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 하우스푸어 > 저자 김재영 MBC PD의 지적
몇해 전 등장한 신조어 '워킹푸어'처럼 '하우스푸어'도 형용모순처럼 들릴 것이다. 집을 가지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 한국에서 부동산은 부의 상징이 아니었는가. 바로 얼마 전, 아니 지금까지도 재테크의 수단으로 부동산은 불패의 신화를 이어오지 않았나. 베스트셀러 < 하우스푸어 > 의 저자 김재영 MBC PD는 이 불패의 신화가 '신기루'이며 '허상'이었다고 말한다. 이미 '정보'를 가진 고위 공직자 그룹은 강남 재개발 아파트 투자로 한몫 보고 떠났다. 뒤늦게 뛰어든 개미들만 몰락하고 있는 것이다. 김PD는 MBC 창사 50주년 다큐멘타리 '남극의 눈물'을 제작하기 위해 해외출장 중이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다.
책의 메시지는 뚜렷한 것 같다. 서민·중산층이 더 이상 '하우스푸어'의 대열에 동참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것인데. 이미 전락한 사람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을까.
"아파트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2008년 10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한국 역시 부동산 거품이 빠질 시점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쓴다며 예의 부동산 부양책을 썼고, 가계부채를 매개로 중산층이 아파트 구입에 나섰다. 2009년 아파트 가격이 반등한 이유다. 지금 그들이 하우스푸어 그룹의 일단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아파트에 올인하는 중산층의 심정이란 남들보다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이다. '이번이 아니면 평생 집을 사지 못 한다', 혹은 '남들은 아파트로 이렇게 돈을 벌었다네'와 '어느 정도의 시세차익은 남을 거야. 그걸로 노후 보장은 되겠지'라는 기대감이 뒤섞인 감정이다. 하지만 이상적인 선택은 아니다. 노후를 비롯한 미래에 대해 별다른 전략이 없는 한국 중산층들이 바로 부동산시장이 조금이라도 꿈틀거리면 거기에 인생을 올인할 예비군들이다."
지금도 주말에 대형서점에 가면 인기 있는 강의 주제가 사교육 전략과 투자, 재테크 전략이다. 그리고 아직도 "부동산에 기회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위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국민연금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면서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부가 보증하고 약속하는 수익률을 가진 국민연금은 부정하면서 근거 없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는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부자아빠'가 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는 듯이 이야기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나. 그런 사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적 선택에 의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삶을 사는 사회는 존재하고 실재한다. 증권시장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친구들 술자리에서 주식 이야기가 중심이 되면 다음날 주식을 팔아라.' 자본시장이든, 사교육 시장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이른바 '개미'들이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개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정치적 선택을 할 때가 올 것이다."
'하우스푸어'가 나타나게 된 이유 중 김 PD는 정부 정책과 건설사, 그리고 광고에 발목잡힌 언론을 꼽았다. 한편으로 무리한 줄 알면서도 내집 마련 혹은 재테크의 수단으로 그 길을 택한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많다. 자업자득이라는 시각이다.
"부정적 시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사회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것에 대해 성찰하자는 것이다. 내 욕망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나. 책에서 지적했듯 모델하우스라는 꿈의 궁전으로 상징되는 공간이 존재하는 나라다. 모델하우스에서 벌어지는 행태는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내집 마련의 모든 욕망이 원스톱 서비스 되는 곳, 그곳에서 선택은 100% 개인의 것이다."
'하우스푸어'가 사회 이슈가 된 이후 언론들은 거꾸로 '하우스푸어 구제론'을 펴고 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결국 일반가계를 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다 획기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많다. 결국 건설사를 돕겠다는 논리 아닐까.
"빚을 대거 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을 나라가 어떻게 구하겠는가. 과연 그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당연히 그 사람들을 이용해서 건설사를 돕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그것도 또 다시 빚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일 것이다. 지금 DTI 규제 완화 운운은 건설회사에 대규모로 묶여 있는 악성부채를 중산층의 주택담보 대출로 막아보겠다는 꼼수다."
