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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생각해봅시다

그들만의 교육감 선거?





그들만의 교육감 선거?


그들만의 교육감 선거?
서울 내달30일 첫 市民직선제… 대부분 몰라
평일에다 휴가시즌… 투표율 10% 안팎 우려
선거비용 320여억… 자칫하면 후유증 클 듯
김남인 기자 kni@chosun.com>kn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평화의 광장' 상설 무대 앞. 저녁 7시30분부터 열리는 '마포 열린음악회'를 관람하기 위해 1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100m나 줄 서 있다.

줄의 맨 앞쪽에는 '7월 30일 서울시민이 교육감을 직접 뽑습니다'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이 2개 붙어 있고 선관위 직원들이 같은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지만 눈길을 주는 시민들이 거의 없다.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사상 처음으로 서울시민 직선제로 치러지면서, 선거관리 위원회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물색해 집중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교육감을 (전체 시민들이) 직접 뽑는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서울시민들이 교육감을 직접 선출하는 서울시교육감 선거(7월 30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출마자 그들만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지역 1036개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교원과 일반 행정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연간 6조원이 넘는(2008년 기준) 예산을 집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학교 자율화 정책'에 따라 교과부의 초·중등 교육 관련 업무를 대폭 이양받아 초·중·고교 정책을 직접 수립하고 시행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웬만한 부처 장관보다 영향력이 큰 자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22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정문 한쪽에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상 첫 주민직선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낮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서울시민이 처음 뽑는 교육감

지금까지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학교운영위원회 1만2000여 명이 뽑는 간접선거로 치러졌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와 교사 지역 유지 등이 참여한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주민들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바뀌었다. 시민들에게 교육정책에 대한 참여권을 부여하고 지방교육자치의 기반을 다진다는 취지였다. 이미 부산 경남 울산 등이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했다.

하지만 교육감 직선제 사실 자체를 아는 유권자가 드문 데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일인 7월 30일이 평일이고 휴가기간이라 투표율이 10%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선관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유희선(여·40·대흥동)씨는 "중1 아들을 두고 있는 학부모지만 교육감을 직접 뽑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국회의원 선거도 무관심한 판에 평일에 교육감 투표하러 갈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첫 교육감 직선제를 치렀던 부산도 투표율이 15%에 그쳤으며, 오는 25일 선거를 앞둔 충청남도의 경우 설문조사 결과 1000명의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56%)수가 '직선제인지 몰랐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선관위 우려대로 투표율이 10%대에 머물 경우, 당선자는 대표성과 정통성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1년10개월 임기에 선거 예산 320억

무엇보다 새 서울시교육감의 임기는 2년이 채 안 되지만 선거에 투입되는 비용은 320억원(선거관리비 200억원과 후보자 비용 120억원)이 넘어 투표율까지 낮으면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부터는 시·도지사 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도록 법이 개정됨에 따라, 이번에 선출되는 서울시 교육감은 2010년 6월까지 임기가 1년10개월로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원래 교육감 임기는 4년이다.

오는 25일 선거가 치러지는 충남교육감 선거의 경우도 현 교육감이 단독 후보로 등록했지만 135억원의 세금이 선거비용으로 잡혀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교총은 최근 성명을 내고 "교육감선거에 후보가 1인 단독일 경우, 선거는 후보에 대한 찬반을 묻는 성격이므로 선거비용이 절감돼야 한다"며 "길어봤자 2년에 불과한 '징검다리' 교육감 선거에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교육감' 나오나?

투표율이 저조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사이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하거나 등록이 예상되는 후보는 7~8명 정도. 공정택 현 교육감과 김성동 한국교육문화포럼 회장, 이규석 중앙대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겸임교수, 이인규 아름다운학교 운동본부 상임대표, 박장옥 한국청소년연합자문위원, 이영만 호원대 겸임교수, 주경복 건국대 교수, 장희철 행정사 사무소 대표 등이다. 이 중 건국대 주경복 교수가 전교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며,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보수성향의 인물들이다.

또 재선에 도전하는 현 공정택 교육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라, 일부에선 "교육철학이 아닌 조직력 싸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전교조 등 진보세력이 추대한 건국대 주경복 교수가 '교육평등'을 강조하면서 공 교육감 등 보수후보들과 대립각을 이루는 모양새"라며 "보수표 분산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막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리 현수막과 홍보요원들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 지난 16일부터는 서울시내 버스 안내방송을 내보내 직선제 교육감 선거를 홍보하고 있다.

후보들은 7월 15~16일 정식 후보에 등록한 후 7월 17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서울 이외에, 충남교육감 선거는 오는 25일 열리며 전북은 7월 23일, 대전은 12월 17일, 경기는 내년 4월 로 예정돼 있다.

입력 : 2008.06.23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