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0시간 운전을 해서 강화에 다녀왔다. 빠른 길을 검색한 자료가 오히려 더 먼길로 되어 버렸다. 사고 차량 3건으로 막혔고, 더구나 경인 고속도로는 그냥 정체와 비슷했다. 여기를 날마다 지나다녀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차 안에 있는 테이프 중 양희은 것이 있는데 올라갈 때 너무 졸려서 노래를 소리 소리 높이며 따라불렀다. 특히 '사랑이 가면'에서는 최고 볼륨으로 악악 소리 지르면서 잠을 쫓았다.
처음 간 곳은 스위스 어쩌구 였다. 전등사를 지나 한참인 곳을 설명할 때 바로 인 것처럼 해서 결국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고 찾아 헤매니 한 참 멀었다. 도착해서 보니 전형적인 러브모텔이었다. 그 퀴퀴한 냄새라니. 침대라고 있는데 보기만 해도 끈적임이 묻어나는 듯 해서 괜한 진저리가 났다. 아이들을 4층과 3층으로 나눠서 재운다고 하는데 4층에 장기 투숙객 남자가 있단다. 층 아래도 어렵단다. 그래서 계약서를 가지고 갔다가 그냥 나왔다. 등나무 의자 카폐가 식당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멀리 보이는 주방이 참으로 불결해 보였다. 화장실에서 나는 악취는 더욱 마음을 돌려놓았다.
그 다음은 그린 어쩌구였다. 한낮이라 한가했다. 식당이라는 곳에 이부자리 손수건 빨아널은 것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었지만 굳이 다른 곳을 더 가봐야 싶었다. 굉장한 수다였다. 4군데 밖에 학생을 받지 않는단다. 마니산, 그린, 스위스, 강화 이렇게란다. 그래서 서류들도 서로 주고 받고 한단다. 가계약이라도 할려니까 서류를 다 해줄 수 없다거나 아이들을 분산 배치를 내 마음대로 하라거나 음식을 즉석에서 해주기 때문에 식중독 문제는 없다거나 동막 해수욕장 관리인을 잘 아는데 싸게 해수욕을 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거나 하면서 그 때까지 점심을 굶은 것을 측은해 하며 감탄을 했다. 대부분 사전 답사는 없고, 와도 아이들끼리 밥 먹고 선생님들은 따로 대접을 받는다며 어쩔거냐는 투다. 그래서 아이들과 똑같이 자고 똑같이 먹을 거라고 하니까 그런 사람 못 봤단다. 어쩌다가 여선생이 아이들하고 먹기는 하는데 하면서 말꼬리를 흐린다. 행정실장에게 서류 때문에 세번이나 전화를 했다. 가고 싶은 곳으로 정하면 서류는 그 다음이란다. 사고가 날까봐 미리 받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 알아보고 싶지도 않았다. 가계약서를 자필 작성해서 도장을 받고 나왔다.
나오다가 강화 어쩌구에 들렀다. 위치가 가장 가까왔다. 지나쳤는데 혹시나 싶어서 차를 되돌려서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누구 안계시냐고 소리를 여러번 치니 그제야 남자 둘이 올라왔다. 방을 1층 전체를 주고 가격도 23000원에 해준다고 했다. 식단이 똑같았다. 정말 서류를 서로 돌려가며 쓴다더니 싶어서 쓴 웃음이 났다. 자기도 충남 사람이라면서 어느 학교냐고 물어서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잘 안단다. 가계약서를 써달라고 했더니 40명? 이러면서 에개개 하는 표정이다. 어찌 되었든 목표한 대로 한 층에 모두 모여 있을 수 있고 방 크기 비슷해서 불만도 없을 듯 하고 우선 밝고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익숙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했던 데를 하는 것이 좋구나 싶었다. 마니산은 너무 멀었다. 그래서 점심을 와서 먹는 것으로 정리하고 돌아오니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드는 걱정은 먼저 가계약 한 분에게 사실대로 말씀 드려서 통보해야겠는데 어쩌나 하는 것이다. 정직한 것이 가장 좋으니 그렇게 이야기 해서 마무리 짓자하고 마음 먹었다.
'미식'이라는 데서 동태탕을 점심겸 저녁으로 먹었다.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밥집을 고르는데 마음에 드는데 스치거나 해서 그냥 지나친 곳이 많아 아쉬웠다. 이 집은 미리 눈에 띄여서 들어왔는데 작지만 깔끔하고 조용했다. 맛나게 먹으면서 너른 들에 두루미 한쌍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광훈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서 그나마 얼굴은 커녕 목소리도 못 듣고 돌아와야 했다.
인터넷만을 믿었다가 사전 답사를 오지 않았다면 어찌했을까 끔찍했다. 이것 저것 궁리를 하느라고 잠이 오지 않았다. 올 때는 아는 길로 왔다. 올림픽 대로와 88고속도로를 통해 한남대교 쪽으로 오니 3시간 반 걸렸다. 갈 때는 6시간 걸렸는데. 그나마 너무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5번이나 쉬어야 했다.
막내가 그런다 엄마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을 아이들은 알기나 하는지 그래서 욕이나 안하면 다행이지라고 대답을 해줬다. 너무 힘들어서 아뭇것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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