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참전 노동자, 미국의 대표 ‘양심적 지식인’이 되다
등록 2023-01-26 19:01
수정 2023-01-27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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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다] 하워드 진(1922~2010)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 하워드 진은 회고한다. 정의로운 전쟁이라 생각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으나, 나중에 진상을 깨달았다고 말이다. 해군 조선소 노동자였기 때문에 진은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독서를 많이 했기에 전쟁에도 비판적이었다. 그런데도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굳이 입대했다. 글쎄, 하워드 진이 고지식할 정도로 올곧은 사람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십대 시절부터 반체제 시위대에 어울리던 그가 연합국의 선전을 곧이곧대로 믿었을지? 나는 못된 의심을 해본다.
아무려나 전쟁 경험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가 비싼 학비를 내야 하는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훗날 대학교수가 될 수 있었던 계기는 2차 대전이었다. 제대군인 원호법 덕분에 진은 늦깎이 대학생이 돼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진 같은 노동계급 참전용사에게 전쟁은 신분 상승의 계기였다면 지나친 말일까.
전쟁 경험에는 다른 면이 있다. 하워드 진은 대학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미국 남부 애틀랜타의 스펠먼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흑인 여자대학이었다. 그가 임용된 1956년 미국에서는 흑인 민권운동이 한창이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전반까지 전개된 민권운동은, 미국 사회와 세계 역사를 변화시켰다. 하워드 진 스스로도 변했다. 미국 역사는 자신을 대차게 비판할 지식인을 키워낸 셈이다.
2차 대전의 경험은 다른 점에서도 아이러니하다. 미국 육군 항공대에서 폭격수로 복무했던 하워드 진은 전쟁이 끝나기 3주 전 프랑스의 루아양이라는 도시의 민간인들에게 폭격했다. 긴 시간이 지난 뒤에야 “공습의 이유 하나는 신무기 네이팜탄을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고 괴로워했다. 훗날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 일어났을 때 진은 반전평화운동을 대표하는 지식인이 된다. 전쟁을 모르는 사람이 전쟁 불사를 주장할 때, 전쟁을 겪어본 사람이 전쟁에 반대하는 것은 울림이 깊다.
한국에는 <미국민중사>의 저자로 처음 알려졌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전쟁 반대 운동을 편 일로 널리 공감을 얻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양심적 지식인으로 활약하다가 숨을 거둔 날이 2010년 1월27일이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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