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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생각해봅시다

1010 서울역 집회

 

집회에 참석한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이범여선생님의 투쟁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강원지부 이범여입니다. 작년 강원도 학업성취도평가를 보지 않고 정상수업을 실시하였다는 이유로 해직되었습니다.  이 도 학업성취도 평가는 매년 실시되는 것이었고 시험을 보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보지 않는 저의 교육방침은 아이들과 충분한 합의로 이루어졌고 학부모님도 지지해주셨습니다. 아이들과의 약속때문에 저는 시험을 거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1월 30일자로 해임통보를 받았습니다.제가 전교조에 가입한 지 10개월만입니다. 이렇게 큰 자리에서 말하기에는  많이 긴장되고 떨리는 아직 햇병아리 조합원입니다.

일제고사로 해직되어 거리의 교사로 1년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일제고사가 무엇인지 이곳에 계신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요?

10월 13일,14일에 또 일제고사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거리의 교사인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제고사는 다가오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이 서글펐습니다. 우리의 뜻을 모아 결정한 것이 '일제고사 폐지를 위한 전국 대장정'입니다.

전국  대장정에 참여하는 것이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들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아이들이게 1주일 출장간다고, 토요일밤에는 꼭 온다고 약속을 하고 짐을 쌌습니다.  짐을 싸는 동안 아이들은 계속 제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잠도 자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남편과 시부모님께 맡기고 월요일 해뜨기 전에 출발하여 5일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오늘 이자리에 섰습니다.

여러 지역을 방문하여 지역의 조합원들과 연대단체 동지들을 만나서 간담회도 하고, 거리 선전전도 하고, 기자회견도 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전교조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저는 거리 선전전을 할 때 선전지를 돌리는 것이 쑥스럽고, 안 받으면 민망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지나가는 분이 '나도 하나 주세요' 라고 오셔서 선전지를 받아가시고 '수고하신다'는 그 말 한마디에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 간담회에서 만난 학부모께서 정말 고생하신다고 학부모님들께 널이 알려서 체험학습을 조직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나 혼자만 어두운 이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뜻을 같이하는 동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지민주 동지의 노래가사처럼 이런 길을 걷다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올 것입니다. 제가 온 길은 누군가가 잘 닦아 놓은 것이겠지요. 이제 여기 서 있는 저와 노란 옷을 입은 동지들은 비록 그 길이 힘들더라도 길을 만들며 걸어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은 닦여진 길을 따라 오시다가 길이 없는 곳에 오시면 스스로 빛이 되는 길을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뒤를 따라  그 빛을 보고 따라오는 많은 후배동지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어야 하는 것은 어론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웃고 놀면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교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초등학생이 8교시를 하고, 명절에 학습지를 풀어야하고 저녁 9시까지 공부하는 것은 아이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입니다. 그런 구렁텅이에서 우리 아이들의 권리를 지키는 일은 일제고사를 막아내고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일제고사를 막아내는 일은 학부모나 연대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ㅣ 바로 우리 교사 자신의 역할입니다. 우리가 떨치고 일어나 경쟁교육을 막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함께 일어섭시다.  감사합니다.

                                                                       

강원지부 동해지회 해직교사 이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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