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면서 만감이 교차하였다. 철도노조 파업 집회를 하는 날 들어야 했던 투쟁사가 마음을 흔든 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의 진정성이 너무도 절박하게 다가와서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며 철도 이용 고객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참아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철도노조 파업집회에 연대 차원에서 동참을 하였다. 그 자리에서 정년이 몇 날 남지 않은 한 노동자가 무대에 올라와서 아주 짧은 회고를 하였다. 7년 동안 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데 정년이 몇 날 남지 않아서 복직 투쟁을 함께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 말소리에는 어떤 떨림이나 회환이 묻어 있지 않았고,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한 인간의 자존감이 있을 뿐이었다. 말이 7년이지 어떻게 그렇게 긴 세월 동안 투쟁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내가 철도를 이용하면서 정부에서 하고자 하는 것 중에 가장 두려운 것이 민영화와 아웃소싱이라는 제도이다. 기관을 조각내어 하청을 주어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하는 것은 앞으로 몇 년이 안되어 사회적 문제로 폭발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체념을 하고 이대로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싶어도 희망이 없는 비정규직 무기계약직으로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고사하고 양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깍을수록 내수경기는 절대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가 쓸 돈이 없는데 공장이 돌아갈 리도 만무이다. 지금 당장의 정권의 잇속을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여 비정규직을 대량 생산해낼 때 사회적 비용이 너무도 커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고 나가겠다는 것은 3년 남은 임기라서 뒷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대통령으로서 직무유기이다. 그럼에도 적절한 타협은 불가하다는 식의 발언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말은 대통령 직무 선언도 형식상 한 요식행위에 불과함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대통령 공약으로 세종시를 하겠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그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것과 같은 행태이다.
철도노동자가 임금만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철과 마찬가지로 기관사 한 명이 운전하는 기차를 타려고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최소한 용변은 어찌 처리할까였다. 혹시 운전하다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누가 대신 운전을 해줄 수 있을까 , 특히 야간 운행을 할 때면 어둠 속을 바라보다 보면 졸음이 오지 않을까, 더구나 더 걱정인 것은 안전 점검 요원 수가 줄어들 때 과부하가 걸리는 작업은 어떻게 처리할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오싹해지곤 했다.
실제로 기관사들을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이고 나서 과로사나 설사가 나서 전철문을 열고 용변을 보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기관사들의 죽음이 점점 늘어간다는 소식은 참으로 비감하게 했다. 기관사들도 인간이다. 기계가 아니다. 자기 몸을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아프거나 갑작스런 상황이 몸에 이상이 올 수도 있다. 그런데 운행하는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가정하에 추진된 것이 기관사 1인 운행제도이다.
철도노동자가 아니라서 기차 정비는 제대로 점검이 되고 있는지, 인원 수를 점점 줄여나간다는데 적은 인원으로 안전하게 점검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철도를 이용하는 고객으로 철도사장에게 적어도 3가지 정도를 요구한다.
1. 기관사 1인 승무를 폐지하고 2인 승무를 해야한다. 승객들의 안전을 맡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의 수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불철저한 KTX 시행 계획에서 불거진 적자를 노동자의 수를 줄여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적자 운영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처음 계획부터 잘 세웠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비용의 적자를 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돌려 희생을 요구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입안했던 사람들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서민정책을 하겠다고 떠들면서 우등 열차와 새마을 열차는 편 수를 일시에 줄여서 이용하는 고객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증편할 계획이 없어보이는 지금으로서는 정작 누구를 위해 운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민주공화국으로서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좀 더 국가에서 배려를 받음으로 해서 삶이 윤택해지는 방향으로 진전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아서 철도 노동자들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무기계약직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민영화를 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기차값이 올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기 위해 지금 투쟁을 하고 있다.
지금 실시되고 있는 파업투쟁은 위에서 열거한 복합적인 것에 대한 개선과 요구를 단체교섭에 담아 교섭을 진행하는 중에 일방적으로 단체교섭을 사장이 파기하면서 빚어지게 된 것이다. 아무리 낙하산 사장이라고 해도 그렇지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한다면 기본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기본 상식이 있다하더라도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지 않았다면 이런 사태까지 발전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사장의 단체교섭 중의 파기는 무식하고 반민주적이며 과잉 충성이기도 하다. 거기에 부채질하는 대통령의 언질까지 있었으니 날개를 달았다고 생각할까 심히 걱정이 된다.
3. 철도 사장은 빠른 시일 내에 단체교섭에 복귀해서 위와 같은 난제들을 풀어야 할 법적 책임을 다해주기 바란다. 과도하게 권력의 힘만 믿고 노동자를 짓밟으면 짓밟을수록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기 바란다. 노동자의 실업은 미국 경제까지 휘청이게 하고 있다.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닌 것이다. 노동자들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협의해서 조절하는 것이 단체교섭에서 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사태의 가장 빠른 해결은 바로 이 방법 밖에는 없다.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을 만큼의 숫자가 아니다. 징계를 한다고 해서 사라질 문제도 아니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승객에 대한 오만이며 무책임이다.
나는 자주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으로서 철도 파업으로 인한 잠깐의 불편은 참을 수 있다. 노동자들이 좀 더 행복해지는 것이 내게도 승객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파업 승리가 좀 더 나은 기차여행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순간의 불편은 미래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민주주의가 좀 더 성숙되어지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끝까지 파업투쟁이 승리하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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