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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위하여

‘양치기 노동부’ 반성없이 “신뢰할 통계 아니다”

‘양치기 노동부’ 반성없이 “신뢰할 통계 아니다”

한겨레 | 입력 2009.09.04 19:40 | 수정 2009.09.04 23:20 |

[한겨레] '7월 해고대란' 허구 판명

계약기간이 2년을 넘은 비정규직 10명 가운데 6명의 고용이 유지됐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그동안 70만~100만명 '해고 대란설'을 주장하던 노동부는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등 무책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7월부터 매달 6만8만명 해고"주장 머쓱
'알고도 의도적으로 퍼트린 것 아니냐' 지적도
'기타 26.1%' 놓고도 "고용불안" 해석 '눈총'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올 7월부터 매달 6만~8만명 정도가 해고될 것"이라며, 비정규직 기간 제한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법) 제4조는 '2년을 초과해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그 노동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을 체결한 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을 맞는 올해 7월에 대량 해고가 시작될 것인지 여부는 전사회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노동부가 4일 내놓은 사업체 1만4331곳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법 적용과 함께 일터를 떠난 노동자는 37%에 그쳤다. 이는 "7 대 3의 비율로 해고자가 많을 것"이라던 노동부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노동부가 밝힌 '계약 종료자' 37%에는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거나 직장을 옮긴 이도 포함돼 있어, 이를 고려하면 실제 비정규직법의 정규직 전환 조항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더 줄어들게 된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경영계 입장을 고려해 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려고 의도적으로 '고용 대란설'을 퍼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날 "지금 상황에서 입장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한나라당과 논의를 하기로 했으니,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또 한나라당과 함께 기간제 계약을 몇 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비정규직 대책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노동부는 고용정책 주무부처로서 근거도 없는 '100만 실업 대란설'을 앞세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것에 사과하라"며 "정부는 비정규직법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동부는 외부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긴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거나 "신뢰할 수 없다"고 평가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노동부는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시점에 다시 기간제 계약을 하거나, 특별한 계약 없이 계속 기간제로 고용된 26.1%를 '고용 불안' 대상이라며 정규직·무기계약직과 다르게 구분했다. 신영철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법적으로는 무기계약직이 맞지만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기간제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고용이 불안한 상태"라며 "법의 효력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조사 결과에 대해 "처음 시작한 통계인데다 조사기간이 짧았고 설계 준비도 부족했던 만큼, 신뢰할 수 있는 통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36.8%)나 기타로 분류된 무기계약직(26.1%) 모두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해고를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고용 형태에 전혀 차이가 없다"며 "노동부가 예상했던 해고자 수가 나오지 않으니까 '고용 불안 대상' 등 자꾸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