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총장이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만 전해듣고는 나도 한 번 읽어야지 하면서 책을 주문해서 받은지가 반년이 되어갔다. 오늘 미장원에서부터 이어 읽기 시작했다가 집에 와서 냉큼 다 읽었다. 작가가 젊다. 자전거 메니아다. 서른 여덟의 패기가 느껴졌다. 특히 장점으로 쳐주고 싶은 것은 빠른 호흡이다. 문장이 군더더기가 없다. 문장 특징 중 하나는 A는 B이다 B는 A이다 식의 표현이 오리무중인 마음 상태를 적절하게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점이다. 여러 곳에서 그런 문장을 쓰고 있어서 13살 소년의 마음을 혼돈스러워하는 미묘함을 대신하고 있다. 삼촌 이름도 '신석기'이다. 그럼 형은 '구석기'? 그런 것까지 생각해서 이름을 썼는지 궁금하다. 형의 삶은 샐러리맨의 표상인데, 그가 '구석기'임을 구닥다리이고 자기 삶을 갉아먹고 사는 의미없는 기계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측은함이 명예퇴직한 뒤의 아들과의 대화에서도 묻어난다. 누가 더 행복한 삶인가에 대한 대답은 읽는 독자 몫이지만 작가는 동생 '신석기'의 삶이 훨씬 인간답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기가 살고 싶은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도 참으로 행복하고 가능하다는 것을 먼저 말해주고 있다.
옥의 티라면 동화가 가지고 있는 낙천적 결말을 위해 시도된 가족 자전거 여행이다. 현실에서는 그런 상황이라면 부모가 데릴러 내려오지 않았을까. 그런데 두 사람은 삼촌과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전화만 해서 채근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들이 부탁을 한다고 해서 다니던 직장에 휴가를 내고 올 정도의 열의를 엄마가 보일 수 있을까. 가능할까. 아버지가 명예퇴직을 했으니 시간이 널널하니까 가능하지만. 그 부분이 끝까지 끌어오던 긴장감을 한꺼번에 풀어지게 했다. 그래서 아쉬웠다.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린 부분은 배용진이다. 암 수술을 앞에 두고 마지막 여름 여행이 될 것이라며 혼신을 다해 끝까지 완주하면서 밝힌 말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신석기'라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도둑인 영규를 자기 파트너로 함께 일하자고 하는 부분도 너무 교훈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러다가 왜 그렇게 했는지를 말을 했을 때에서야 이해가 가능했다. 잘나가는 형에게 아버지는 모든 것을 챙겨주고 사주고 했지만 자신에게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 그래서 도둑질을 하게 되었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패기만 했던 그 아버지. 왜 그랬냐고 물어 보았더라면 혼이 났어도 가출은 하지 않았을텐데라고 말해주는 삼촌이 있다는 것이 주인공에게는 큰 복이었다. 실제 작가가 여름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서 그런지 자전거 코스가 훤하게 그려졌다. 그런 것도 장점이기는 하다. 한번 손에 잡히면 끝까지 읽고 싶어지는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거기에는 진정이 갖고 있는 압축된 진실의 속도감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필력을 지녔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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