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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된장 살리기, 육수내기, 더덕과 도라지까기

어제와 오늘 내내 동동거리며 일을 했다. 마음이 났을 때 해야한다면서. 너무 피곤해서 잠은 푹 잘 잤다. 상념을 없애는데는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최고인 듯 하다. 
 
아파트에 살면서 베란다에 볕이 좋아 고추장과 된장을 담아 먹었다. 우리집 씨된장 정도 되는데, 엄마 돌아가시고 사먹다가 한번 담아보겠다고 담은 것이다. 볕은 좋아도 늘 열어놓고 살 수 없어서 덧소금을 잔뜩 뿌렸더니 구더기는 생기지 않았는데 너무 짜고 속만 파먹고 있다가 남은 것을 그냥 잊고 있었다. 
그것을 되살리려고 하루 온종일 마음을 썼다. 먼저 된장 불리기- 엿기름 물로 딱딱하게 굳어 떠지지도 않는데 그냥 들이부었다. 남은 찌꺼기는 장미꽃 거름으로 한웅큼씩 주었다. 그 사이에 메주콩 삶기- 콩물이 넘쳐서 덕분에 살림살이 재구성을 하고 구석구석 대청소를 하게 되었다. 수시로 된장 독에 가서 칼로 쓱쓱 금을 그리듯 엿기름이 스며들도록 한 덕이지 서너시간이 되니 퍼올 수 있었다. 물론 돌 덩어리였다. 풀어지도록 빻으면서 휘저었다. 삶은 콩 으깨기는 생략했다. 한번 안 으깨고 하면 청국장처럼 될까 싶기도 했지만 그냥 퍼온 된장에 부어 함께 으깼다. 메주가루 넣고 고추씨가루 넣기를 한 뒤 되져서 다시 식혜국물을 넣었다. 독들은 이미 소주에 소독하여 대령을 시켰다. 반독이 세 독이 되었다. 마지막 독은 너무 힘들어서 대충 담았다. 청국장처럼 알도 고스란히 보이고, 메주가루도 거친 것을 넣었다. 맛을 보니 그래도 짜다. 천으로 독을 먼저 닫고 그 위에 두껑을 덮었다. 너무 햇볕에 노출 시키면 빨리 증발이 되어 딱딱해진다고 해서 유리 뚜껑 대신 독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을 닦아주었다. 
이 과정이 아침부터 8시간 정도 걸렸다.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 
 

오늘 아침은 육수를 내고, 더덕과 도라지 까느라 시간이 다 지나갔다. 더덕이 말라서 진이 나지 않았다. 까기는 좋았는데 맛은 어떨지 모르겠다. 도라지는 너무 많아서 조금만 깠다. 중국산처럼 너무 커서 국산일까 싶기도 했다. 
더덕 양념장에 재우고, 도라지 오이와 버무렸는데, 오이가 쓰다. 이틀을 몰아서 집안일을 하고 나니 책 한 줄 읽을 시간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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