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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생각해봅시다

[교육,희망을말하다―학습부진] 공부가 두려운 아이들… 부모는 사정 몰라

[교육,희망을말하다―학습부진] 공부가 두려운 아이들… 부모는 사정 몰라 쿠키뉴스2009-07-26
[교육,희망을말하다―학습부진] 울산의 실험,맞춤형 교육 실시 쿠키뉴스2009-07-26
[교육, 희망을 말하다―우울증&ADHD] 정신검사 정례화해야 쿠키뉴스2009-07-23
[교육,희망을 말하다―우울증&ADHD] 마음이 아픈 아이들 쿠키뉴스2009-07-23
[교육,희망을 말하다] 인터넷에 중독된 아이들 쿠키뉴스2009-07-14
[교육,희망을 말하다] 인터넷에 중독되지 않으려면 쿠키뉴스2009-07-14


 [교육,희망을말하다―학습부진] 공부가 두려운 아이들… 부모는 사정 몰라
쿠키뉴스 기사전송 2009-07-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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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지난 5월 서울의 ○○중학교 2층 복도. 중간고사를 막 끝낸 홀가분함에 왁자했던 여중생들은 순간 멈칫했다. “들었어?” 분명 또래의 비명이었다. 학생들은 소리가 난 쪽으로 몰려들었다. 시선들은 건물 아래로 향했다. 바닥에 엎드린 채 꼼짝 않는 아이는 2학년 수빈이었다. “갑자기 뛰어내렸다”는 목격담도 들렸다. 구급차 사이렌이 멀어진 후에도 학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빈(가명·14)이의 꿈은 과학고 진학이었다.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다음을 생각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대기업을 다니는 아빠와 학원 일정까지 꼼꼼히 챙겨주는 엄마 슬하에서 공부도 곧잘 했다. 학원에서도 늘 최상위권이었다.

과학고 지망생이 자해, 투신

자신감에 차 있던 수빈이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학년 2학기 무렵이다. 전에도 쉬운 문제를 틀리거나 성적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아 끼니를 거르기도 했지만 볼펜으로 손목에 상처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엄마는 딸을 나무랐다. “더 힘든 환경에서 자란 엄마도 시험 보고 졸업하고 다 했다. 네가 뭐가 부족해서 그러니.”

그 후 수빈이는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대신 말수가 줄어들었다. 올들어 중간고사 직후 학교에서 몸을 던지기까지 아무도 수빈이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했다.

수빈이는 2주 만에 퇴원했다. 2층과 3층을 연결하는 계단에서 뛰어내린 것 치고는 가벼운 타박상이었다. 학교는 신경정신과 상담을 권했다. 두 달간의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받던 수빈이는 “과학고에 못 간다는 생각이 제일 무서웠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반장이 성적 떨어지자 도벽증에 시달려

전남의 한 고교 1학년 신영이(가명·현재 18)는 반장이었다. 부모 대다수가 농사를 짓거나 뱃일을 하는 급우들 사이에서 신영이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도시 직업’에 속하는 건축 일을 하는 아버지와 또래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을 다니는 세 살 터울 언니를 둔 덕분이었다. “그런 아빠, 그런 언니가 있어서 좋겠다”라는 친구들의 칭찬에 우쭐했지만 내심 괴로웠다. 언니와 달리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였다. 신영이가 다니는 고교는 일반 인문계에 탈락한 학생들이 차선으로 택하는 일종의 2지망 학교다. 인문계와 전문계 과정이 함께 있지만 신영이는 거기서도 전문계였다.

개학 직후부터 신영이 반은 잇단 도난사건으로 술렁였다. “나는 참고서가 없어졌어.” “너도? 난 MP3인데.” 담임 교사가 직접 조사에 나섰다. 한 달여가 지나자 목격자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담임은 반장을 조용히 불렀다. “네가 없어진 물건을 갖고 있는 것을 본 애들이 있는데 사실이니?” 신영이는 말없이 고개만 떨궜다.

