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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전날 카네이션을 만든다고 재료를 준비해도록 알림장에 써줬다. 그랬더니 준비물이 천차만별이었다. 카네이션 재료를 사가지고 온 아이들 것은 동일했다. 그런데 너무 허접한 것들도 있었다. 재현이가 핑킹가위를 가져와서 친구들을 빌려주고, 가장 먼저 잘 만든 다음에 아이들을 세 명이나 도와줘서 너무 예뻤다. 그래서 내 뺨에 뽀뽀를 해달라고 했더니 몸을 실실 꼬다가 살짝 해주고는 도망친다. 아이들이 난리가 났다. 나 역시 마음이 푸근해져서 마구 좋아하니까 재현이 눈빛이 빛났다. 너무 예쁜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러던 녀석이 수학 시간에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연산 계산을 하는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특유의 떼를 쓰며 울기 시작했다. 여러번 전체 설명을 해도 모르겠단다. 해서 공책에다 다시 설명을 개인적으로 해줬더니 알겠단다. 재현이 뿐만 아니라 아이들 모두 그렇게 개별 선생이 필요한 거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인원 수 많은 학급에서 가능하면 수학 시간에는 개별적으로 지도를 하려고 애를 쓰지만 쉽지 않다. 누구 엄마는 그런데도 학원을 안 보낼 정도로 잘 설명을 해주셔서 아이가 수학을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더 자세하게 찬찬하게 다가가서 해주지 못했는데.
20명 정도가 완성이 되어서 기념 촬영을 했다. 여기에 없는 아이들은 다 했어도 찍지를 못했거나 마무리 시간이어서 뒷정리를 하느라 바빴다. 모둠끼리라도 찍게 해줄껄.
만들기의 가장 압권은 아이들이 색종이로 접은 각양각색의 카네이션이다. 그래서 아이들 모두에게 너무 멋지다라고 창의성을 잔뜩 칭찬을 했더니 아이들이 사온 재료가 아니라 기죽었다가 활짝 웃는다. 그런 아이들이 보기 좋았고, 도와준다고 서로 돌아다니며 재료도 빌려주고 빌려쓰는 아이들이 정겹다. 처음에는 서로 빌리고 빌려주는 것도 잘 하지 못하고 할 줄 몰랐던 아이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그것이 너무 이상하고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자기 것을 챙겨와서 자기만 했던 아이들이라 익숙하지 않았고, 빌려달라는 것이 자존심을 상한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런데 자꾸 서로 빌려주고 빌려받다 보니까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자연스럽다. 예전보다는.
맞벌이라서 조부모들이 키워주는 아이들이 더러 있는데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 것도 챙겼느냐고 물었더니 울상이다. 재료가 두 개 밖에 없어 못 만든단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냐고 했더니 몇몇은 머뭇거렸지만 다른 아이들은 집에 가서 빨리 만들겠단다. 또 다른 아이는 편지는 엄마 아빠에게 한꺼번에 쓰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쓰면 된단다. 아이들이 카네이션을 만들면서 부모님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까 싶어서 물어봤더니 그렇단다. 두 시간에 걸쳐 만든 작품들이다. 더구나 근원이 것은 재현이가 많이 도와줘서 금새 만들 수 있게 해줬다. 정말 기특하고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런 마음을 재현이는 알까.
