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오만과 위선에 맞서다
[김상수 칼럼] 김정헌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만나다
기사입력 2010-02-02 오전 10:15:41
1월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장상균)는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집행 정지 신청에서 "해임 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의 판결 확정까지 그 집행을 정지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임 처분 집행으로 인해 김 전 위원장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6일 같은 법원 행정11부(재판장 서태환)는 김 전 위원장이 문화부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무효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문화부가 항소해 판결이 확정되지 않자,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법원에 해임 처분 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김정헌 전 위원장은 판결 이후 "2월 1일부터 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으로 출근할 예정"이라고 얘기했다. 1일 아침 9시, 그는 지하철을 타고 혜화역에서 내려 문화예술위원회 본부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김정헌 위원장이 법원에서 '해임 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 1년 만에 출근한 1일 아침, 문화예술위원회 앞에는 취재를 온 기자들이 김 위원장을 에워싸고 있었고 또 윤정국 문화예술위 사무처장이 길을 막아섰다.
1일 오후 3시, 나는 김정헌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문화예술위원회 임시 위원장실에서 만나 대담을 나누었다.
김상수 : 아침부터 김 위원장님 출근 소식이 여기저기 보도가 많이 됐더군요. 문화예술위원회 윤정국 사무처장이 위원장님 출근 길을 막고 말하기를 "지금 문화예술계가 전부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문화예술위가 전국민 앞에서 우스운 꼴이 됐어요!"라고.
김정헌 : 사무처장에게 제가 바로 호통을 쳤지요. 그런 얘기는 나에게 할 게 아니고, 유인촌 장관이나 문화부에 따져야 한다고 했어요. 나는 법치 국가의 엄연한 시민이자 법원 판결의 엄중함을 체현하는 국가 기구의 기관장으로 임무를 다하기 위해 출근을 한 겁니다. 이 정권이 툭하면 법치, 법치하지 않습니까? 나는 법치주의자이고 당연히 법을 지키는 시민의 입장과 법을 지키는 기관장의 직분에서 제 직무를 다하기 위해 출근한 거니까 사무처장 얘기는 처음부터 어불성설이지요.
ⓒ김상수 |
김상수 : 보도를 보니까 사무처장에게 "왜 그렇게 '깡'이 없어요! 그러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닙니까!"라고 얘기했더군요. 무슨 뜻인가요?
김정헌 : 제가 그랬어요. 구 문예진흥원부터 오늘의 문화예술위원회는 국가의 예술기구로 역할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당연히 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은 문화예술위원회가 외부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도록 제대로 처신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은 자신들의 기구인 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부당한 간섭을 계속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어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상수 : 윤정국 사무처장은 김 위원장님이 임명했습니까?
김정헌 : 제가 임명하지 않았어요. 작년 1월 초에 오광수 위원장직대가 임명했다지만 아마 내용은 문화부가 일방으로 밀어붙인 거지요.
김상수 : 그럼 지금 사무처장은 문화예술위원회 직원이 아니었단 얘기인데, 그 이전엔 어디서 무엇을 하던 사람인가요?
김정헌 : 동아일보 편집국 문화부 전문기자로 있다가 충무아트홀 사장을 했고 이 정권에서 제가 강제 해직을 당한 직후에 문화예술위원회에 사무처장으로 왔다고 들었어요. 작년에 예술위원회 노조에서 이 자를 반대, 1개월 이상 문화예술위원회 노조와 다툼을 하고 제대로 출근을 못하다가 문화부가 억지로 밀어 넣었다지요, 형식은 예술위원회 위원들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지만.
김상수 : 문화예술위원회가 자율성, 독립성을 지키기에는 무력한 구조인가요? 문화부 일방의 강요에 의해서 외부 인사가 투입되어 조직을 흔들 수도 있고 말이에요.
김정헌 : 아주 답답한 현실입니다. 문화예술위원회 직원의 채용에 대해서는'단체협약'에서 그 절차와 방법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요. 모든 직원을 채용할 때는 예술위원회 노사 단체협약과 인사 관련 규정 등을 준수하여 채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술위원회 단체협약 제22조(채용)에는 "직원은 공개 경쟁 방법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만일 특별 채용할 때에는 사전에 조합 측과 채용 방법 및 기준에 대해 노사협의회, 또는 이에 준하는 방식으로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만, 도대체 뭐가 그리 급하고 뭐가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지 여기 직원들 의견은 듣지 않고 오광수 위원장직대와 예술위원회가 사무처장 임명 동의안을 급박하게 처리했는지, 나는 납득하기가 어려워요. 심지어 예술위원회 노조에게 경찰력 투입 운운 협박하면서 사무처장을 임명했어요. 또 한 번 더 얘기합니다는 이 정권이 그렇게 강조하는 법치, 그 법치를 정작 내용적으로는 이 정권은 지키지 않고 있는 거지요.
