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징글하다. 이번 주는 날마다 나가게 되나 보다. 오늘은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 마당이어서 5시부터 대전역 광장에 연좌하고 있었다. 대회는 2시간 만에 끝났지만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라서 허리에 여간 무리가 가는 것이 아니다. 일어설 때는 엉거주춤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모른다.
조직의 깃발들이 휘날리고 비대위원장이신 지부장님의 투쟁사가 이어졌다. 오늘 들은 투쟁사 중에서는 5명의 학교 비정규직, 자동차 휠을 만든다는 assa , 생명공학연구소의 KIST와의 통폐합 반대를 하고 있는 생명연, 콜텍 등 나오셔서 자기 사업장의 상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어떻게 저토록 질기게 싸울 수 있는 것인지 싶다.
싸움에 나오는 가족단위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인물들이 눈에 띄였다. 은발의 제주 갈옷을 곱게 차려입으신 할머니였다. 오늘도 곱게 입고 오셔서 서 계셨다. 스스로 집회 매니아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모두들 힘겨운 조건 속에서 나서는 것임을 잘 안다.
3차선을 막고 도청 앞까지 거리를 돌아 대전역으로 오다가 경찰청 앞에서 몇 가지를 소리쳤다.
------------------이어서 쓴다. 너무 졸려서 쓰다가 잠이 들었다.
중부경찰서 앞에 처음으로 전경들이 빙 둘러 서 있어서 우리가 더 놀랬다. 민주노총 파업이라고 하니까 무슨 불상사라도 생길까봐 경찰서를 에워싸고 있었는지 싶으니까 어이가 없었다. 한번도 불상사가 빚어진 적이 없는데 너무도 과잉이다. 그래서 그 앞에 멈춰서서 소리 소리 질렀다.
"어청수를 구속하라"
"어청수를 파면하라"
"연행자를 석방하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민주노총 파업대오가 그대로 촛불과 결합이 되면서 그 수가 더 커졌다.
생명연이 결합이 되어서 그런지 말끔하게 양복으로 차려입고 서류가방을 든 교수풍의 사람들이 꽤 많이 눈에 띄였다. 거리 행진을 하는데 구호도 잘 외치지 않고 그저 촛불만 손에 든 채 묵묵히 걷고 있었다. 같은 곳에서 나왔는지 아는 사람들과 담소를 조근 조곤 나누는 것도 이채로웠다.
집회 때 늘 보는 것이지만 자리를 뜨는 행위는 참 밉살스럽다. 연좌해서 앉아 있는 사람들 중 편하고 쉬워서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함께 참지 않고 늘 그렇게 자리를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여기저기 빈 자리가 눈에 거슬렸다. 함께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인데 그 정도도 못 참을까 싶기도 하고. 마구 담배를 피워대는 사람들 때문에 목이 아팠다. 그리고 연좌하지 않고 늘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은 정말 꼴불견이다. 그런 류의 태도들이 정말 싫다. 집중하고 온 마음을 다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결의대회가 끝나고 촛불로 넘어가면서 밥 먹을 시간을 20분 주었다. 김밥을 옆에 앉은 노조에서 많이 준비를 해와서 얻어먹고 있는 병휘동지가 맛난 김밥을 금방 사가지고 와서 고마웠다. 늘 궂은 일은 도맡아 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동지 중 한 명이다. 흉내를 내려고 해도 따라하지도 못할 것 같다. 물을 마시고 나니 살 것 같았다. 매연, 담배, 구호 때문에 목이 다른 때보다 더 아팠다. 노래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많이 갑갑했다.
서울도 정의구현사제단이 앞장 서지 않았음에도 비폭력 평화행진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웃었다. 경찰이 강제 진압을 하지 않으면 이처럼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어왔던 것을 강경쪽으로 강제진압을 하면서 시민을 폭도로 매도하려고 했던 것이다. 아마 좀 더 진행이 되었더라면 그렇게 하고도 남았을 일을 정의구현 사제단이 그 고리를 끊어버린 것이다. 늘 이렇게 기회와 해야할 필연이 절묘하게 만나게 되는 지점이 있다. 그 순간을 사제단이 맡아서 해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늘 역사적 소명의식이라는 것에서 가장 먼저 그 분들을 떠올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5일 토요일 저녁집회가 어느 정도 규모로 결집이 될 것인지 기대가 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답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그냥 무시하고 정국 운영을 해버린다면 이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어떤 잔머리들을 굴릴까? 그런 잔머리로 나온 것들이 모두 답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잔머리 외에는 나올 것이 없다. 그게 답답하고 절암스러운 부분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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