카네이션을 만들기 앞서 날 놀라게 한 사건이 두 가지나 있었다. 근원이가 새끼 손가락을 다쳐서 열 몇 바늘이나 꿰매야 했던 사고가 교실에서 발생을 한 거다. 교실을 비운 사이에 벌어진 일이어서 더 놀랬다. 시연이가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하는데 내용은 이렇다. 기태와 철민이가 교실에서 좀 큰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태는 자리에 앉았는데 그 사이를 대건이가 끼어들면서 채기 장난을 하며 교실에서 뛰어노니까 근원이가 좀 조용히 하라며 기태를 잡으려다 이름표 모서리에 붙은 쇠조각에 긁혀서 다치게 된 것이란다. 보건샘이 인터폰을 해주었는데 너무 깊어서 꿰매야 한다고 했다. 세 명 다 예뻐하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도 안다. 그래서 요즘 기분이 좋아져서 활발이 아니라 시끌거릴 정도였다. 결국 이렇게 일을 내는구나 싶어서 마구 화를 냈다. 예뻐하는 줄 알면 좀 더 행동을 잘 해줘야 될 거 아니냐고. 그런데 그런 요구는 어른들에게 하는 것이지 9살짜리 아이들에게는 벅찬 것임을 알면서도 서운하고 섭섭하고 속상한 마음에 야단을 치고 나니 힘이 쑥 빠졌다. 근원이는 조용하고 젊잖은 편이라서 그렇게 나서서 제지하거나 하는 아이가 아니다. 속도 깊고 남을 배려하는 태도나 자세도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많다. 그런 아이가 제지를 하려고 했을 정도면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싶어서 그 때 상황을 짐작하고도 남겠다. 근원이가 병원에 간지 두 시간 만에 나타났다. 붕대를 칭칭감고 부목까지 받쳐서 왔다. 아이들이 반가와서 소리를 치는데 근원 엄마하고는 내 속이 상한 이야기를 하며 치료비를 다치게 한 아이에게 청구하려고 하니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근원 엄마는 애들 키우다 보면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데 비용도 얼마 나오지 않았으니 그냥 두고, 같은 동네에서 사는데 어떻게 청구를 할 수 있느냔다. 오히려 괜찮다고 나를 달래주시는 격이 되어버렸다. 그래, 그런 엄마니까 근원이 같은 태도가 나오지 싶었다. 나중에 철민이 엄마와 통화했는데, 그런 부분을 전달을 하니 너무 고마워 하셨다. 그래서 근원이네로 전화를 하시겠다고 했다. 기태 엄마도 놀래서 통화를 하다가 요즘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듣더니 아이하고 대화를 해보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집에서 하는 행동하고는 천양지차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 아이들은 이상하게 엄마를 그렇게 두려워한다. 그 까닭을 모르겠다. 야단을 맞아서 그런가 보다. 고학년도 예외가 아니다. 정말 울고 싶은 심정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아이들과 카네이션 만들면서 그런 마음이 점차 풀렸다.
업친데 덥치는 격으로 현정이도 집에서 다쳐왔다. 중상이다. 스케이트장에 놀러 갔다가 뒤에서 타고 오던 왕초보 아저씨가 중심을 잃으면서 현정이를 밀어서 앞으로 넘어지면서 이 전체가 다치는 상황이 발생이 된거였다. 턱 아래 다친 것만 빼면 멀쩡해서 몰랐다. 현정이는 내가 걱정할까봐 아프다는 기색도 내보이지 않다가 엄마가 준비물 챙겨주러 오시면서 해주신 말씀을 듣고 난 뒤에야 이러저러 했다고 말해주었다. 얼마나 화가 나던지. 피가 낭자해서 엄마는 벌벌 떨고 다른 아줌마가 119 불러서 병원에 갔을 정도라고 했으니 얼마나 놀라셨는지 알고도 남겠다. 나도 어릴 적 얼음판에서 크게 사고가 나는 것을 본 뒤로는 스케이트를 타려고 하지 않는다. 가족끼리 스케이트를 타러 가도 나는 늘 책 한 권 들고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현정이도 그럴까봐 좀 걱정이 되었다. 이 보철을 했는데 몇 주가 지나가봐야 한단다. 너무 아파해서 우유도 넘기기 어려워했다는데 내 앞에서는 모두 다 마셨다. 그래서 빨리 나으려면 잘 먹어야 한다니까 알겠단다. 내가 속상해 하니까 다친 녀석이 더 미안해 했다.
오후 2시에는 하진이 엄마 아빠가 상담을 하러 오셨다. 하진이는 1학년 때는 정말 모든 것을 잘 한다고 칭찬만 듣던 아이고, 가정에서도 그렇게 생활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2학년에 올라와서 무조건 칭찬을 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기준과 요건을 자꾸 따지고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벅차고 힘이 드는가 보다. 아이가 갇혀 있는 자기만의 기준이나 자격, 범위 등을 허물 수 있을 때 좀 더 크고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씀 드렸다. 다른 아이들에게 배우려는 자세, 더불어 함께 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폭 넓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말씀 드렸다. 한 시간 반 정도 말씀을 나누고 일어섰다.
중앙자활센터가 복지부 산하 기관이란다. 괜히 원고를 넘기기 꺼림찍 했다.
연구소 세미나 준비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문자를 보내면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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