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는 교직 경력 40년 중 마지막 담임을 맡은 6학년이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늘 저학년을 배려해서 배정을 한 것과는 달리 내마음은 속상하여 배려가 아니라 배제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작년에 학년 배정을 신청할 때 단단하게 일렀다. 왜 6학년을 신청을 해도 주지 않느냐고. 배려받고 존중 받는다는 생각보다는 배제되고 무시 당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반드시 2020년에는 6학년을 배정해달라고 요구하였다.
교사들은 학년 배정은 1희망부터 3희망까지 적어내면 인사위원회에서 학교 인사규칙에 따라 인사배치를 하면 최종 결정은 학교장이 한다. 그럼에도 같은 학교에서 5년 근무하는 동안 단 한번도 1희망 학년을 배정받지 못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맡은 마지막 6학년이기 때문에 정말 준비를 연초부터 단단히 했다. 교사교육과정을 손질하고 미리 6학년 교과서도 살펴보고 학습준비물은 무엇을 사야하는지도 메모를 해두었다.
2월 중순에 학년이 배정이 되었고 학급도 정해졌다. 6학년 3반 4층 꼭대기 맨 끝에 위치하여 계단 오르내리는 곳이라 좀 시끄러울 것 같았다. 해마다 교사들은 교실을 옮기는데 짐이 장난이 아니다. 아이들 생산물들을 모두 가지고 다니는 터라 글자료만 5상자가 넘었다. 문집에 아이들 글을 싣기 위해 받은 아이들이 쓴 글이라서 버릴 수가 없어서 끌고 다닌 것이다. 올해는 과감하게 버렸다. 학급문집도 2권만 남기고 정리를 한 뒤 3상자 넘게 버렸다. 좋은 책과 견줘볼 수 있는 부족하고 모자른 책을 설명하기 위해 갖고 다니던 책들도 50여권 넘게 버렸다.
그리고 청소업체를 불러서 청소와 소독을 하는데 교실 한 칸에 35만원을 달라고 해서 놀랬다. 인건비가 비싸졌기는 하지만 5년 만에 10만원 이상 올랐다. 학교를 옮길 때마다 용달차에 가득 실린 대부분의 짐이 책이었다. 특히 그림책은 아끼는 책들이 많고 작가에게 싸인을 받은 것들이 많아서 늘 곁에 두려고 애를 쓰는 바람에 매년 책은 불어나고 짐을 줄일 재간이 없었다.
그렇게 대구에서 '코로나 19' 확진 소식이 퍼지기 전까지 학교는 준비 완료를 하고 있었다. 환영 글씨도 칠판에 뒤 게시판에 붙여놓고 기다렸건만 겉잡을 수 없이 퍼져버린 대구 사태가 교직 경력 최초의 '온라인 개학'이라는 것을 하게 했다. 애들 선물로 준다고 사둔 것도 꺼내보지 못했고, 그 사이 학교 교육과정 뿐만 아니라 학년 교육과정과 학급 교육과정을 계속 고쳐야 했다. 온라인 개학하기 전에 확정이 되었더라면 적어도 4번을 고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교과서도 운동장에서 체온을 재고 손소독제를 뿌린 뒤에 거리두기를 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가져가는 일이 벌어졌다. 하루 종일 걸렸다. 책이 가지수만 10권이 넘기 때문에 무거우니 학부모들이 대부분 따라오셨다. 그렇게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첫인사가 이뤄졌다. 그래도 첫날이라고 새옷을 사서 입고 곱게 화장까지 하였지만 마스크로 다 가려져서 제대로 얼굴도 보지 못하였다.
온라인 개학은 모두가 처음이라 학급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 기기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우리 반은 조사를 해보니 기기가 없는 아이들이 5명이나 나왔다. 그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갖고 있는 아이패드를 교과서 나눠줄 때 가져갈 수 있게 해주었다.
대전e학습터도 초중고 18만명이 한꺼번에 접속을 하니 서버가 다운이 되어버렸다. 교사조차 접속이 되지 않는 형국이라 아이들 출결을 확인할 수 없었다. 서버 문제는 일주일 정도 지나서 좀 정리가 되어 아이들에게 접속이 잘되는 시간을 안내해서 그 때 들어오라고 해야했다.