담임은 징계위원회를 소집했다. 반장 자격을 박탈하고 전학을 권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교장 수녀는 고심하다 “개인 면담부터 해야겠다”며 결정을 미뤘다. “감기도 콧물감기, 목감기가 다르듯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신영이 입에선 뜻밖의 얘기가 나왔다. 성적이 떨어져 언니와 비교되기 시작하자 집에 무언가를 요구할 자신이 없어져 친구들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교장 수녀는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낄 경우 관심을 받기 위해 갑자기 병을 앓는 학생도 있다”며 “충동조절이 안된 것이라 판단해 심리치료를 받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수민이는 치료 후 원하던 인문계열로 옮겼고, 현재 방송 일을 꿈꾸는 고3 수험생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고통을 몰라

진태원 메티스 신경정신과 원장은 “학습 스트레스가 과도할 경우 도벽 등 정신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너무 없어도 성취욕구가 사라져 문제”라며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과 과잉행동장애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학습부진 장애는 한 반에 20∼30%꼴로 나타날 정도”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2005년 광역정신건강센터를 통해 초·중·고 19개교, 146학급 학생 2672명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정신건강 역학조사에서도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7.37%였지만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고 인식한 부모 비율은 0.86%에 그쳤다. 학교와 공부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적 고통을 숨기는 자녀를 부모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교육,희망을말하다―학습부진] 울산의 실험,맞춤형 교육 실시
쿠키뉴스 기사전송 2009-07-26 17:55

[쿠키 사회] “심리검사로 성적부진 원인을 분석해서 맞춤형 교육방식을 제시하라.”

울산시교육청의 올해 도전과제다. 관내 116개 초등학교 4∼6학년생 가운데 특별한 이유없이 학교 수업을 좇아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학습부진 경험이 누적될수록 ‘자존감 상실→대인관계 위축→사회 부적응’으로 이어진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학습부진 ‘제로’ 실천을 위한 실험=울산시교육청이 주목한 것은 초등교육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또래에 비해 크게 뒤처지거나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낄 때 갖는 좌절감이 누적되면 대인관계가 위축되고 사회생활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조기에 바로잡자는 취지였다.

울산시교육청 양광식 장학사는 26일 “학교에서 아무리 가르쳐도 학습부진에서 구제 되지 않는 학생들의 원인이 뭘까 고민하다 심리검사를 시작했다”며 “지난해 실시된 3∼6학년 학생 기초학력검사를 토대로 올해 4∼6학년이 된 130명을 추려내 학부모 동의를 얻은 94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심리검사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읽기, 쓰기, 기초수학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었다.

교육청 학습부진지원팀 한영주 교사(효문초)는 “검사결과가 나오는대로 아이들에게 적합한 맞춤형 교육방법을 찾아내 2학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교가 부른 좌절감이 문제=울산의 실험은 단순히 꼴찌들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외가 아니다. 공부 때문에 좌절을 경험했지만 부모와 교사는 물론 스스로도 원인을 찾지 못한 학생들을 공교육이 치료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초학력검사 이전에 학교별 학습부진학생 지도교사들에 대한 사전연수도 실시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울산대학병원, 마더스병원, 굿마인드 병원 등 3개 기관에서 나눠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호분 연세누리 소아정신과 원장은 “요즘 아이들이 과거보다 나약해진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과거보다 성취지향적으로 변했다”면서 “예전에는 방임, 방치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자녀에 대한 오버 컨트롤(과잉 간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학습부진 스트레스의 원인이 공부 자체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교육,희망을 말하다―우울증&ADHD] 마음이 아픈 아이들
쿠키뉴스 기사전송 2009-07-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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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좁은 어깨에 깡마른 몸의 정우(13·가명)가 23일 서울 동부 위센터 상담실에 들어섰다. 푸른색 셔츠 차림의 소년은 상담 선생님과 눈을 맞추지 못했다. 묻는 말에는 입을 가린 채 ‘예’ 혹은 ‘아니오’로 조용히 대답했다.

