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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학년 1반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날씨 태풍 '산바'가 관통하는 날이라 내내 비가 온다

오늘 수업은 첫시간부터 아이들이 부산하게 떠들썩 하였다.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부분이 읽기 책에 실려서 똑같이 따라해보기를 실제로 하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아우성이다. 처음에는 신문지 뒤집어 쓰기가 쉬울 줄 알았단다. 그런데 하나둘셋에 휘리릭 몸을 감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을게다. 머리가 보이고, 발이 드러나고, 심지어 엉덩이까지 보이는 녀석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그리고 문 뒤에 가서 숨어보고, 책상 속으로 들어가 숨어도 보았다. 아이들이 킥킥 대면서 힘들고 재미나단다. 그렇게 첫째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모두들 너무 재미있어 했다.

둘째시간도 아이들이랑 문답을 하면서 느낌을 물으니 대답이 훨씬 활발했다. 오늘은 발표를 안하고 집에 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이렇게 맨날 살아 숨쉬면 얼마나 좋을까.

 

셋째 시간은 오랜만에 컴퓨터실에 갔다. 3반이 시간을 바꿔줘서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 자판 연습을 초보로 하는데 익숙하게 잘하는 아이도 너댓명 되었다. 낱말을 들어가는 아이들이 있어서 좀 더 자리 익히기를 할 수 있도록 반복하고 복습할 일만 남았다.

 

넷째 시간에는 '이빨 빠진 중강새' 노래를 소고와 윷가락과 손뼉을 치며 장단을 익히고 가사 바꿔 부르기를 하였다. 아이들이 신이 났다. 하지만 소고를 제대로 치는 아이가 드물어서 다시 전체적으로 복습을 하였다. 그러고 나니 좀 나아졌다. 가사 바꾸기는 할 수 있는데 가락이 빠르니 제대로 그 노래를 바꿔 부르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우리 때는 놀이로 부르던 노래갸 놀이가 빠지고 노래로만 부르니 재미도 안나고 신명이 나질 않는다. 계속 반복도 지루하기만 하고. 그래도 애들은 재미있어라 했다. 2모둠 4모둠이 노랫말을 잘 바꿔 불렀다.

 

점심시간에는 좀 매웠는데 남기는 아이 한 명 없이 잘 먹었다. 요즘 휘리릭 빨리 먹는 아이들에게는 더 먹으라고 했더니 중간에 더 먹고 싶은 아이들이 밥을 조금씩 반찬도 더 담아서 먹는다. 진작 그렇게 하지 싶었다. 처음에 나오면 무조건 더 먹으라고 한다. 그러니 중간에 나오는 아이들은 "선생님 그만 먹을거예요"라고 아예 내가 말하지 못하게 한다. 예인이는 이가 더 조금해서 제대로 씹지를 못한다. 늘 마지막에 먹는다. 애가 너무 급하게 먹는 것은 아닐까 싶어 염려되고 걱정이 되어 마지막까지 먹여주고 있다. 오늘 나온 연근 튀김도 질기고 딱딱했다.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숟갈로 끊어 주었다. 이런 급식 지도가 꼭 필요한 일이다. 오늘도 이렇게 저렇게 바꿨는데 급식실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급식만 빠르게 받으면 뭘하나 음식 버리는 곳은 적은 것을. 아이들이 버릴려고 기다리는 줄이 장관이었다. 학교장 한 분 바뀌니 밥 먹는 것도 전쟁이다.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시도는 좋은데, 아이들이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좀 더 시설을 늘리던가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시간에는 슬생을 하였다. 이미 공부한 손발 입 눈 코 귀가 하는 일에 대해 협의해서 발표하는 것이었다. 모둠별로 하라고 했더니 자기들 모둠 발표만 하고 다른 것은 해놓지 않고 있어서 다니면서 지적을 했더니 그제서야 한다. 다양한 아이들 의견이 나와서 칭찬을 듬뿍 해줬다. 조금만 물꼬를 터주면 될 일이다.

ㅂ ㅇ 이는 필통도 굑과서도 챙겨오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빌려달라는 말도 할 줄 몰라서 야단을 맞았다. 나중에는 친구들도 안 빌려준다며 내게 나와 빌렸다. 그렇게 빌리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비가 너무 와서 부모님들이 많이 데릴러 오셨다. 해서 청소도 하지 않고 보냈다. 혼자 청소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