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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6월 29일 0시 서울 시의회 골목에서 경찰 강제 무력진압하다

그날 밤 12시,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6.29 17:21 | 최종수정 2008.06.29 18:41


[한겨레] 서울시의회 골목 무차별 진압 현장 영상 잡혀

누워 있는 시민들 짓밟고 진압봉으로 내려쳐

[시민 제보영상] 경찰 서울시의회 앞 '6·29 진압'

이날은 거리 곳곳에서 촛불들이 피를 흘렸다.

28일 밤에서 29일 새벽까지 벌어진 52회째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는 방패에 찍히고 진압봉에 맞거나 군홧발에 짓밟혀 유혈이 낭자했다.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 도로에서 시민들과 대치하던 경찰은 저녁 12시께 서울시의회 옆 골목으로 전경들을 투입하며 시위대의 허리를 잘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좁은 골목에 누워 진압을 저지하던 시민들을 밟고 곤봉과 방패를 휘둘렀다. 약 5분간 이어진 경찰의 진압 과정을 시민 최환성(39·인터넷 방송 솔루션 개발자)씨가 6미리 카메라에 담아 < 한겨레 > 에 제보했다.

최씨는 < 한겨레 > 와 통화에서 "10여 차례 촛불집회를 취재했었는데, 경찰이 시민들을 밟고 곤봉과 방패로 내리찍는 장면에 충격을 받아 카메라를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무자비한 폭력경찰의 행태를 널리 널리 알려서, 다수의 국민들을 대신해 새벽에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시위를 벌이다 전경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시위대가 폭력집단으로 오도되지 않도록, 그리고 더 많은 국민들이 미친소 수입 반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겨레가 꼭 힘써 주시길 바란다"며 글을 덧붙여 보내왔다. 아래는 최씨가 한겨레에 보낸 메일의 전문이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시민 최환성씨의 제보메일 전문

어제 서울시의회 골목에서 벌어진 경찰의 폭력진압 장면인데 한겨레 동영상 기사 중 일부에도 해당 내용이 있기는 있더군요.

 그런데 자세한 장면이 없고 화면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데 제 영상 보시면 경찰 투입 과정부터 시위대가 눕는 장면에 이어 경찰이 장봉과 방패로 시민을 폭행하고 군화발로 밟는 영상이 조명 아래에서 확실히 보입니다.

 
 당시 현장 상황은 태평로 시위대 방송차량에서 시의회쪽 골목으로 진압 경찰 투입될 조짐이 보인다는 방송이 있었고 시위대 일부(약 100여명)가 막기 위해 골목으로 올라갔습니다.

 저도 그분들 따라 올라가서 시위대 앞쪽 담장 위에 (철제담장이라 올라 설 수가 없었음) 걸터앉아 전경들이 투입되는 장면을 몇 컷 찍었고 시위대는 전경을 막기 위해 시의회 건물 앞에 있던 화분을 그쪽으로 가져와 간이 바리케이드를 치려 하는 중이었습니다.

 
 바리케이드를 제대로 치기도 전에 전경들이 시민들 앞으로 뛰쳐나와 대오를 갖추었으며 전경들과 대치하자 시위대 앞쪽에 있던 (YMCA 회원들이라 함) 시민들 약 5줄 가량이 도로에 누워버렸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전경들은 시위대를 밟고 올라서면서 방패와 곤봉으로 시위대를 가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전경 뒤쪽에 있던 지휘관이 "옆으로 파고 들어가"라고 명령을 내리면서 제가 앉아 있는 담장 쪽으로 몇 명의 전경이 파고들면서 뒤쪽에 누워 있거나 서 있던 시민들에게도 방패와 곤봉을 휘둘러 댔습니다.

  얼마간 담장위에서 버티던 저도 전경이 휘두르는 곤봉에 맞을 것 같아 담장 너머로 넘어와 현장을 계속 촬영했는데 곧이어 전경들이 옆 뿐 아니라 도로 전체에서 누워 있는 시위대를 밟으며 진압을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시위대는 후퇴하고 저도 후퇴하는 시위대와 전경을 따라 이동하여 시의회 앞에서 대치하는 상황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처음 대치했던 자리에 몇 명의 시민들이 군홧발에 밟혀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의회 앞에서 해당 전경들이 대오를 정렬하는 상황에 저는 태평로로 내려와 있었는데 곧 태평로 전경버스 뒤에서 나온 전경들의 진압에 뒤로 밀리다가 앞서 후퇴하던 시민들 몇 분이 넘어지고 저도 그분들에게 걸려 넘어지면서 카메라를 떨어뜨렸습니다.

 
 결국 카메라는 배터리, 플래시, 본체로 분리되고 저는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전경들 틈에서 간신히 카메라를 건졌는데 사라진 배터리는 그렇다 치고 눈앞에 보이는 플래시도 전경들이 방패로 밀치는 바람에 건지지 못하고 뒤로 빠져야 했습니다. 결국 카메라도 삐거덕 거립니다. ㅜㅜ

 
 아무튼 전체적인 상황은 이러하고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경찰의 행태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지금도 이글을 쓰며 당시 상황을 떠올리니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무참한 폭력경찰의 행태를 제발 널리 널리 알려서, 다수의 국민들을 대신해 새벽에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시위를 벌이다 전경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시위대가 폭력집단으로 오도되지 않도록, 그리고 더 많은 국민들이 미친소 수입 반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겨레가 꼭 힘써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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