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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학년 6반

4월 7일 목요일 방사능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인터넷 사용에 대해 재량 시간에 수업하면서 아이들이 로그인 하지 않으면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는 학교 홈페이지와 에듀량에 들어가서 본 것들을 중심으로 정리를 하도록 하였다. 아이들이 학교 컴퓨터실에서 하는 수업이니까 적어도 외설스런 모습에서 보호되고 있지만, 과연 가정에서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아이라면 그것이 가능할까? 그냥 무방비로 노출되어 버린 외설과 선정적인 사진까지 정말 걱정이 된다. 그런데도 교육과정에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없다. 아이들에게 네이버나 다음에서 뭔가를 검색하라고 해보고 싶어도 그런 문제 때문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검색을 통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그래서 더 걱정이 크다.

 

수학시간에는 원을 익히는데 작도가 역시 문제였다. 개별 지도 하면서 보니 대부분 엉망이어서 다시 그리기를 요구했다. 10명이 넘게 남아서 다시 확인 받고 돌아갔다. 아이들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인데 미친 교육과정 때문에 그대로 해야 한다. 아이들이 낑낑 거렸다.

 

듣말 시간에는 주인공에게 말하기였는데, 자기 의견을 또렷하게 말한 아이는 다은, 승현, 민지, 정도였다. 아이들이 많은 발표 속에서 비슷해졌고, 무엇이 요점이었는지 파악하는 것 같았다. 전부 발표를 시키려고 했는데 시간이 모자랐다. 늘 부족하지만 오늘은 더 아쉬웠다.

 

오늘은 어제가 아니었다. 태경 책상 위에 올라가서 난리를 피워서 물휴지를 주고 책상을 닦아주라고 했더니 콧물을 묻히는 척 하더니 그 종이로 거칠게 벅벅 문지르고 휴지를 땅에 버렸다. 그래서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게 했다. 주변 아이들이 난리가 났다. 내가 다시 휴지로 책상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사과를 하도록 시켰더니 사과를 하였다.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난장판을 만나야 할 때마다 속이 터진다. 그리고 금방 슬퍼진다. 그 아이도 나도 참 안되었다.

 

점심은 처음으로 떨어져 먹었다. 깨끗하게 다 먹었다. 아침에 시쓰기 하기 싫다고 떼를 쓰더니 다 마무리 지은 뒤에 나머지 하지 않고 그냥 가겠단다. 도서관으로 가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다.

 

6교시에 동시 수업을 6학년을 데리고 했다. 그 앞에는 아이들 나머지 5명을 개별지도 하고 난 뒤라서 파김치가 되었다. 6학년 아이들인데 동시의 구조도 모르고 있는 아이들이 있어서 시 감상을 고사하고 그것부터 다시 설명하고 자작시를 지어오라고 숙제를 내줬다. 집중이수를 하도록 교육과정이 바뀌어 있어서 계속 목요일마다 수업을 해야 한다. 첫날부터 웃으면서 킬킬거리던 녀석들을 모두 떼어서 앉도록 했다. 좀 덜했다.

 

곧이어 상담을 해서 퇴근 시간까지 이어졌다. 걱정스런 소리를 했더니 눈물을 보였다. 울라고 한 소리가 아닌데. 결국 주변 어른들이 아이를 그렇게 키웠으면서 아이 잘못으로만 돌릴려고 하는 것에 화가 났다. 결국 이렇게 해보자라고 의견 개진을 하고 정리를 했다. 내가 볼 때는 늘 부모가 문제가 크다. 그 영향을 아이들은 고스란히 받을 뿐이다.

 

조직 일을 하면서 다 마무리도 하지 못했다. 해야 할 일, 1, 조직하는 것, 2, 초대장, 플랑 문구, 3. 애들 명단과주번을  그리고 보험 가입, 4. 안내장 발송 등을 하지 못했다. 1번은 진행 중이고, 나머지는 해야 할 일도 남았다.

 

새벽에 일어나 영주 가는 차편 알아보고, 한살림 쇼핑하고, 뉴스 검색을 했다. 정말 우리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제정신을 차리면 너무도 슬프고 비참하고 어이없다. 기득권 보호에만 앞장선 정권. 부자들은 불법을 해도 집행유예가 되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너무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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