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촛불

검진한다며 초등 여학생 가슴 만진 교사 유죄

검진한다며 초등 여학생 가슴 만진 교사 유죄
추행 혐의로 기소된 기간제 교사 1·2심 무죄→ 대법 '추행죄' 인정
09.10.11 16:30 ㅣ최종 업데이트 09.10.11 16:30 신종철 (sjc017)

건강검진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 등을 만져 '추행' 혐의로 기소돼 1ㆍ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목사이자 기간제 교사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L(60)씨는 1971년부터 교사로 재직하던 1988년 목사 안수를 받고 다시 교사로 활동하던 중 2007년 9월부터 12월까지 경기도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음악과 영어 수업을 담당했다.

 

그런데 L씨는 2007년 10월11일 학교 연구실에서 당시 5학년인 A(12ㆍ여)양에게 건강검진을 해준다는 구실로 책상 위에 눕게 한 다음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과 배를 만져 추행했다.

 

L씨는 또 지난해 11월25일 학교 연구실에서 3학년 B(10ㆍ여)양에게 맥박을 짚어준다는 구실로 가슴과 옆구리를 만지는 등 3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8회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신체접촉 당시 추행의 범의 품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1심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연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L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여학생들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의 행위는 다소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학생들에게 신체접촉을 한 장소는 다른 학생들도 함께 있었던 연구실이거나 교실인 점, 또 피고인이 비록 의료자격증은 없지만 수지침과 상담치료에 관심이 많아 평소 학생들에게 진맥이나 건강검진을 해왔고, 학생들이 호기심으로 피고인에게 진맥 등을 요구했고, 피고인이 이에 응해 신체접촉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고인이 교사생활을 하거나 목회 활동을 하면서 추행으로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신체접촉을 할 당시 추행의 범의를 품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행위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성적으로 민감한 신체부위 접촉한 것 아니야"

 

그러자 검사는 "피고인이 교사의 지위에서 목회 경력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 초등학교 여학생에 대해 건강검진을 이유로 교묘하게 지능적으로 추행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는 지난 3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의사자격 내지 양호교사 자격이 없는 피고인이 학부모의 동의도 없이 교장에게 사전에 알리지도 않은 채 여자 초등학생의 배와 가슴 부위에 대해 옷 속으로 신체접촉을 하는 행위는, 해당 초등학생이 아직 12세로 의사표현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성적 장애가 없는 상태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미성년자인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A양이 방과 후에 호기심에서 자진해 피고인에게 진맥을 부탁하기 위해 계속해서 친구들을 데리고 연구실로 찾아간 점, 피고인이 정식으로 수지침을 배워 교회 신도 등에 대해 건강검진을 해왔고, 양호교사가 없는 해당 초등학교에서 평소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는 학생들에게 진맥해 주는 등 건강관리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연구실은 교무실과 가깝고 복도에서 들여다 볼 수 있으며 교사들의 개인사물함이 있어 사실상 공개된 장소인 점, A양의 건강검진 차원에서 배와 가슴부위를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두드리고 손바닥으로 압박한 것 외에 달리 성기 또는 성적으로 민감한 신체부위를 접촉한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A양의 어머니도 피고인의 건강검진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추행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당시 피고인에게 추행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 일으켜…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해"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L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대법원은 피해자 3명 중 A양이 가슴을 만질 때 싫은 내색도 했고, 싫다는 얘기도 했다고 증언했고,또 피해자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A양과 함께 갔던 다른 여학생은 피고인이 가슴을 만질 때 황당해 하며 적극적으로 싫다는 표현을 했고, 또다른 여학생은 성폭력을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적극적으로 유죄 판단의 근거로 해석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피해자가 호기심에서 피고인을 먼저 찾아갔고 함께 간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한 행위여서 성욕을 자극ㆍ흥분ㆍ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L씨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으로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그로 인해 정신적ㆍ육체적으로 미숙한 피해자의 심리적 성장 및 성적 정체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어 '추행'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고, 나아가 추행행위의 행태와 당시 정황 등에 비춰볼 때 L씨의 범행 의도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당시 피고인에게 추행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것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A양과 함께 피해자에 포함된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L씨가 이마나 옆구리 등을 만지거나 툭툭 쳐보고 건강이 좋지 않다고 말해준 점을 감안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