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린이문학, 청소년 문학

우리들의 스캔들/이현/ 창비/2009.9(초판 10쇄)

다음 공부할 책이다. 발제가 아니라서 편한 마음으로 읽었다. 창비의 청소년시리즈물 첫번째 책이다. 고르고 골랐을거라는 믿음은 가지만 읽고나니 많이 아쉽구나 하는 생각이다.

 

주인공인 '이보라'가 24쪽에서는 대단히 현실적인 아이로 그려지고 있다. 중학교 2학년다운 패기와 열정 대신에 기득권층과 다름없는 완고한 입장인 아이였다. 그렇다면 이모와의 관계도 그렇게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집안에서 그렇게 내어놓고 걱정거리를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엄마가 그토록 꺼려하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이모라면 이 책에서 진술할 정도의 관계가 되었을까.

그리고 그 이모라는 사람은 그런 조카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다른 반을 선택했어도 됐을 일이다. 학교에다 조카반이라서 불편하다고 하면 교생 실습 반 바꾸는 정도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그럼에도 이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것을 이보라는 사고를 잘 치는, 튀기 좋아하는 성격 탓으로 미뤘다. 미혼모라는 것이 알려지면 어찌될지 누구보다 잘 알텐데, 학교를 다른 곳으로 선택을 하든지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사건을 만들고자 하는 작가의 조작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개연성을 느낄 수 없었다.

이보라 역시 교생이 자기 이모라는 것을 밝히기 싫었던 것이 단지 튀기 싫어서, 남들에게 시선 끌기 싫어서였다면 끝까지 모른척 했어야 했다. 아주 냉정하게 다른 사람처럼 대했어야 캐릭터가 살았을 듯 했다. 그런데 이모라는 것 때문에 그 동안 견고하게 지켜오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담임에게 따귀를 맞을 정도로 저항을 할 생각이었다니...... 작가는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김예닮도 이름치고는 너무 작위적이다. 그리고 그 이름이 상징하는 것도 사실은 없다. 누구를 닮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름에서 풍기려고 했던 것인가? 카페지기로 물려받을 정도로 누구를 닮아가고 싶어했다는 것을 호소하고 나중에 해소하기 위해서 미리 설치한 장치였다면 너무 갑작스런 등장이었다. 카페지기였다는 것은. 그리고 L 이 그런 사진을 올려놓으면 삭제를 했어야 했다. 보라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런데 삭제를 하지 않았고, 나중에서야 삭제를 했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다정하게 지내던 삼총사였던 은하, 보라, 예닮이가 서로 소원하도록 한 것은. 명백하게 나오지 않고 있으나 보라가 타인과의 관계맺음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을 강조한 것을 미뤄보면 그런 사소한 오해가 쌓여서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면서 생각을 해도 예닮이의 태도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나중에 고백을 하였을 때 보여준 이보라의 '포옹'도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 성격이었다면 그런 말을 듣고 그렇게 쉽게 와락 끌어안고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승범'이가 'L'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 감정의 혼재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도 선뜻 용납되지 않았다.

그것처럼 장편이라고는 하지만 211쪽으로는 부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하 아버지에 대한 설정도 사례 하나를 들어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이 되었고, 은하가 무기정학을 맞을 만큼의 비행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징계를 내린 것도 설득력이 적었으며, 은하가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이보라'의 이기적인 자세도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기는 행동을 하나도 하지 않으면서 돌아오기만을 바란다니. 말도 안된다. 그것도 삼총사였던 관계 속에서 말이다. 왜 그토록 경원시 할까. 잘못은 예닮이가 더 많았고, 쉬운 용서도 아닌데 쉽게 용서를 할만큼의 아량이라면 말이다. 결국 연애 감정 속에 있어서 나타난 진실을 목격하고 그냥 자신을 위무하기 위한 화해로 읽히지 그것이 타인에 대한 이해나 용서로 느껴지지 않았다.

