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이 깨면 더 이상 잠들지 못해 일어난다. 새벽의 물안개가 산 위로 오르는 모습은 언제 봐도 몽환적이다. 요즘은 날이 뜨거워서 썬룸 창을 열어놓지 않으면 너무 공기가 더운 것이 아니라 뜨겁다. 햇볕이 강한 탓에 실내에서 있던 식물들은 바깥에 나갔다가 잎사귀가 타서 오그라 들기도 할 정도이다. 늦게 열면 썬룸이 40도 가깝고 훈증막에 들어선 것 같아 숨쉬기도 버겁다.
올해는 능소화가 만발할 때 극한 폭우로 다 떨어지고 지금은 끝물 능소화가 피어나고 있다. 능소화는 보통 담밑에 심어서 담을 넘어 자태를 뽐내는 까닭을 이제야 알겠다. 벽이 비바람을 막아주는 안전장치인데 우리 집은 달랑 나무로 만든 버팀 막뿐이니 지탱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다. 마당에는 이제 한여름의 끝을 알리는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코스모스, 배롱나무, 수국, 들국화, 쑥부쟁이는 아직이다. 장미는 늦되어 그러는지 한바탕 피어내서 끝인가 싶었는데 새 가지에서 다시 꽃이 핀다. 어리고 작고 여린데 대견하다. 지금은 이토록 습한 바람이 2주만 지나면 새벽에는 서늘해질 것이다. 8일이 입추이니. 절기로 여름의 끝자락이다. 너무 더운 날, 다들 무탈하기 바란다.
원광대 치주과에서 왼쪽 아랫이 부분을 수술한다. 고름 긁어내고, 상한 신경 살펴보고, 치석을 긁어낸 뒤 꿰맨다. 무척 아프고, 특히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요즘 컨디션이 난조다. 잘 다스려야지.
정치와 시사가 너무나 한심해서 볼 때마다 열불내고 한숨을 쉰다. 해서 요즘 판다 러바오, 아이바오, 푸바오 동영상으로 위로 받고 있다. 한 시간이 휙 가버린다. 이래서 반려 동물을 키우는가 보다. 우리 집 길고양이도 사료를 주기 시작한 지 이틀이 지났다. 고기를 발라 주었더니 한동안 고기를 내어놓으라고 생선을 먹지 않아서 야단을 쳤더니 삐진 것처럼 오지 않았다. 이제는 자기 집 드나들 듯 편안하다. 물까지 챙겨주니 더 야옹거린다. 눈치 보거나 꺼려하지 않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