문제는 학급을 찾아오는 것도 처음이라 안내를 여러번 했음에도 며칠이 지나야 겨우 들어온 아이도 여럿이었다. 전화를 하고 안내 문자를 보내고 통화하면서 하려니 아주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우리 반 20명이 모두 접속해서 출결을 확인 하기까지 1주일은 그것만 했던 것 같다. 이게 익숙해지자 학습하는 방법을 안내해야 하는데 콘텐츠가 EBS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그것을 다운 받아서 학급별로 올려주었으나 40분 수업에 길어야 10분 동영상으로는 아이들이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질문을 할 수도 없는 구조라서 뭘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학부모 카톡방을 만들어서 부모님들께 안내를 했지만 부모님들은 짜증을 냈다. 어느 학부모는 " 내가 6학년 3반 같다", "도대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소리에 근무를 못할 지경이다", "이런 안내 애들에게만 해줬으면 좋겠다." 등등 더 기가 막힌 소리도 들었다. 학부모도 처음이라 낯설고 얼굴도 모르는 담임이라는 사람이 자꾸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부탁을 하니 벅찼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많이 서운했다.
학급방을 만들었다. 문제는 아이들이 핸드폰이 없는 아이들이 4명이나 있었다. 그 아이들은 결국 학부모 핸드폰이 있어야 소통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나마 아이패드로 가져간 아이는 여유있게 하였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또 데이터가 부족해서 한 시간도 못되어 접속이 안된다고 징징거렸다. 학부모와 뒤섞인 아이들 학급방에 날마다 시간마다 해야 할 일을 정리해서 올려주고 카톡으로 질문을 주고 받고 과제 확인은 사진찍어 보내주면 살펴보고 재지도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였다.
아이들 하소연 중 가장 큰 것이 수학과 과학이었다. 질문을 할 수 없고 실험실습을 하지 않으니 영상으로 본 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한숨이 나날이 쌓여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젊은 선생님들끼리 자료를 만들어서 공유를 하기 시작했다. 콘텐츠가 좀 더 풍부해지고 동영상 자료도 여러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서 나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헤매고 있었다. 특히 맞벌이고 돌봄이 되지 않는 가정은 점심 식사부터 문제가 되었고 그 아이들은 부모 없는 집에서 방치 되었다. 동영상만 틀어놓고 딴짓을 하기 시작한 아이들의 대부분이 올해 게임에 입문을 하거나 아주 중독이 되어 밤을 새우는 아이들까지 양산을 하였다. 늘 두려운 것 중 하나가 이렇게 생긴 교육격차와 학력 불균형이 결국 10여년이 흐른 뒤에는 사회문제로 번질테고 그 때는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 것이라는 점이다. 중간을 지탱하던 아이들이 동영상 수업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으니 흥미가 떨어지면서 이 아이들조차 과제 제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갔다. 대여섯명 빼놓고는 모조리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 7월부터는 점점 더 심해졌다.
결국 아이들을 위해서 학기초부터 미리 준비해두었던 줌(ZOOM) 수업을 우리 반부터 했다. 학기초부터 준비를 했지만 학년 전체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기다리다가 결국 우리반부터 줌으로 수업을 시작하였고, '동화동무 씨동무' 독서토론은 이미 5월부터 매주 해오고 있었던 터라 그 아이들은 아주 쉽게 수업에 참여하였다.
아침 9시에 줌으로 들어와서 블럭으로 시간 운영하고 중간에 15분 휴식 시간을 준 뒤 12시까지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날마다 수업 소감을 나누었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수학을 이해할 수 있어서 포기했던 과목인데 이제는 재미가 난다는 말이 가장 많았다. 더구나 줌으로 시 낭송도 하고, 연극 대본 낭독극도 하고, 광고물 동영상을 만들어서 함께 보고 참여할 수 있고, 과학 같은 경우 충분하게 예상을 한 뒤 정리를 해두었다가 대면 수업할 때는 실험 실습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니 더 이해가 잘되었다고 한다.
