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거제 희망버스에서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김진숙동지의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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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 전, 존재 자체가 불법이었던 포로들의 섬.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고, 살아서 가족을 만나는 꿈을 꾸던 사람들이 갇힌 채 죽어가던 섬.
이 섬에 크레인을 올리고 배를 만들며 집을 지어 사람이 사는 윤택한 곳으로 만들어 왔던 건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줄어들고 하청이 배 이상 늘어나더니 하청들은 재하청에 물량팀, 돌관조까지 하루살이 일당쟁이들이 70%가 넘습니다.
인간의 탈을 썼으나 인간의 삶을 꿈꿀 수 없고, 사람의 말을 하나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신종 노예 하청.
권리를 주장하면 불법이 되고, 노조를 만들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어디에도 취업이 안 되며, 부당함을 입밖에 내는 순간 거제도 어디에서도 발을 붙일 수 없는 사람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아빠가 하청이면 아이도 하청이 되는 이렇게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엄마가 최저임금을 받으면 아이도 가난부터 배우는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여름이면 펄펄 끓는 탱크 안에서 찜솥 안의 삼계탕이 되어 감전사를 걱정하고, 비 오는 날은 미끌거리는 족장 위에서 추락사를 염려하며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이대로 살 순 없다고 외치는 순간 대통령은 우리에게 불법이랍디다.
0.3평 쇠감옥에 갇혀 서지도 눕지도 못하는 사람을 보면서 불법이란 말이 나옵디까.
30일 넘게 제대로 먹지도 싸지도 못하는 노동자를 보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말이 나옵디까.
20년을 온갖 불법과 차별을 견디며 하청으로 살아온 노동자에게 기다릴 만큼 기다렸단 말이 나옵디까.
수십 년 하청노동자들을 착취해온 대우조선이 불법입니다.
툭하면 밀리는 임금체불이 불법입니다.
어렵다는 이유로 하청노동자들은 몇 번씩 겪어온 업체도산이 불법입니다.
유최안 동지는 불똥이 몸에 떨어져도 피할 수도 없는, 지금 스스로를 가둔 감옥의 징벌방보다 좁은 탱크 안에서 20년을 용접공으로 살아온 일류 보씽입니다.
그는 언제까지 하청으로 살아야 합니까.
담배도 술도 여유가 없어 못했다는 그가 뭘 더 참고, 뭘 더 줄여야 합니까.
조선소가 불황이면 당연히 하청노동자 임금부터 깎고 하청노동자 모가지부터 자르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호황이 돌아와 도크마다 배가 넘쳐나고 조립장마다 블록이 미어터지니 깎인 임금 되돌려 달라 하면 하루 300만 원 물어내야 하고 감옥을 각오해야 합니다
김주익과 최강서의 목을 매게 하고, 배달호의 몸에 불을 붙이고, 쌍차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손배 가압류의 지옥에서 평생을 허우적거려야 합니까.
한진중공업에 최초의 민주노조의 깃발을 꽂았던 박창수 위원장은 대우조선 노조를 지키려다 죽었습니다. ‘노동자도 인간이다’ 외치며 골리앗으로 올라간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회의를 하다가 3자 개입 금지법 위반으로 끌려갔고 못 돌아왔습니다.
6살짜리 상주 용찬이가 38살이 된 세월. 박창수 위원장은, 나의 동지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때 골리앗 크레인에 올라가 ‘인간답게 살고 싶다’ ‘임금을 인상하라’고 외쳤던 노동자들과 지금 하청노동자들의 꿈은 다릅니까.
저는 아직도 35년 전 대우조선 노조를 세우기 위해 투쟁하다 최루탄에 쓰러진 이석규 열사의 투쟁이 생생합니다. 이석규, 이상모, 박진석, 박삼훈, 최대림. 대우조선의 열사들이 목숨과 바꿨던 염원과 하청노동자들의 염원은 다릅니까. 하청지회 동지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스스로 철창에 갇히는 동지를 혼자 둘 수 없어 고공에 오르고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아 단식을 했던 우리 마음은 합의서보다 무거운 진실입니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동지들을 도크게이트에서 지켜보며 흘린 눈물은 합의서보다 진한 동지애입니다. 그 동지애로 7년을 버티는 아사히 동지들이 있고 서진, 파리바게트, 쿠팡 동지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더 뭉치고 더 커집시다. 우리가 뭉치면 세상이 흔들린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용접과 도장으로 탄광만큼 진폐환자가 많은 조선소. 오함마와 그라인더에 고막이 나가고 깔려 죽고 타 죽고 터져 죽어도 무재해 기록란에 0이 찍히는 유령들이 아니라 우리도 말할 줄 알고 우리도 자존심이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줬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차별받는 사람들 같지만 더 차별당하는 존재들을 잊지 맙시다. 장애인들, 이주노동자들, 성소수자들, 여성들.
저를 크레인에서 살아 내려와 복직의 꿈을 이루게 했고 오늘도 전국에서 달려오셨습니다. 함께해야 우린 더 강해집니다.
하청노동자 승리의 그날을 위해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 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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