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8일 토요일 새벽 , 서늘하고 쓸쓸한 바람이 좋다.
열 세번째 학부모 편지를 보냈다. 오타가 한 군데 났다. 맞게를 맡게로 썼다. 이런 실수를 늘 한다. 생각이 타이핑을 앞질러 가기 때문이고, 그리고 되돌아서 읽어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이 매끄럽지 않고, 두툴거리고 다소 원색적이다. 생명감은 있지만 세련미는 떨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진정성은 세련된 것일까 아니면 생명력이 있는 투박함일까. 투박함이라고 우기면서 내 잘못에 대해 조금은 너그럽게 봐주고 싶다. 이러니 잘못이 고쳐지지 않는걸까.
7월 12일 일제고사 대비 시교육청 기말고사가 7월 1일에 치뤄진다. 아이들은 비명이다. 해당학년인 6학년은 두 번 시험을 치뤄야 한다. 부진된 아이 개별 지도를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저 성적으로 줄세우기에 지나지 않은 비교육적인 처사에 들어가는 세금이 몇 백억이다. 왜 이런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교육과정을 개정한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교과부가 이러니 시교육청은 한 술 더 뜬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시교육청 기말고사를 보겠단다. 거기에 2학년까지 끼어넣었다. 그리고는 2학년은 학교장 재량이라고 하면서도 은근히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학교장 재량을 사용하는 학교장은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학교장 재량이라는 것을 거두어야 한다. 권리를 행사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권리를 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타시도 중에서 2학년까지 시험보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일이고, 교육감 얼굴 세워주기 위해 수많은 아이들과 교사가 도구로 병풍으로 전락한 것들에 대해 분노한다.
기말고사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4명 찬성이고 나머지는 모두 반대이다. 그러나 또 모른다. 마음이 바뀌면 알려달라고 했으니 시험을 보겠다는 아이가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학부모들, 어른들의 인식이 현실적인 것을 탓해야지. 그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자기들이 살아온 그 전철대로 살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저 믿음이 흔들릴까봐 스스로 더 굳건하게 자기 입장을 공고히 하고자 애쓰는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존중하기로 했다. 내 의견이 소중하면 남의 의견도 그러하므로.
학급신문이 늦어졌다. 청록색 잉크가 모자라 신문이 다 인쇄되지 못하고 말았다. 전날도 일찍 잠이 깨어서 밤을 꼬박 새웠다. 그리고 수업하고 이것 저것 하다보니까 너무 쉽게 지쳤다. 타이핑을 하다가도 잠깐씩 아득해졌다. 현기증도 몇 번 났다. 저녁도 먹지 않고 잠들었다. 이 새벽에 쑥떡 몇 개와 커피 한 잔과 과일 몇 쪽으로 허기를 채웠다.
아무래도 일요일에 특근을 달아야겠다. 스캔 떠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교실 정리도 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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