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책 읽었다.
2주간 읽은 책 목록이다. 이렇게 읽다보니 2000년대 청소년 문학의 흐름이 조금씩 보였다. 목차는 점점 없어지는 경향이다. 장편의 서사를 번호를 붙이거나 제목을 붙이는데 아주 호흡이 짧아서 두 쪽에서 4쪽을 넘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호흡이 짧아서일까. 왜 이런 방식을 선호할까 싶다. 이 효과는 궁금증을 유발하고 호기심이 생기고 호흡이 짧다보니 쉭쉭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아름다운 아이는 쪽수가 467쪽이나 된다. 그런데 책을 잡으면 놓지를 못할 정도로 몰입하게 했다. 엉덩이 교장선생님의 종업식 말씀은 조금 길었다. 또 하나 사립 중학교 정도를 보낼 수 있고 수십번의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이 있는 부모를 가진 '어기'라서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씁쓸했다. 그런 경제력이 없다면 병원도 못가보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 아닌지. '어기'를 둘러싼 태양계가 정말 행운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시선을 목차로 만들어 관점을 연결하여 보여준 점이 독특했다.
씨동무들과 올해 마지막에는 우리나라 작품과 외국작품을 견줘볼 생각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다른 점과 같은 점을 찾아낼지 궁금하다.
<<구미호 식당>>은 죽은 뒤에 49일 시간을 준 뒤 삶을 정리한다는 방식은 아이디어다. 사람이 죽으면 49제가 지나야 혼이 떠난다는 착상으로 시작한 것이 재미있었고, 서호라는 인물도 천년 불살조 여우이건만 죽고만다는 설정도 반전이었다. 사람 마음을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본인이 마음을 먹으면 가능하다는 것과 귀신들이 번 돈은 돈이 아니고 종이라는 착상도 웃음이 나게 했다. 애증을 죽어서야 확인하는 '왕도영'의 처지가 가장 안된 것 같다. 이런 아이들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많을까. 존중받지 못한 아이들의 삶. 제도조차 불미한 사회 속으로 던져진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좀 더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구덩이>>,<<돼지들>>,<<다리위의 집>> 등에서 얼척없는 장소에서 빚어지는 불운이 행운이 되는 과정이 옛이야기와 교묘하게 엮어 점점 궁금증을 도발한 점이 가장 돋보였다. <<돼지들>>에서는 뚱땡이 3인방이 자전거로 파리 입성을 하는 과정을 그렸는데 입담이 장난이 아니다. 부모와의 대화가 상상을 초월하는 솔직함이 대등하게 진행하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마지막은 좀 황급하게 마무리를 한 것과 작가가 직접 독자에게 설명투로 아무 때나 불쑥 나서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은 이원수 <<숲속나라>>와 닮은 방식이라서 처음에는 뜨악했다. 백년이 지났는데 이런 방식이 살아남은 까닭이 뭘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대화를 시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등장을 한 것인지 싶어서 재미는 준다고 하더라도 문학성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문학성이란 작가가 직접 말하지 않은 방식을 선호해서 더 비중을 높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싶었다.
<<다리위의 집>>은 인도의 사회 내면을 청소년 가출과 부모 없는 아이들의 삶을 조명하였는데 정말 깔끔한 문장과 치밀한 구성에 따른 내면묘사가 압권이었다. 가장 감동을 받은 작품 중 하나이고 절절한 내용으로 가슴이 찌릿했다. 간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이름은 라크슈미 입니다>>만큼 르뽀 형식이 아닌데도 르뽀 느낌이 났다.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상 받은 작품은 위험성이 적다보니 우리나라 작가보다 외국 상 수상작을 더 선호하고 있음도 이번에 더욱 알게 되었다. 출판사가 작으면 작을수록 그런 경향이 강했다. 프랑스처럼 출판사에서 작품이 나오면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 정부가 구입해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출판사를 지원한다면 좀 더 좋은 작품들이 생길 것이고, 동네 책방에서 정가제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독서 인구가 늘 것이다. 독서 인구가 늘어야 사회가 좀 더 안전하고 안정이 될 것 같은데 왜 이런 제도에는 늘 경제를 앞에 놓고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경제력을 만들어갈 저력인데 말이다. 날씨도 좋았고 산책도 나가고 싶지만 대전은 코로나 확산 일로여서 그냥 책 읽는 것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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