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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문학, 청소년 문학

앤서니 브라운 한국 오다

"글·그림 사이를 '상상력'으로 채우게 하세요"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제대로 보는 법'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63)이 처음으로 한국 독자들을 찾아 내한했다. 앤서니 브라운은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어디든 그의 책이 한 권쯤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작가다. 지난 4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동화책 속 세계 여행' 원화 전시장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아이들에게 교훈 아닌 '상상력'을 주고 싶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에는 주로 고릴라나 침팬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 역시 '고릴라'라는 제목의 책. 일곱 번째 작품인 '고릴라'는 그림책 작가로서의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그에게 그림책이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작품을 써나가야 할지를 알려준 작품이다. 고릴라와 침팬지는 인간과 유사한 동물이기에 아이들이 더욱 호기심을 갖는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으로써 독자층을 한정 짓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그는 "특정 연령층이나 또래집단, 국적 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쓰지 않는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을 뿐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책을 읽는 아이들은 걱정, 두려움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커간다.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아래는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허재성 기자 heophoto@chosun.com

"저는 작품 속에 특정한 메시지를 담지는 않아요. 아이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든 간에 '그 감정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걸 깨닫게 해주고 싶어요. 걱정과 외로움, 두려움을 자기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 그래서 너는 결코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자 합니다. 또 어린 시절 제가 좋아했던 그림책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들을 즐겁게 해줄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요."

앤서니 브라운은 아이들이 자신의 책에서 교훈이 아닌 '생각'과 '상상력'을 얻길 바란다. 그래서 작품의 결말을 늘 열어 놓는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볼 '무언가'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이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은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그가 던지는 과제다. 가끔 책을 읽은 아이들이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느냐고 물으면, "결말은 너희가 생각하는 대로야"라고 답한다. 그의 작품은 표지부터 꼼꼼히 살피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 "그림에는 글에서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단서가 숨어 있다"며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면,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림책의 매력은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에 있어요. 글만, 또는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가 혼합돼 있죠. 글과 그림 사이의 간격을 독자, 즉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간혹 그의 작품이 아이들이 보기에 조금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내가 쓰는 작품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들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생각의 폭, 상상력, 색채 감각 등 아이들의 능력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뛰어납니다. 제 작품 '돼지 책'을 예로 들어 볼까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단순한 그림일 뿐이지만 아이들은 돼지 책 그림에서 옷에 달린 배지 속의 돼지 모습까지 찾아내곤 해요."

◆책은 부모와 자녀 사이 '소통'의 매개체

그는 자녀교육에서 '독서'를 매우 중시한다. 책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소통'의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인생 전체로 대화의 주제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부모로 변하게 된다. 그는 아이들과 밤마다 함께 책을 읽은 경험담을 들려줬다. 어릴 때는 직접 책을 읽어줬고, 아이들이 혼자 읽을 수 있게 된 뒤에도 함께 책 읽는 시간을 뒀다고 한다. 항상 책을 가까이 접하며 자란 덕분일까. 그의 아들은 다음 작품을 함께 준비할 만큼 상상력 넘치는 청년으로 자랐다. 앤서니 브라운은 "책을 읽으라는 말보다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독서 경험을 아이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림책을 읽는 것 또한 아이들에겐 하나의 경험이 돼요. 부모들은 현재 '아이들이 보는 것'에 집중하길 바라요. 5세가 지나면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들을 자꾸 잊어버리거든요. 어디에서 영감을 얻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저 역시 읽은 책, 본 영화, 경험 등에서 영감을 얻어요. 상상력은 아이들이 현재 보고, 듣고, 느끼는 데서 자란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앤서니 브라운은 누구

1946년 영국 출생. 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하고, 3년간 맨체스터 왕립병원에서 의학전문 화가로 일했다. 이 경험이 그의 극사실주의 그림에 영향을 미쳤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마그리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사실적인 그림에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1983년 '고릴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과 커트 매쉴러상, 1992년 '동물원'으로 두 번째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 작가에게 주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 '미술관에 간 윌리' '돼지 책' 등의 작품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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