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성폭력 해결불가능한 과제인가?’ 토론회
'민주노총 내 성폭력, 해결 불가능한 과제인가?' 란 주제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이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25일 열린 '민주노총 내 성폭력, 해결 불가능한 과제인가?' 토론회에 앞서 임성규 위원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민주노총이 성평등미래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직 내 성폭력 사건을 돌아보며 조직 내 성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민주노총 성평등미래위원회는 25일 오후 2시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민주노총 내 성폭력, 해결불가능한 과제인가?’ 제하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반성폭력운동 역사와 의의를 짚어보고, 올해 초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반추해 그동안 쟁점이 됐던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논의했다.
엄혜진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운동사회 반성폭력운동의 역사와 의의’를 통해 “운동사회 반성폭력운동은 1990년대 활발했던 여성운동의 반성폭력 쟁점이 제도화되고, 대학내 여성주의자들의 반성폭력운동 역시 일정하게 소진된 시점에서 시작돼 지난 10년 간 진보진영 내에서 꾸준히 실험되고 있다”고 전했다.
엄 연구원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과 같은 대중조직을 포함헤 많은 운동조직들이 성폭력 사건 해결을 조직과제로 받아안으며 성폭력, 성차별 관련 내규를 제정해 내부화해 나갔다”고 말하고 “내규 제정 이후 성폭력 의제는 사건의 수순적 해결에 개입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성폭력이 재생산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운동과 실천을 통해 운동사회 구조와 개인 주체를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성폭력 문제에 대한 공동체적 해결의 중요한 대의가 된다”고 밝혔다.
엄 연구원은 운동사회 반성폭력운동 형성 배경을 새로운 운동의 상상력과 페미니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진보진영 젠더정치, 여성활동가 생존권 발화 자원으로서의 ‘성폭력’에서 검토하고, 100인위 운동이 전개됐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00인위 관련해 엄혜진 연구원은 “그들에게 있어 성폭력 의제는 그간 운동사회 안에서 개인적 도덕의 외피를 쓰고 생산, 재생산돼 온 성별성을 가시화하고 운동사회 비대칭적 권력 현상을 폭로하고자 했던 일종의 전략적 정치 의제였다”고 밝혔다.
이어 “100인위의 반성폭력운동이 젠데 위계로 고통 받았던 ‘운동사회’ 내 ‘여성’들의 단일한 정체성을 제기하는데 초점을 둔 것이었다면, 현재 시점에서 볼 때 필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여성들의 단일한 정체성을 해체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좁은 의미의 ‘성폭력’으로 환원되지 않는, 더 깊고 넓은 차별의 구조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엄 연구원의 발제에 대한 토론에 나선 전국사무금융연맹 김금숙 여성국장은 “성폭력 사건 의미화에 대한 조직 내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하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파논리와 음모론, 조직보위론, 피해자중심주의, 2차 가해 등 쟁점들에 관한 깊은 성찰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국장은 또 “노동운동이 계급적 관점 속에 반성폭력운동과 젠더평등을 위한 여성주의 관점을 통합해 진보운동의 궁극적 발전을 꾀하기 위한 운동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속노조 정유림 여성부장도 “금속노조는 2001년 제정한 성폭력·폭언폭행 예방과 근절을 위한 규정을 2005년 개정하면서 사건발생-가해자부정-지부지회 공식입장이 가져온 2차 가해-2차가해 인정 관련 중집, 중앙위, 대대 토론과정을 거치며 규정을 수정 보완했다”고 전했다.
정 부장은 “성폭력 근절을 위한 수많은 노력들의 귀결점인 ‘명문화된 규정’이 현재 운동 폭발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이제 피해자와 여성위원, 여성활동가들에게만 요구됐던 성폭력 근절에 관한 의무와 고민을 조합원 모두와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부에서는 올해 초 성폭력 사건 이후 전개된 논의과정을 총화하고 성폭력의 진정한 '조직적 해결'은 무엇이며,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성폭력을 감축하기 위한 공동체 노력은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박승희 수석부본부장은 ‘반성폭력운동의 쟁점을 통해 바라본 민주노총의 과제’ 제하 발제에서 그동안 쟁점으로 제기됐던 문제들과 토론을 거쳐 정리된 과제들을 설명했다.
박 수석부본부장은 “조직 내 성폭력 사건 때 개인이 흔쾌히 받을 수 없는 희생을 조직이 강요하는 것은 ‘조직보위’가 아니고, 조직적으로 처리해야 하며, 성폭력은 조직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점에서 다른 노조활동 공적이나 조직상황, 성품보다 우선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2차 가해와 조직은폐 개념을 정립할 때 “2차 가해 개념이 처음 뜻과 달리 조직의 입과 귀를 막는 부작용을 낳았음”을 지적하고 “2차 가해 개념을 더 세분화하고 넓히는 쪽보다는 가능하면 단순화하되, ‘조직은폐’ 개념에 대한 확장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객관적 합리적 처리를 위해서는 기본원칙과 과정을 명시한 매뉴얼로 구체적 실무지침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사건전담기구 필요성, 징계만 남고 후속처리가 없는 문제도 제기했다.
사건 처리를 위한 구체적 실무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많은 참가자들이 동의했고, 민주노총에서 이 제안을 실천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
2부로 이어진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참가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명익기자
박승희 수석부본부장은 “반성폭력운동 관련해 사건에 대한 기본 원칙과 처리과정을 세우고, 규약을 정비하는 일이 최소한의 과제”라고 말하고 “성별화된 사회, 성적 차별로 생기는 이익을 얻고 침묵해왔던 남성이 이제부터 왜 여성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공동으로 싸운다면 노조에서의 여성운동은 여성해방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국통합공무원노조 이용렬 조합원은 “조합 운영은 조합원들 요구에 따라 행해지므로, 간부들의 성폭력사건 처리도 평조합원들이 조합규정에 따라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며 평조합원들 배심제를 제안했다.
정지영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장은 “성폭력의 조직적 해결이란 규약에 따른 형식적 기준이 아니라, 피해자의 침해당한 권리에 대해 조직 전체가 당사자가 돼 그 권리를 회복하도록 노력하는 것, 성폭력을 감축하려는 공동체의 노력을 점검, 강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공공운수연맹 공공노조 강해현 교선실장은 “피해자가 피해를 극복할 수 있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수 있는, 또 조직 구성원들이 피해사실에 공감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어떤 적들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발제와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지난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총 조직을 비롯해 우리 사회 성평등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성차별 문제 심각성 등을 알게 됐다”고 말하고 “노동운동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강령과 규약 등을 가진 조직이 새로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논의할 것인지, 전체 조합원이 혁신하기 위한 실제 대안과 실천행동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면서 “오늘 이후 시민사회와 일반 시민들도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개토론회를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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