정부가 내놓을 DTI 완화 정책에 대해 말이 많다. 이른바 '전문가'들은 "DTI 규제 완화만으로는 주택경기 회복은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건설경기는 차치하더라도 일반가계에도 '언발에 오줌누기' 식 정책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데.
"'서울에 사는 1가구 1주택자들인데 수도권 신도시에 집을 샀다, 그런데 기존의 집이 안팔려 잔금을 치르지 못해 새로 입주할 신도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잔금 연체이자를 물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게 언론이 떠드는 현실이다. 여기에는 큰 논리적 모순이 있다. 기존의 집이 왜 안 팔릴까. 매도하려는 사람이 가격을 낮추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호가로 유지되는 시세에 팔려고 하니, 누가 지금 그 가격에 아파트를 사겠는가. 흔히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한다는 사람들조차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함수라는 기본을 부정하면서 부동산 부양책을 떠든다."
부동산 버블은 환경문제와 마찬가지로 미래가치를 현재에 끌어다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대론과 연결시켜 '88만원 세대의 복수'라는 표현을 책에서 쓰는데, 지금의 20대는 아예 주체적인 선택이 봉쇄된 세대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복수는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이 주체적으로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아파트 가격 때문에 미래 세대는 아파트에 대해 큰 미련이 없어진 셈이고, 더 이상 아파트를 사줄 세대가 없어지면서 기존의 가격체계는 무너지게 된다. 이렇게 아파트 불패 신화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걸 본 미래 세대는 더욱 아파트에 대한 미련을 거둘 것이다.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체제가 만든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고, 그 마지막 희생자들이 하우스푸어인 셈이다."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데는 소위 진보10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임기 절반의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또 앞으로 남은 집권 후반기,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데 부동산 정책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토지 중심의 개발정책이라는 점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진보적인 정권이 들어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종부세를 뒤늦게 도입했지만, 참여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참여정부의 경우 전 세계적인 유동성의 문제라는 큰 변수가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 값 폭등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좀 억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 정부는 토지 중심의 개발정책이 정치적 자산인 적도 있었고, 실제 정권의 기반이다. 2008년 뉴타운 공약으로 대거 당선된 친이계 소장파 국회의원들이 대표적이다. 지금 누가 뉴타운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또 다시 속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건 역시 시민들의 정치적 선택이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 친서민을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부동산 정책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2007년 대선 직후, 잠실의 한 재건축 아파트 앞에 이명박 당선자의 당선사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박민규 기자
↑ PD저널 제공
책의 메시지는 뚜렷한 것 같다. 서민·중산층이 더 이상 '하우스푸어'의 대열에 동참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것인데. 이미 전락한 사람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을까.
"아파트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2008년 10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한국 역시 부동산 거품이 빠질 시점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쓴다며 예의 부동산 부양책을 썼고, 가계부채를 매개로 중산층이 아파트 구입에 나섰다. 2009년 아파트 가격이 반등한 이유다. 지금 그들이 하우스푸어 그룹의 일단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아파트에 올인하는 중산층의 심정이란 남들보다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이다. '이번이 아니면 평생 집을 사지 못 한다', 혹은 '남들은 아파트로 이렇게 돈을 벌었다네'와 '어느 정도의 시세차익은 남을 거야. 그걸로 노후 보장은 되겠지'라는 기대감이 뒤섞인 감정이다. 하지만 이상적인 선택은 아니다. 노후를 비롯한 미래에 대해 별다른 전략이 없는 한국 중산층들이 바로 부동산시장이 조금이라도 꿈틀거리면 거기에 인생을 올인할 예비군들이다."
지금도 주말에 대형서점에 가면 인기 있는 강의 주제가 사교육 전략과 투자, 재테크 전략이다. 그리고 아직도 "부동산에 기회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위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국민연금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면서 기대하지 않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정부가 보증하고 약속하는 수익률을 가진 국민연금은 부정하면서 근거 없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는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부자아빠'가 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는 듯이 이야기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나. 그런 사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적 선택에 의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삶을 사는 사회는 존재하고 실재한다. 증권시장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친구들 술자리에서 주식 이야기가 중심이 되면 다음날 주식을 팔아라.' 자본시장이든, 사교육 시장이든, 부동산 시장이든 이른바 '개미'들이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개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정치적 선택을 할 때가 올 것이다."