정우는 지난 3월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학교에 주차된 외제 차량을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어댔다. 수백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히는 장면은 고스란히 CCTV에 담겼다. 친구들과 싸움 한 번 해본 적이 없던 정우가 이런 돌출 행동을 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울증으로 인한 돌출 행동=정우는 우울증 초기 증세 진단과 함께 상담 치료를 받았다. 우울감이 지속되면서 일시적으로 공격성이 표출된 것이다. 아이가 조금 소극적일 뿐이라고 생각한 부모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정우는 스스로를 ‘큰 개미’로 표현했다. “머리가 나쁘고 엄마가 워낙 감시하니 개미처럼 막일이라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상담 일지에 적었다. 동대문시장에서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보태던 어머니는 “공부는 잘 못하더라도 올바르게 커나가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아동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2007년 중 1∼고 3 학생 7만4698명을 상대로 실시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통계를 보면, 전체의 41.3%가 “1년 동안 2주일 이상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23.7%였다. ‘최근 1년 안에’ ‘심각하게’ 자살을 떠올려 봤다는 대답이 5명 중 1명꼴이었다.

대전에 사는 보라(13)양은 지난 3월 중학생이 된 이후 최근까지 점심 시간에 급식을 먹지 못했다. 아이들이 “냄새난다”며 괴롭혔기 때문이다. 평범한 회사원과 주부인 부모는 착하고 순진한 보라가 아이들로부터 ‘정신지체 3급’이라며 놀림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히려 떨어지는 성적을 어떻게 만회할까 하며 인근 학원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집중적으로 왕따를 당한 보라는 어느 날 학교 건물 옥상 난간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난간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발견된 보라는 곧바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보라는 심리치료 과정에서 “새처럼 뛰어내리면 저 세상에서 천사가 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소녀는 화장실까지 따라와 괴롭히는 친구들이 두려웠다. 밥을 혼자 먹기 힘들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었다. 보라는 부모와 함께 상담을 받은 끝에 미술 치료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

◇아동기의 복병, ADHD=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은서(가명·8)는 3개월 만에 소아정신과를 찾아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았다. 은서는 수업시간에 교실에서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친구들과 자주 싸워 교장 선생님까지 은서의 동태를 매일 체크할 정도였다.

병원에서 은서는 “저, 심장을 때려서 죽을 거예요. 저, 칼로 목을 잘라서 죽을 거예요”라고 소리쳤다. 아버지는 “산만하고 분노 조절을 못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은서는 지역 보건센터의 소개로 1년 동안 가족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주부 김성은(가명)씨는 올해 5월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들(7)이 ADHD 성향을 보인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매달 20만원 이상씩 드는 병원비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대신 미술 치료와 상담 치료로 방향을 돌렸다. 돈도 돈이지만 김씨는 “정신과에 가면 이후 진료 기록이 남아 보험을 안들어 준다는 소문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협회는 “정신과 치료를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개별 질병의 위험 요인을 고려해 보험료 산정과 보험 가입 유무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업계의 재량이라는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행태가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수철 김붕년 김재원 교수팀은 지난 2월 유럽 소아 청소년 신경정신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서울시내 6개 초등학교 학생 2493명에 대해 ADHD 검사를 실시한 결과, 유병률이 5.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증상이 가볍지만 학업이나 또래 관계에서 유사하게 문제를 드러내는 아이들의 비율은 9.0%였다. 이는 초등학교 기준으로 한 반에 4∼5명(13∼15%)은 ADHD에 관한 진료와 상담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민간에서 추정하는 실태가 이 정도인데도 정부 차원의 전수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김붕년 교수는 “보건 교사 및 상담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학생에게는 감정 조절 능력 등을 가르치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교육, 희망을 말하다―우울증&ADHD] 정신검사 정례화해야
쿠키뉴스 기사전송 2009-07-23 18:02