김상수 : 지금 계신 이 방도 원래 업무를 보는 위원장실이 아니잖습니까?
김정헌 : 간판은 갑자기 위원장실이라고 어제 갑자기 붙여놨다는데 와서 보니 '아르코미술관' 관장실이더군요. 본관건물에 제 방, 위원장실이 있지만, 제가 발길을 그곳으로 옮기자면 여기 직원들에게 고통을 주겠지요.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그냥 이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김상수 : 아니 법치국가에서 사법당국이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무를 계속하라고 판결을 내렸는데, 그럼 당연히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김 선생님이니, 유인촌 장관이 임명한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오광수 씨는 법적으로 위원장 자리가 이미 망실된 것이고, 오광수 씨는 즉시 물러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정헌 : 허허. 그걸 내가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
김상수 : 1년 만에 출근을 하셨는데 오늘 아침에 그간 있었던 업무에 대한 보고를 임원들로부터 받으셨는지요?
김정헌 : 오늘 아침 10시경에 사무처장, 정책기획실장, 경영인사부장 등에게 전자결재시스템을 재구축해라, 내가 없는 동안 문화부에서 보낸 공문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보고해라, 지시를 했습니다. 지켜봐야지요.
김상수 : 사무처장이 제대로 보고를 하고 사법 판결을 이행할까요?
김정헌 : 지켜보겠습니다. 그런데 조금 아까 이상한 얘기가 들리더군요. 예술위원회 위원들을 동원해서 제가 물러나라는 무슨 성명서 같은 걸 준비한다고.
김상수 : 성명서요? 무슨?
김정헌 : 뻔하지요. 나보고 나가달라는 식일텐데.
대담이 끝난 이후,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된 예술위원회가 김정헌 위원장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성명을 1일 발표했지만, 이 성명서가 오광수 위원장과 사무처가 주도적으로 작성해 추인 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오광수 위원장을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돼 있는 예술위원회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데, 정부 '친위대'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술위원회는 김정헌 위원장이 지난 2008년 12월 해임됐을 때도 '해임 환영'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어 문화부 입장을 충실히 대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예술위원회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에는 "법적 절차와 해임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김 전 위원장이 계속 출근하겠다는 것은 예술위원회는 물론 많은 예술가들에게 걱정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의 그간의 심적 고통을 이해하지 않는 바 아니며 법원 결정도 우리로서는 거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두 위원장 체제라는 기이한 현상은 예술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도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한마디로 현 상황의 책임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아닌 김정헌 위원장에게 돌리면서 자발적인 '용퇴'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1일 오후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홍보팀이 김 위원장을 압박하는 성명서를 작성하고 10명의 예술위원들에게 메일을 발송해 동의를 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김정헌 위원장 사퇴를 종용하는 성명서를 예술위원회 이름으로 작성한 셈이다.
예술위원회 명의로 작성된 이 '성명서'는 오광수 위원장과 윤정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이성겸 정책홍보부장 등 현 집행부에서 주도적으로 준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성겸 정책홍보부장은 1일 오후 사무실에서 미리 작성된 성명서를 예술위원들에게 메일로 보낸 뒤 일일이 전화를 걸어 "김 위원장이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문화예술계에 심각한 파행과 혼란이 우려된다는 내용으로 성명서를 작성했다, 확인 부탁한다"며 동의를 구했다.
이에 대해 이성겸 정책홍보부장은 "오광수 위원장이 사전에 작성했고, 우리는 위원들에게 보냈을 뿐"이라며 "사무처에서 주도적으로 준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상수 : 사무처장 임면권은 김 위원장님한테 있지 않습니까?
김정헌 : 저한테 있지요. 허허. 그러나 내가 사무처장을 자른다면 사무처장도 억울하지 않겠어요?