우리 학교는 여름방학 기간 중에 학교시설 공사가 있어서 6주 동안 아주 긴 여름 방학을 보냈다. 이제 겨우 자리 잡은 줌수업으로 학습태도가 잡혀가는데 방학으로 뭉개질까봐 요일제 4명씩 요일마다 과제, 일기를 사진 찍어 제출하게 했고, 수학 같은 경우 채점을 해서 재지도를 하였다. 과제 제출이 오후 2시까지여서 여름 방학 그 긴 시간동안 주말 빼놓고는 어디를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감금 생활이었다. 과제 제출을 안하면 문자 보내고, 전화하고, 안 받으면 학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관심을 부탁드렸다.
이렇게 했어도 과제 제출을 전혀 내지 않은 아이들이 5명 정도 된다. 그 아이들은 학부모조차 관심이 없었다. 자기 아이가 과제를 했는지 어떤지 아이 핸드폰에 있는 카톡방만 들여다 보아도 될 일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세 번까지 연락을 해도 닿지 않은 아이들은 나도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개학을 해서 대면과 온라인을 병행했을 때 그 아이들은 전혀 쫒아오지 못하고 줌 수업 시간에도 학습태도 다 흐트러져서 멍 때리거나 하품 하거나 텔레비젼 보거나 딴짓하거나 얼굴을 가리고 다른 일하기에 바빴다. 더 한심한 노릇은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서 학교에도 늦게 오고, 줌수업 시간에 2시간이 끝난 뒤에야 들어와서 멍한 표정으로 질문을 해도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줌 수업이 능사가 아니다. 그러나 온라인 학습터의 동영상보다는 낫다는 것이 아이들이 수업한 뒤 판단해주었다. 가장 좋은 것은 얼굴 보고 실험실습하고 모둠별 토론과 협력을 통해 조사활동과 협력활동을 하는 것이다. 학기초에 마련해두었던 교육과정 연계 매달 체험학습도 모두 다 취소된 상황에서 9월에 학교 프로그램 중 '희망교실 '운영이 있어서 신청을 한 뒤 예산을 지원 받아서 10월과 11월에 각각 매주 수요일에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10차까지 진행을 하려고 하는데 교사들이 시간 뿐만 아니라 부족한 예산을 채워야 하는 등은 좀 더 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희망교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급 전체가 아니라 학급 인원의 반으로 잘라서 시내버슬 이용해서 다니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들어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활동하는데 시간이 빠듯한 편이다. 대전 비엔날레, 대전수목원 공예만들기, 대전문학관 탐방하고 책선물 받기, 인도문화체험, 대전아트센터 참여, 전통문화관에서 문화체험하기, 마당극 관람하기, 작은 책방 투어를 게획하여 실행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줌 수업을 하면서 제출한 글과제로 학급신문이 7호까지 발행이 되었고, 여름 문집을 받게 되자 과제 제출을 하지 않아서 자기 글이나 작품이 없는 아이들은 반성을 하기는 하는데 쉽게 무너진 수업태도가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6학년이라도 아이들이다. 보호가 필요하고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먹는 것이 다가 아니다. 학원으로 뺑뺑이 치는 것이 사랑이라고 관심이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방치보다 더한 학대에 가깝다. 학원 숙제가 밀려서 아이들이 과제를 밤늦게 내면서 미안해 하는데 그 아이들이 정말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알아보면 부모들 생각보다 훨씬 흥미도 없고 지겹고 어거지인 경우가 많아 측은하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해서 뭔가를 해야 하는 자발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늘 소극적이고 피동적으로 행동한다. 압박감과 부담감에 자신이 없고 떨리고 실수하면 어떻게 하나 그 걱정이 더 크다. 그래서 더욱 더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가 피해가지 않은 방법에만 관심을 두고 이기적이고 배려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아이들을 길러서 어디에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볼 때마다 든다.
온라인 수업으로 초등교육에서 가장 크게 잃어버린 것은 배려, 존중, 협력, 관계형성, 리더쉽, 성취감, 책임의식 등등이다. 인간 관계가 사라져버린 교육은 교육이 아니고 사육이다. 인간성을 길러주지 못하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다. 많은 교사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지나가고 견디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마스크 벗고 학교에서 뛰어놀며 수업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개인 위생과 위해되는 행동을 어른들이 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조차 못지키고 있는 수많은 어른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싶을 때마다 아이들 마음이 금가고 무너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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