[쿠키 사회]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늘고 있지만 어린 학생들이 겪고 있는 우울증과 ADHD는 여전히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부모들은 자녀의 정신적 문제를 ‘게으르거나 불성실한 탓’ 혹은 ‘개구장이라서’ 등으로 돌려 적절한 치료 대신 학업만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몸이 아파 공부를 못하는 것은 이해해도, 마음의 병 때문에 제대로 학습할 수 없다는 것은 인식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현수 사는기쁨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아이들의 공격적 행동이 부모나 선생님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마음에 병이 있어 그런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체 검사를 학년마다 실시하듯, 정신건강 검사도 정례화해야 한다”면서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1차 선별되면 2차 확진과 치료까지 연계하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 필요성은 학교의 또다른 주체인 교사들이 먼저 절감하고 있다. 과천중학교 권회정 교사는 인근 학교 교사들과 함께 우울증과 ADHD에 대처하는 모임을 가졌다. 정신과 전문의를 초청해 학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권 교사는 “아이들의 정신이 병들어 가는데 교사로서 무력감을 느껴 모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 근무하던 고교에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게 형벌’이란 내용의 시를 교지에 남기고 투신한 학생의 비극을 미리 막지 못한 것을 자신의 잘못인양 자책하고 있었다. 권 교사는 “단 한 번이라도 내가 그 아이를 전문 상담 교사에게 연결해 주었다면 그 아이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몇년간 고통스러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과 문제의 조기 발견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평가 도구 배포와 진단 교육 같은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교육,희망을 말하다] 인터넷에 중독된 아이들
쿠키뉴스 기사전송 2009-07-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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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다섯살 창규는 유치원 버스에 오르자 마자 졸기 시작했다. 떠드는 소리에 눈을 뜬 창규는 두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슉 슉-” 소리를 냈다. “야, 뭐해?” 친구들이 묻자 창규는 멍한 눈빛으로 말했다.

“던파 알아? 그것도 모르는 것들이…. 슉 슉-”

던파는 ‘던전 앤드 파이터’의 줄임말. 칼을 들고 사냥하는 인터넷 게임이다. 만15세부터만 할 수 있다.

유치원

창규는 3살 때 한글을 터득했다. 7살 터울의 형과는 “학교 가지 말고 놀자”고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며, 창규는 형과 컴퓨터 게임을 했다. 게임도 단 번에 얼마나 잘하는지 “영재가 났다”고 온 식구가 기뻐했다.

어느 새 형보다 더 높은 레벨(게임 속 등급)로 올라갔다.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켜서 엄마가 올 때까지 게임만 했다. 엄마 아빠가 부부모임을 하고 늦게 온 날, 창규는 형이 자는 컴컴한 방 안에서 혼자 게임을 하고 있었다.

마우스를 숨겨 놓으면, 창규는 돼지저금통을 털어서 다시 사왔다. 형이 “게임 많이 하면 중독된데”라며 컴퓨터를 끄려고 하면, 창규는 소리를 버럭 지르며 형의 손을 물었다. 엄마가 말리면 창규는 울면서 방바닥에 뒹굴었다. 엄마도 옆에서 눈물을 훔쳤다.

“우리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일본의 베넷세 교육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3∼6세의 아이 중 일주일에 4일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비율은 서울이 40%로 도쿄 4.3%의 10배였다. 광주 송원대학 정아란 교수는 “유아들도 게임에 빠진다는 게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요즘 아이들은 곤지곤지를 배우기 전에 마우스 잡는 법 부터 배우고, 유치원생들 대화의 80%가 게임”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용 게임도 아이템을 빼앗거나 사이버 머니를 모으는 내용으로 중독성이 강하다.

초등학교

인천의 한 재개발지역 초등학교 5학년인 인철이는 수업 시간에 혼자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죽여버릴거야. 살인할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선생님께 자주 꾸중을 들었다. 시험만 봤다 하면 90점이 넘는 아이가 왜 이러는지, 속상한 엄마는 인천 서부교육청의 위 센터(Wee Center)를 찾아 학습치료사 심애경씨를 만났다. 심씨는 인철이를 면담했다.

