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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네

적벽대전

2020년 10월 23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대전근현대사전시관 특설무대

날씨가 아주 매서웠다. 찬바람 때문에 세월호 뱃지가 달린 노란 겨울잠바와 무릎 덮개와 방석까지 가지고 버스를 타고 갔다. 집에서 걸어나와 버스를 타기도 오랜만이다. 워낙 주차장이 협소해서 지난번에도 아주 고생했기에 버스를 타고 갔다.

신채호 선생 일대기를 마당극으로 했던 곳이라서 옛감동이 다시 밀려오는 듯 했다.

코로나 확인으로 긴 줄이 늘어섰고 초대받은 사람들이 정해져 있는 탓인지 내 자리는 무대 정면 보랏빛 국화가 앞에 놓인 2열이었다. 로열석인 셈이라 배려가 고마웠다.

마당극이 시작되는데 대전역사가 슬라이드로 지나가는데 좀 길지 싶었다. 대전역만 있는 게 아닐텐데 계속 기차 이미지가 연속되었다. 신채호 마당극의 반 정도 크기였고, 관객 수도 그랬다. '서천 꽃밭'에 가려는 영혼들이 결국 '서천 꽃밭'으로 간다는 이야기인데 가게 하려면 우리가 그들의 진실을 밝혀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잘 전해주었다.

우리 아이들하고 관람을 할 것인데 이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들었다. 골령골 학살사건, 보도연맹, 대전교도소, 정치범, 이런 말들을 알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미리 설명을 해주고 연극을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무릎싸개를 할 정도의 추위에 흙바닥에 흙분칠을 하고 얇은 무명바지 저고리를 입은 배우들은 얼마나 춥고 떨릴까 싶어 걱정이 되었다. 그런 추위 속에서도 첫 등장 장면이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 눈물이 났다.

사실 여러 군데에서 울컥 했는데 뒤쪽 옆에 앉은 관객이 계속 흐느껴서 흐름을 방해했다. 그냥 2회로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마당극이고 배우들의 열연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 지역에 이런 마당극패가 있어서 참 다행이고 자랑스럽다.

youtu.be/SneTU9PWWZY

 

 

 

 

 

 

 

 

 

마당극단 우금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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