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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커튼 빤 날

어제 안방커튼을 떼어 욕조에 넣고 빨았다. 새까만 석탄물니 나온다 귀퉁이는 살짝 곰팡이가 핀 흔적이 있다.  첫물은 발로 밟았고 물을 뺀 뒤 다시 세탁기에 넣어 다시 빨았다. 건조기에 넣어 말렸다.
커튼 아래 무게추가 양쪽에 달려 있는 것을 몰랐다가 알게 되었다.
커튼봉도 닦아 가져가야지.
오늘은 거실 커튼을 떼고 빨 생각이다. 정리하고 또 정리를 한다.
날이 선선해졌어도 볕을 못보면 눅눅하다. 볕 좋을 때 서두르자.

시댁에 살때 물난리를 겪었다. 배수로 청소를 제때하지 않아 물이 넘쳐 주택인 집안으로 물이 들어찼다. 디딤돌 있는 제법 높은 마루를 넘어 방에 발목까지 들어찬 것이다. 시어른 안방은 그나마 별다른 피해가 없었는데 우리방은 다른 것보다 책과 LP판이 1/3 이상 젖었다. 알리지도 않아서 몰랐는데 퇴근하고 오니 아수라장으로 마당에 널려 았었다. 그 모습에도 말이 안 나왔다. 마른걸레 여러개 만들어 새내기 때 장만한 레코트판을 하나하나 닦아내며 속울음을 울었었다. 닦고 또 닦아선지 크게 잡음이 나지 않아 버리라는 것을 고집하여 아직 갖고 있다. 이것도 꺼내서 표지들 먼지 털고 알콜 소독해줘야 할 것 같다.
그 뒤부터 책과 레코드는 허리 위로 높여놨다. 물난리는 그냥 물이 아니라 오물이다. 그것을 뒤잡어 쓴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