심: 뭐가 제일 하고 싶니.

인철: 친구들과 공원이든 바닷가든 찜질방이든 가서 함께 신나게 놀고 싶어요. 엄마가 한번도 허락해준 적이 없어요. 슬퍼요.

심: 이번 여름 방학엔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보면 어떨까. 스스로 계획을 짜봐.

인철: 엄마가 벌써 방학에 할 일을 다 짜 놨어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게 없어요. 게임말고는.

초등학교 앞의 PC방에 가면 인철이와 같은 아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워록’처럼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 게임은 ‘18세 이용가’이지만,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의 주민번호로 아이디를 만든다. 총으로 상대의 머리를 쏘는 ‘서든 어택’은 초등학생들이 즐겨하는 게임 3위 안에 꼽힌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은 “해마다 초등학생들이 폭력적인 게임에 접속하는 비중이 커지고, 나이도 어려지고 있다”며 “처음엔 심심해서 시작하지만, 게임 자체의 중독성 때문에 빠져 나오질 못한다”고 우려했다.

친구와 같이 게임을 하려면 레벨을 올려야 한다. 레벨을 올리려면 잠을 자지 않고 사냥을 해야 한다. 친구와 함께 사냥을 할 땐 혼자 빠져나갈 수 없다. 심씨는 “밤새 게임을 하다 늦잠을 자서 학교에 못 오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인터넷 중독 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한 자리에서도 잠만 잔다. 핸드폰 게임만 하다가 엎드려 잔다. 게임 외에는 의욕도 없고 관심도 없다.

중고교

부모들은 좀처럼 자신의 아이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중고등학교를 가서 성적이 떨어지고 반항이 심해질 때가 돼서야 병원을 찾는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성원이는 한달에 수십만원을 PC방에 갖다 바쳤다. 집에서 게임을 못하게 하니까 PC방으로 갔다. 돈이 없으면 친구들에게 빌려서 게임을 했다. 고2의 상목이는 아예 가출을 했다. PC방으로 갔다. 밥은 컵라면으로 때우고 잠도 자지 않았다. 18시간 동안 게임만 하다가 엄마에게 ‘구출’됐다.

상목이를 진료한 중앙대병원 한덕현 교수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이 게임 중독으로 찾아온다”면서 “속도를 강조하는 사회 환경이나 입시 때문에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난데, 지금 아이들이 게임 말고 어디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교육,희망을 말하다] 인터넷에 중독되지 않으려면
쿠키뉴스 기사전송 2009-07-14 18:00

[쿠키 사회] 컴퓨터를 끌지 말지, 부모와 아이 간에 언쟁이 벌어지는 것은 위험신호다. 초등학교 4학년인 성규는 ‘게임 그만하고 공부하라’는 엄마의 말을 들을 때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엄마는 무섭다. 나는 정말 화가 난다. 내 마음대로 못하고 컴퓨터 쫌만 하면 소리 지르고. 정말 빡 돈다.”

아이가 부모의 눈을 피해 찾는 곳은 PC방. 여기선 성인용 게임을 아무리 오래 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 오래 한 만큼 돈을 내면 그만이다. 용돈으로 모자라면 친구 돈을 빌린다. 엄마 지갑에 손을 댄다. 다른 아이에게서 빼앗기도 한다.

잠을 자지 않고 밥도 거르며 게임에 매달리면 중독 초기 증세. 화장실도 못 가고 컴퓨터 앞에 앉아 대소변을 보는 아이도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도 늘 컴퓨터 속의 세상을 떠올리며 거기에 몰입해간다. 게임을 하듯 손을 움직이고 “헤드샷(머리를 겨냥해 총을 쏘는 것)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옆에서 불러도 반응이 더디고 조그만 일에도 폭력을 쓰면서도 “내가 심하다”는 생각을 못한다. 이 단계까지 가면 뇌의 일부가 손상 됐을 가능성이 크다.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