'하우스푸어'가 나타나게 된 이유 중 김 PD는 정부 정책과 건설사, 그리고 광고에 발목잡힌 언론을 꼽았다. 한편으로 무리한 줄 알면서도 내집 마련 혹은 재테크의 수단으로 그 길을 택한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많다. 자업자득이라는 시각이다.
"부정적 시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사회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것에 대해 성찰하자는 것이다. 내 욕망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나. 책에서 지적했듯 모델하우스라는 꿈의 궁전으로 상징되는 공간이 존재하는 나라다. 모델하우스에서 벌어지는 행태는 세계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내집 마련의 모든 욕망이 원스톱 서비스 되는 곳, 그곳에서 선택은 100% 개인의 것이다."
'하우스푸어'가 사회 이슈가 된 이후 언론들은 거꾸로 '하우스푸어 구제론'을 펴고 있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결국 일반가계를 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다 획기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많다. 결국 건설사를 돕겠다는 논리 아닐까.
"빚을 대거 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을 나라가 어떻게 구하겠는가. 과연 그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당연히 그 사람들을 이용해서 건설사를 돕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그것도 또 다시 빚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일 것이다. 지금 DTI 규제 완화 운운은 건설회사에 대규모로 묶여 있는 악성부채를 중산층의 주택담보 대출로 막아보겠다는 꼼수다."
정부가 내놓을 DTI 완화 정책에 대해 말이 많다. 이른바 '전문가'들은 "DTI 규제 완화만으로는 주택경기 회복은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건설경기는 차치하더라도 일반가계에도 '언발에 오줌누기' 식 정책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데.
"'서울에 사는 1가구 1주택자들인데 수도권 신도시에 집을 샀다, 그런데 기존의 집이 안팔려 잔금을 치르지 못해 새로 입주할 신도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잔금 연체이자를 물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게 언론이 떠드는 현실이다. 여기에는 큰 논리적 모순이 있다. 기존의 집이 왜 안 팔릴까. 매도하려는 사람이 가격을 낮추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호가로 유지되는 시세에 팔려고 하니, 누가 지금 그 가격에 아파트를 사겠는가. 흔히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한다는 사람들조차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함수라는 기본을 부정하면서 부동산 부양책을 떠든다."
부동산 버블은 환경문제와 마찬가지로 미래가치를 현재에 끌어다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대론과 연결시켜 '88만원 세대의 복수'라는 표현을 책에서 쓰는데, 지금의 20대는 아예 주체적인 선택이 봉쇄된 세대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복수는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이 주체적으로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아파트 가격 때문에 미래 세대는 아파트에 대해 큰 미련이 없어진 셈이고, 더 이상 아파트를 사줄 세대가 없어지면서 기존의 가격체계는 무너지게 된다. 이렇게 아파트 불패 신화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걸 본 미래 세대는 더욱 아파트에 대한 미련을 거둘 것이다. 결국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체제가 만든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고, 그 마지막 희생자들이 하우스푸어인 셈이다."
책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데는 소위 진보10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지난 임기 절반의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또 앞으로 남은 집권 후반기,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고 있는데 부동산 정책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토지 중심의 개발정책이라는 점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진보적인 정권이 들어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종부세를 뒤늦게 도입했지만, 참여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참여정부의 경우 전 세계적인 유동성의 문제라는 큰 변수가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 값 폭등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좀 억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 정부는 토지 중심의 개발정책이 정치적 자산인 적도 있었고, 실제 정권의 기반이다. 2008년 뉴타운 공약으로 대거 당선된 친이계 소장파 국회의원들이 대표적이다. 지금 누가 뉴타운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또 다시 속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건 역시 시민들의 정치적 선택이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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