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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위하여

“불법파견 판결 나도 피해자 수배당하는 이게 정상사회인가”

“불법파견 판결 나도 피해자 수배당하는 이게 정상사회인가”

[한겨레] "판결 받는 과정에서 100명 해고 1명 사망

20명 구속 17명 수배

상황이 비통하다"

현대차 하청노동하다 해고 최병승씨

"정당한 요구를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도대체 얼마나 더 잡혀가고 죽어야 불법파견이라는 걸 인정하겠다는 겁니까?"





10일 울산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의 최병승(35·사진) 수석부지회장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씨는 지난해 7월 대법원에 이어, 이날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도 "불법파견인데다 2년 이상 고용했으므로 현대차의 직접고용 대상"이라는 판결을 받아낸 당사자다.

하지만 그는 현재 경찰에 의해 쫓기는 수배자 신세다. 지난해 11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현대차 울산1공장 점거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12월8일부터 경찰의 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정부가 노동운동을 옭죌 때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던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이날 < 한겨레 > 와의 만남도 경찰의 추적을 피해 어렵게 이뤄졌다.

최씨는 이날 판결을 두고 "나를 부당해고한 주체가 사내하청 업체가 아니라 현대차라는 걸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면서도 "지난번 대법원 판결에 이어 이번에도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현대차의 묵시적 근로관계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7일 밤 대의원대회에서 2차 파업을 결의했다. 이상수 지회장은 9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투쟁 수위를 높였다. 최씨는 "지난해 파업이 끝났다는 것은 현대차 사쪽의 얘기일 뿐"이라며 "우리는 파업 종결을 선언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점거농성은 끝났지만 파업 국면은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이번 판결을 한 개인의 문제로만 축소하려는 시선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최씨는 "(판결의 구속력은) 같은 공장의 동일한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며 "회사의 시각은 판결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차는 이날 직원을 동원해 회사 허락 없이 공장 안에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지회 사무실에서 고용직인 이은영 사무차장을 쫓아냈다.

"이번 판결이 개인적으로는 기쁘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받는 과정에서 100여명이 해고되고 1명이 죽었다. 또 20명이 구속됐다. 고법 판결이 난 상황에서도 울산공장에서는 17명이 여전히 수배중이다. 상황이 비통하다.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인가? 법원이 불법으로 판정한 자기 잘못에 대해 자본은 왜 반성하지 않는 것인가?"

현대미포조선 천막농성 사태 때 경찰과 충돌한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최씨는 이번에 경찰에 검거돼 유죄가 인정되면 '별'을 세개째 달게 된다.

울산/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