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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연꽃밥이 익어가고 있네! |
ⓒ 정현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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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뭐냐? 빅톨? 그게 아주 오랜만에 피는 연꽃이라더라. 자기 생각이 나서 내가 전화했어. 연꽃마을에 가서 꼭 찍어."
"그래 알았어."
지난 주였다. 희귀한 연꽃이 피어서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와서 사진을 찍느라 난리가 났다고 친구가 전해준다. 그 친구의 전화가 10일 또 왔다.
"가서 연꽃사진 찍었어?"
"응, 찍었어."
"몇시에?"
"아마 오후 4시쯤 됐나?"
"그리고 저녁에 또 안 갔어?"
"뭐하러 또 가?"
그는 아침에 한 번, 밤에 한 번 가서 빅토리아 연꽃을 찍으라고 전해 주었다. 하지만 난 한번만 가고 말았다.
그 친구의 전화를 받고 지난주에 시흥시 하중동에 있는 연꽃테마파크를 찾았다. 일단 빠른걸음으로 빅토리아 연꽃을 찾아갔다.
과연 빅토리아 연꽃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삼각대를 세워놓고 사진은 찍지 않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아예 자리를 비운 사람도 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몇 장을 찍고 다른 곳으로 갔다가 다시 와 봤지만 그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뱅뱅 돌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지 않은 듯했다.
그때 마침 빅토리아 연꽃을 찍고 다른 곳으로 가는, 연세가 조금은 들어보이는 여성 한 분을 만났다.
"빅토리아 연꽃 찍으셨어요?"
"네, 찍었어요."
"그런데 저 분들은 왜 저러고 있는 거예요?"
"오늘 집에 안 가려나 봐요."(웃음)
"빅토리아 연꽃이 그렇게 보기 드문 꽃이라고 하던데."
"그럼요. 보기 힘든 꽃이지요. 밤에 흰색으로 피었다가 점점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다음 날 왕관모양으로 변해서 물속으로 들어 가 버려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빅토리아 연꽃의 좀더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 싶었나 보다. 그 여성은 용인에서 친구들 4명과 함께 왔다고 한다. 내일 모레면 70세라고 하는 그가 한층 더 젊어보였다. 나는 진분홍의 빅토리아 연꽃을 카메라에 담고 그곳 연꽃테마파크를 한바퀴 돌아보았다.
연꽃밭 한가운데까지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작가를 보았다. 나는 그의 모습을 몰래 찰칵! 했다. 그러고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서있는데 어디선가 "옛날 아이스케키, 옛날 아이스케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이거 한번 맛보세요. 옛날 생각 날 겁니다"한다. 그의 모습만 봐도 어린시절 때 아이스케키 사먹던 일이 생각났다.
연꽃밭에 가면 시간가는줄 모른다. 활짝 핀 연꽃, 꽃망울을 잔뜩 머금고 있는 연꽃, 어느새 익어가고 있는 연꽃밥 등 모든 것이 마음을 사로잡고 만다.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인가. 집에 돌아갈 때면 그곳에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옮기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왜 찍고 찍고 또 찍어도 질리지 않고 새로운지.
평일임에도 그곳을 찾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서있었다.
그곳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작년에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작년에도 나는 활짝 핀 빅토리아 연꽃을 찍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땐 그꽃이 가시연인 줄 알고 찍은 것이다. 작년에 찍은 빅토리아 연꽃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작년에는 그 근처에 사람들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올해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다니. 어쨌든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신비로운 꽃이다. 꼭 하루 있다가 왕관모양으로 변해서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빅토리아 연꽃. 그 연꽃에는 애절한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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