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4일 오후 2시 7분]
현대차비정규직노조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일째 울산 1공장 3층에서 점거 파업을 하고 있던 4일 오전 7시 55분경, 회사 측이 철제 H빔을 용접한 굴착기로 3층 유리창과 벽면을 부수며 진입했다.
굴착기 운전석에는 철조망을 둘러쳐 보호장치를 하고 CCTV 카메라까지 설치했으며, H빔을 찍듯이 창문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창문에 매달려 저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건물 아래에는 매트리스 등 보호장치가 없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굴착기가 창문을 부수는 사이 1공장 주변에는 관리자와 용역 등 2000여 명의 관리자들이 집결해 농성장을 봉쇄했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나를 찍어라. 죽여도 정규직화 돼야 한다"고 외치며 창문에 매달려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농성장 안으로 용역과 사측 관리자들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지원하던 현대차 정규직 노조 대의원 3명이 부상 당했고, 여성대의원 한 명은 폭행을 말리다 실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금속노조에 즉각 총파업 돌입 요청"
|
▲ 철제 H빔을 단 포클레인이 1공장 3층 창문을 깨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
ⓒ 현대차비정규직지회 |
| |
상황을 전달받은 현대차 정규직노조 이경훈 지부장과 간부들은 급히 농성장으로 집결해 중단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1층으로 내려가 관리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굴착기를 가로막고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정규직 노조 등의 항의가 거세지자 회사 측은 8시 35분 경 굴착기 운행을 중단하고 이후 진입했던 용역들을 모두 철수시켜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이상수 지회장은 조합원들에게 "구사대가 농성장을 침탈했다. 금속노조에 즉각 총파업 돌입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회사측 침탈이나 공권력 투입시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는 긴급 성명을 내고 "무차별적인 1공장 농성장 침탈 과정에서 자행된 일들에 대해 개탄할 수 밖에 없다"며 "글로벌 탑4라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안에서 이런 반인권적인 침탈을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공권력과 구사대에 의한 진압시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에 근거해 즉각 총파업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각 공장 담 너머 도로가에는 경찰 차량 20여 대가 대기했고, 무장한 전경 수 백명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는 농성장 밖에 있는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을 비롯해 노동계·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이 긴급 집회를 열고 회사 측의 진입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4일 오후 2시부터 노동계·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 등이 참여하는 영남 민중대회가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