을 고스란히 살려 억지로 ‘김중업 박물관’을 만든 것 아닌가.
이번에도 “경기도 문화예술인기념관 지원사업”을 통한 경기도예산을 지원받는다면 예산항목 때문에 “김대규문학관”으로 지을 수밖에 없다고 강변할 속셈 아닌가. 한 번 써 본 꼼수니, 다시 한 번 써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역문학관 건립이야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다종다양한 안양시민들의 욕구와 필요에 비춰봤을 때, 한 사람을 영웅시하여 개인의 이름을 붙인 문학관이 지금 이 시점에, 꼭 개인의 이름을 붙여 지어야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문학관 건립이전에 안양시는,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안양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안양시에 문화예술적 자산이 충분히 구축되어 있으며, 안양의 문화예술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며, 시민들은 충분히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있는지 먼저 알아봐야 할 것이다.
안양시에 자리잡고자 했던 수많은 청년활동가와 청년문화예술인들은 10년 넘게 활동해도 안양시의 지원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여, 결국은 안양시를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불구하고, 안양시는 무엇을 위해 개인의 이름을 단 문학관을 지어 영구히 남기려 하는지 그 진위를 묻고 싶다.

안양시가 내세운 단 한 명의 문학인이 과연 안양시민 모두의 문화예술을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는가? 고인의 삶과 문학이 안양인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안양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가? 문학으로 정의와 평화를 갈구했던 당대의 문학가들과 궤를 같이 하는가? 시민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여, 시민을 위한 문학관 또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길 바란다.
문학관은 한 번의 설립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다. 문학은 공동체가 버티게 하는 사랑의 고갱이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원천이다. 문학관을 설립하면 그에 걸맞은 문화예술사업이 지속되어야 하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지역의 문학적 토양이 먼저 구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자랑스럽게 여겨 시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안양시는 문학관 설립이 특정 단체를 위해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입증하고, 시민공론화과정을 통해 충분한 숙의를 거치고, 공정한 연구용역을 통해 당위성을 확보하고, 의회의 승인을 거쳐, 김대규문학관 설립을 재검토하길 바란다. 그것이 고인을 위해서도, 안양시민을 위해서도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다.

2023년 2월 14일

안양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여성의 날 ㅡ퍼옴 (박미숙)  (0) 2023.03.08
임은정 검사 페북 펌  (0) 2023.02.21
국경없는의사회 기부를 시작하다  (0) 2023.02.06
김어준 -겸손은 힘들다  (0) 2023.02.06
좋은 말씀  (0) 202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