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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스테르담 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아이언 크로우즈' |
ⓒ F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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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사상 최초로 대상 수상작이 탄생했다. 지난달 28일 거행된 암스테르담 다큐멘터리 영화제(IDFA)시상식에서 경쟁부문 중편부문에 한국의 박봉남 독립PD가 연출한 'Iron Crows'(아이언 크로우즈)가 대상을 차지했다. 또한 '아이언 크로우즈'는 관객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도 종합3위에 올랐다.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는 다큐제작자들이 일생에 단 한 번 만이라도 본선 경쟁에 올라 가는 것을 꿈으로 삼고 있다는 권위있는 영화제다. 이번에 대상을 차지한 '아이언 크로우즈'는 방글라데시 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치타공을 배경으로 선박 해체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서 독립제작사 FNS 강경란 PD가 제작을 맡고, 박봉남 PD가 연출했으며, 서연택 감독이 촬영을, 문예원 작가가 구성을 맡았다.
마케팅과 배급을 맡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이스트의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언 크로우즈'는 이미 폴란드의 플래닛 다큐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을 포함해 총 7개 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아이언 크로우즈'는 지난 7월 KBS 5부작 다큐멘터리 <인간의 땅> 시리즈 가운데 <철까마귀의 날들>이란 제목으로 방영된 바 있으며 극장용으로 재제작되어 이번 암스테르담 영화제에 출품되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못하는 일을 독립PD들이 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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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봉남 PD의 대상수상 소식을 전한 네덜란드 언론기사 |
ⓒ IDF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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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암스테르담 영화제를 보면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방송사 PD들이 아닌 독립PD(프리랜스 PD )들이 세계 각국의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PD는 방송사에서 지원하는 엄청난 제작비와 고가장비의 혜택을 보지 못하면서도 특유의 뚝심과 근성으로 세계 각국의 뉴스현장과 오지를 누비고 있다.
이런 집념은 단시간에 작품을 만들어 내야하는 지상파방송사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기획물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립PD들의 작품이 서서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미 금년 봄에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워낭소리>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워낭소리>를 연출한 이충렬 PD 역시 독립PD로서 전형적인 농촌에서 소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의 삶을 3년에 걸쳐 진지하게 담아냄으로서 이 시대의 아버지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족적을 남긴바 있다. 관객 350만을 동원한 '워낭소리'는 미국의 선댄스와 캐나다의 핫독의 본선 경쟁작으로 노미네이트된 바 있고 핫독에선 'HBO'상을 받았다. 이어 오는 12월 부터 미국뉴욕 필름 포럼에서 상영되는 영광을 얻었다.
이성규 PD가 제작하고 이승준PD가 연출 한 <신의 아이들>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받았고 북아메리카 최대의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캐나다의 '핫독필름페스티벌'에 초청 받았으며 미국의 다큐멘터리 최대 배급사인 뱅가드, 헝가리의 국영채널, 홍콩과 대만의 방송 채널, 프랑스의 아르떼와 계약을 맺은바 있다.
이처럼 독립PD에 의해 제작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방송프로그램과 영화의 세계화란 측면에서 크게 고무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독립PD들의 위상제고란 측면에도 기여하는 바 크다.
독립 PD의 작품 제작과정은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
그러나 독립PD들이 한편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눈물겹다. 분쟁지역 전문가로 알려진 강경란 PD가 제작하고 박봉남 PD가 연출하여 이번에 대상을 차지한 '아이언 크로우즈'도 방송사에서 지원해준 제작비로는 턱없이 모자라 가족이나 친척들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야 했으며 3년이 넘게 제작기간이 걸려 막상 자신들의 생계는 챙기지도 못한 걸로 알려져 있다. 프리랜스 PD 이성규씨는 아예 부업으로 인도음식 전문 레스토랑을 운영하여 부족한 제작비를 대고 있다.