열린 결말이라고는 하나 어떤 현실적인 대안 하나 없이 그저 은하 아버지가 은하를 찾아 헤맨다는 식으로 맺음을 한 것도 그렇고. '승범'이라는 마마보이가 하루 아침에 태도를 돌변해서 모르는 척 하는 것도 내용 진행상 많이 어색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이보라'가 카페에서 학급 아이들을 대조했을 때 남은 열명에 대한 추적을 하지 않은 것도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남은 열 명이라면 더 쉽지 않았을까. 이미 그 대조를 했을 때 미리 깔아놓은 복선이지만 태주와 승범이가 그 중 한 명이겠구나라고 파악이 금방 되었다. 승범이를 연예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인터넷 서핑도 잘한다는 점을 이야기할 때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에 대한 호감을 그런 집착으로 표현할 수 있을 거라믄 징후가 있었다. 마마보이라는 점,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가 분출할 수 있는 곳은 오직 가상의 공간이라는 것 말이다. 그런데 그 정도라면 인터넷을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을가 그것도 의심이 간다. 아예 공개적인 장소에 내어놓지 않았을까.

이보라 엄마의 캐릭터도 그렇고 은하 엄마도 그렇고 승범이 엄마조차 캐릭터가 분명하지 않다. 이모 역시 가수를 지망하는 사람이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려고 교생 실습을 나왔다는 것도 많이 어색함을 느낀 부분 중 하나이다. 너무 거리가 먼 선택이지 않을까.

이모는 인간적이고 감성이 풍부하고 솔직한 캐릭터로 그리고 있는데, 그런 모습 속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모습은 그려져 있지 못해서 캐릭터의 성격이 미완성된 듯하게 느껴졌다. 즉흥적이고 낭만적으로만 그려지는 것이 인간적일까 싶었다.

캐릭터 중에 또 하나 오류가 아닐까 싶었던 것이 담임이다. 성적 지상주의자라는 것은 알겠다. 그것이 인호를 폭력하고, 지윤이를 협박해서 끄나풀로 만들고, 반 아이들을 백지로 서로를 찔러넣게 할 정도로 무자비하고, 이보라의 외고 진학을 말하면서 외압을 넣은 비굴한 인간으로 그린 점에서 스스로의 사퇴로 마무리하는 쿨한 결말처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일수록 철저하게 비열한 만큼 구차한데 그저 살만하다는 , 실력이 좋다는 이유를 들어 교직 경력 십년차가 사표를 내는 모습으로 그려서는 안될 것 같은데 급하게 마무리하여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게 느껴졌다.

 

또 하나는 학교를 너무 괴물단지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많은 교사 중에서 그런 일에 대해 누구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립학교를 그리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물론 사학재단의 막강함과 비리를 말하려고 했다면 그 쪽에서 건드렸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도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학교 모습과 생태학교라고 중학교에서 가축을 키우는 모습들은 어색했다. 그런 학교도 있을까 싶었다. 그것도 아파트 가운데에 있는 중학교가 말이다. 초등학교도 아니고.

 

첫 문장도 거슬렸다. 다 읽고 나니까 말이다.

 

"이모가 난데없는 사고를 쳤다. "

 

그러니까 그 이모가 어떻게 사고를 쳤는가를 해명하는 일로 초지일관한 것이 아니다. 미혼모 교생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맞닥뜨린 이보라의 현실적 대응을 그리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좀 더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라는 일종의 교훈성을 담고 있는 일개 해프닝이었다는 점이 탄탄한 구성력에 흠집을 크게 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열 네살짜리가 서른살짜리 이모를 훈계하고 가르칠 정도의 태도라면 작가는 이보라를 더욱 냉정하게 그렸어야 했다. 쉽게 화해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말이다. 더구나 성적에 목을 매는 아이는 아니지만 살아온 삶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처세해왔던 이보라가 담임에게 저항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점도 그러하다. 작가는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타인에 불행에 대해서 침묵하지 말라고. 공범이라고.

이 책을 읽은 청소년들이 그래 나도 저런 상황에서는 담임에게 저항하고 어려운 처지의 아이 입장에 서서 대변할꺼야 하고 읽어질까 하는 의문이 자꾸드는 까닭은 위에서 열거한 이유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