김상수 : 이명박 집단이 들어서서 이 나라에 예술 기구나 기관의 장과 임원들은 하나같이 낙하산이더군요. 제가 한동안 외국에 나가있어서 최근에 뒤늦게야 소식을 알았는데, 국립중앙극장장 임연철 씨도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언론 특보단 출신이면서 동아일보 문화부장 출신이고, 도대체 전문성을 따지기 이전에, 연극하는 사람들, 무대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기 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기에 동아일보 출신 기자들이 예술기구 기관장으로 임원으로 마구 등용되나요?
김정헌 : 무기력하지요. 아주 무기력합니다. 권력이 마구 밀어붙이니 속수무책이지요.
김상수 : 말씀처럼 이명박 집단은 법치, 법치 강조하면서 정작 그들은 치외법권이잖아요? 총칼의 반란으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노태우 등이 내세운 '정의 사회 구현'이나 '보통사람들 시대' 등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위선이었고 사기였음이 드러난 것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명박이나 이명박 집단이 입만 열면 준법과 법치를 강조하지만 정작 이들이 말하는 법질서 운운이란 전두환 때와 판박이로 비슷한 현실이 돼가고 있는데요. 법치를 떠드는 그들 속내도 이런 식은 무리다, 무리다, 라고 스스로들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김정헌 : 글쎄요. 인지부조화인데… 사실 그런 준법이나 법치를 자주 강조하는 권력일수록 권력 스스로 그들 권력이 취약함을 증명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사실 이명박 정권은 전두환 정권과 비교를 해봐도 너무나 혼돈, 그 자체입니다.
김상수 : 법치라는 가면을 쓰고 그 실상은 어떻게 교묘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삶을, 시민들의 삶을 마구 망가뜨리고 있는가를 여실하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어처구니없는 상식 밖의 일들이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매일같이 자꾸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김정헌 : 희생되고 있는 힘없는 서민들은 권력을 쥐고 있는 그들의 안중에는 애초부터 사람으로도 취급되지도 않는 현실입니다. 보수 세력들, 이들은 모두 한 통속이에요.
김상수 : 보수도 아니지요. 보수를 참칭(僭稱)하는 기득권 세력들이지요. 또 서민, 서민 하는 표현도 아주 건방진 계급적인 용어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식인. 서민이 아니고 시민으로 고쳐서 불러야 합니다.
김정헌 : 아, 그건 그렇군요. 그런데 이 정권은 정권이 끝나면 도대체 어떻게 뒷감당을 할는지….
김상수 : 이명박 집단을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에 기소되고 법정에 세워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님도 어느 날 갑자기 해직당하면서 고통 받고 계시고요. 그나마 법정에서는 제대로 분별을 해줬지만 이미 수많은 고통과 마주한 이후지요.
김정헌 : 그래서 생각합니다. 지금 민주 세력들에게 요청되는 건 거창한 담론이 아닙니다. 저마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이 억압적인 상황에 변화를 일으키는 겁니다. 제가 지금 출근 투쟁으로 몹시 심신은 고달프지만 저 혼자 살겠다고 이 사태를 덮거나 제가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김상수 : 몸담고 살고 있는 주변부터 변혁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말씀이지요. 이런 때일수록 예술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정헌 : 저도 그림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어디 구석에 틀어박혀 그동안 못그린 그림이나 그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싸움을 포기할 수는 없지요.
김상수 : 문화예술위원회 윤 사무처장이 김 위원장님 출근 길을 막고 "지금 문화예술계가 전부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 문화예술위가 전국민 앞에서 우스운 꼴이 됐어요!"라고 말했더군요. 저는 그 기사를 보면서 사무처장이 얘기하는 예술은 과연 무슨, 어떤 예술일까? 민주주의가 파괴당하고 민주주의 원칙인 법치가 무너지고 있는 사회 현실에서 무슨 예술을 말하는 건가? 그것도 예의 상투적인 국민 운운하면서.
김정헌 : 너절한 얘깁니다. 이 정권은 조잡한 설문으로 급조된 여론 조작을 여론조사라고 들이대면서 자기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많은 무리수를 둡니다. 법도 상식도 깡그리 무시하면서요. 그러나 이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하나같이 졸렬하고 유치할 뿐더러 도리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김상수 : 반대하는 주장을 틀어막고자 편집증적인 무차별 공격은 불안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의 척도가 이미 눈금을 넘어섰습니다.