<워낭소리> 연출로 유명해진 이충렬 PD도 영화를 제작하면서 몇차례 제작을 중단할 뻔한 위기를 넘겼으며 <신의 아이들>을 연출한 이승준 PD 역시 7년에 걸쳐 작품을 만드느라 개인적인 욕망은 모두 포기했다고 한다.그나마 이미 유명세로 잘 알려진 독립PD들은 행운아로 불리운다.
수 많은 독립PD들이 방송사PD들이나 스태프들보다 월등히 많은 노동시간에 시달리면서도 정작 제작비는 턱없이 적게 지급받고도 울며 겨자먹기로 제작에 매달리고 있다.또한 형편없는 제작비를 지원받고도 일단 방송이 되면 저작권이 모두 방송사에 귀속되는 불합리한 계약관행으로 독립PD들이 설땅을 잃고 있다.
"들꽃처럼, 두 여자 이야기"로 PD대상 독립제작 부문 작품상을 받은 이승준 PD는 수상 소감에서 "독립 PD들은 늘 배고프다 7년간 공들인 작품이 방송에 나가면서 저작권을 더 이상 갖지 않게 됐다. 늘 배고픈 독립 PD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PD저널'의 이선민 기자는 "<워낭소리>대박행진 뒤에는 20여 년 동안 이어온 독립PD들의 비애가 있었다. 독립PD들은 외주제작 다큐멘터리에 대해 제작비를 낮게 책정하고 독립PD들에게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지상파의 제작관행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볼 시점이 됐다"고 쓰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나름대로 엄청난 제작비를 대면서 저작권을 갖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최영기 독립PD협회장은 "과거와 같이 하청식으로 독립PD들을 대할 것이 아니라 저작권을 공유하고 윈-윈 할 수 있는 제작시스템을 만들어 서로 상호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훌륭한 방송프로그램 뒤에는 독립PD들의 큰 활약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공은 묻혀있고 과소평가되고 있다. 늘 방송사들이 독점적으로 저작권을 가져갔기 때문이다.그래서 방송사에서 한 번 방송을 하고 나면 다양한 채널또는 수출로 재가공하여 유통시킬수 있는 권한이 독립PD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수 년간을 제작에 매달린 독립PD들이 가장 아쉬워하며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저작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암스테르담 다큐영화제 대상수상을 계기로 독립PD의 역량이 다시금 떠오르고 한국의 제작역량이 새삼 국제무대에 알려진 계기가 되었지만 아직도 저예산에 시달리며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매달리면서도 자기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독립PD들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세계무대로의 진출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방송사와 독립PD들이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 갖추어야
독립PD들은 늘 자금난을 겪는다. 독립제작사나 독립PD들은 영세해서 수천만 원의 제작비를 한꺼번에 투자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요즈음 같이 HD화질을 요구하는 상황에선 고가의 HD카메라를 구입내지 대여하기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실정이다. 그나마 방송으로 방영이 되었을 경우에는 일부라도 제작비를 건지지만 그것 마저도 불발이 될때는 아예 제작비 전부를 날리기가 십상이다.
국민들의 심금을 울려준 <워낭소리>도 방송사와의 협상결렬로 결국 방송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영화로 빛을 본 케이스다. 그래도 영화에서 저력을 발휘하여 다큐멘터리 제작에 실낱같은 희망을 던져 주었다.
독립PD들이 방송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제작하는데는 제작기간 못지 않게 기획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러한 기회비용은 고스란히 독립PD의 몫으로 주어진다. 따라서 소중하게 제작한 프로그램이 사장되면 독립PD의 노력은 물론 중요한 컨텐츠가 사라진다는 측면에서 독립PD들에 대한 방송사들의 전향적인 대책마련과 함께 제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모처럼 암스테르담 다큐영화제에서 대상을 거머쥔 쾌거에 축배를 들면서도 암울한 기운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독립PD들의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이 참에 방송사들과 독립PD들이 윈윈할수 있는 전략적 공생의 해법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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