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어주세요, 새책을 소개해요

이명애 작가 작품을 읽고

처음 만난 작품을 <<물개 할망>>이었다. 제주 해녀의 삶을 손녀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았다. 제주 바다가 보여주는 넓은 공간이 할머니의 마음을 대신하였고 운동감이 도드라진 해녀의 잠수 모습은 살아 움직였다. 공간 구성이 해녀 할머니가 얼마나 고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손녀에게 알게 모르게 살아가는 것은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모습에서 뭉클했다. 아무리 욕심이 나도 자기 절제를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 만 번 부딪히고 겪어낼 때마다 흔들리는 갈등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 때마다 할망의 말을 기억해내며 손녀도 잘 살아갈 힘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옛이야기 결합이라는 것이 주는 멋짐보다 제주 해녀의 척박하지만 진실한 삶의 모습에서 더 작품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만난 책이 <<맞수가 나타났다>>이다.  현수와 한결이. 1학년이다. 주인공 설정 그림이 너무 귀엽다. 현수는 좀 우직해 보이고 한결은 멋을 부린 꾀돌이처럼 느껴졌다. 출발선에 선 두 아이의 표정이 닮은 듯 다르고 그림자가 아이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뒷표지도 응원하는 아이들이 달리기 전에 서로 응원하는 모습이 익살스럽고 자연스럽다. 여자 아이만 그림자가 없어서 뭐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모든 것이 정지된 학교 생활이라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아쉽고, 어른들까지 추억 저격에 걸맞은 그림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속지도 우리가 아는 운동 소품 기구들이 노랑 바탕에 흩어져 있어서 살짝 들뜬 기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속 표지는 문장이 3개나 들어가 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속표지에서 궁금증이 확 밀려왔다. 겉표지가 달리기 포즈이니 둘이 달리기 하나 싸우나 보다 짐작할 수 있다. 둘이 주인공인가 싶었지만 현수의 비중이 훨씬 높다. 특히 아빠가 달리기 연습을 시키는 4컷과 이어지는 다음장에서 현수의 발전한 모습이 남다르게 보였다. 점점 뛰어나는 과정을 아주 빼어나게 묘사했다. 

현수가 반 대표로 뽑히는 장면에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채도가 낮은 색으로 바꿔 주인공을 아주 돋보이게 했다. 그런 면도 좋았고, 동등한 것 같은데 아이들이 몰려드는 모습에서 현수가 이겼음을 앞 장면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서 현수의 표정은 질려서 얼굴이 파르스름하다. 늦은 출발을 한결이가 외쳐주고 따라 달려주는 표정이 아주 생생하다. 단짝이면서 맞수라는 두 친구의 우정이 곰실곰실하다. 운동회를 경험한 모든 사람들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엣날로 데려간 추억 소환으로 마음이 따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