김정헌 : 이 정권이 등장한 이후 단 하루도 나라가 평안한 날이 없잖아요? 늘 갈등과 분열을 일으킵니다. 국민들을 일방으로 자기들 편으로 찬성과 반대로 분리시키고, 반대하는 측에는 어떤 힘도 쓸 수 없도록 끊임없이 공작을 벌입니다.
김상수 : 국민 일반을 서로 고립시키고 국민들 삶을 아주 피폐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에 여기 <프레시안>에 칼럼으로 썼지만, 이미 이명박 집단에게는 '정치 능력'이란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들에겐 국가란 의미도 불가해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아닌가, 의심이 다 들지요. 국가에서 권력의 운용이란 국가 이성에 의해 적절하게 통제되고 조절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들에겐 별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국가를 그저 질 낮은 '경제조합' 쯤으로 국가사회를 이해하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김정헌 : 문화에 대한 이해나 인식도 천박하지요.
김상수 : 이명박 집단의 정권이 출발한 시점에서부터 이들에겐 국가 운영에 있어서 요청되는 도덕적 정통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인식하는 수준이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다고 미루어 짐작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투표로 결정된 정권인데, 이렇게 철저하게 민의를 왜곡하고 일방적이고 임의적으로 나라를 이끌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가능한 게 참으로 신기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고 작년 초에 <프레시안>에 썼습니다. 도대체 한 시대 전체를 혼돈과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는 한, 그리고 사법 체계를 흔들면서 국가와 시민들을 계속해서 모욕하고 민주주의를 역행하며 국가의 정통성과 위신을 추락시키고, 경제적 곤경과 궁핍을 일반시민들에게 계속 강요한다면, 그리고 한 시대 전체를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른다면, 시민들은 이들에게 그것을 가르쳐서 깨닫게 해야만 할 책무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칼럼으로 썼습니다만.
김정헌 : 그래도 정권인데 걱정입니다. 정권이 정도를 걸어야지요.
김상수 : '출근 투쟁'은 어떤 식으로 계속하실 생각이신지요?
김정헌 : 오늘 아침에 만난 기자들도 언론사에서도 질문들을 하더군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위원장으로 결심은? 저는 대답했습니다. 여기 근무하러 왔다, 오늘 이 문제는 나 혼자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문화예술계 전체, 공공기관장의 입장으로, 단순한 복귀가 아닌, 비정상적인 상태로 망가져있는 예술위원회를 복원시켜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리라 내다보는가 하는, 기자들의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건 나한테 질문할 게 아니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습니다. 그 질문은 문화부 장관한테 가서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일단 내일하고 모레는 휴가를 냈습니다. 임원들에게 업무 보고를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위원회 성명이나 준비하여 나를 내쫒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그리고 문화부 지시나 받아서 움직이지 말고,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위원회 체제로 간 이 체제를 스스로들 존중하라고 했습니다.
ⓒ김상수 |
김상수 : 원래 위원장 자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여야 합의로 정해진 3년 임기 보장이지요. 이번 법원의 결정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3년 임기가 보장된 법을 지킬 것을 행정부인 문화부에 명령한 것이고요.
김정헌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합니다. 정권에 따라 공공기관장이 바뀌면 공공기관의 독자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 계속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할 텐데, 무슨 자율성, 독립성이 있겠느냐는 겁니다.
김상수 : <PD수첩> 재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검찰이 기소 자체를 위한 기소였음을 숨기기 어렵습니다. 일단 비판은 무조건 막겠다는 거지요.
김정헌 :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자는 누구든 불법, 탈법자로 몰아가겠다는 겁니다. 이것이 이 정권이 말하는 '법치'입니다. 검찰은 정의와는 한참 멀어졌고요.
김상수 : 국회에서 예산 심의도 하지 않고 4대강 사업이라고 이미 착수했습니다. 국가재정법, 하천법, 수자원공사법, 환경정책기본법을 위반하고 국회예산심의 의결권도 침해했습니다. 막무가내로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법률과 헌법 위반으로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됩니다. 국회의 4대강 사업 반대 의원들은 탄핵소추를 준비해야 합니다. 법치는 대통령도 치외(治外)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님의 오늘 모습도 법치의 치열한 주문이고 행동입니다. 물러서지 않으셔야 합니다.
김정헌 :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고 물러날 데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사회에 무너진 상식을 세워 일으키는 싸움을 걸고 있는 겁니다.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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