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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쇄신 대신 장악 ‘고삐’…공안통치 강화 우려

국정쇄신 대신 장악 ‘고삐’…공안통치 강화 우려
인선배경과 개각 전망
권력기관장 ‘빅4’ 모두 강경·충성파로 채워
천성관 후보자, 용산참사·피디수첩 수사 지휘
청문회 진통예고…내각개편 내달 중순 넘길듯
한겨레  
» 신임 검찰총장에 내정된 천성관 서울지검장(뒷줄 오른쪽)이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임채진 총장 퇴임식이 끝난 뒤 떠나는 임총장을 배웅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청와대가 21일 발표한 검찰총장,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는 ‘공안통’(천성관 검찰총장) 전진배치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백용호 국세청장) 기용을 통한 국정 장악 강화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날 발표된 두 인사는 그동안 언론과 정치권에서 비중 있게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뜻밖’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두 후보자의 인선 배경에 대해 “조직 일신과 외부인사 기용에 가장 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천 검찰총장 후보자의 경우 사법시험 22회 출신을 기수 파괴를 하며 발탁함으로써 검찰 내부의 과감한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또 백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해 이 대변인은 “(이주성·전군표·한상률) 등 앞서 3대 청장이 내부 출신이었으나 모두 불명예 퇴진 한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외부 인사’를 기용함으로써 국세청 개혁에 칼을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천 후보자와 백 후보자 모두 충남 출신인 점과 관련해 “지역 안배는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면서도 “충청권 출신이 검찰총장에 기용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조직 쇄신이나 지역 화합 등의 포장을 뜯어보면 이번 인사는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 인사로 해석할 수 있다. 천 후보자의 경우 검찰 안에서도 대표적 공안통으로 꼽히는 인사다. 천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영양 천씨’ 종친회에서 각각 부회장, 명예회장을 맡은 측근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서울지검장에 임명된 뒤 용산 참사나 최근의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 등 공안 정국을 주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용산 참사와 피디수첩 처리에서 좋은 점수를 딴 것 같다”고 말했다. 7월께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김경한 법무장관(경북 안동 출신)이 유임될 경우, ‘법과 원칙’을 내세운 이 대통령의 공안통치식 법치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백 후보자 발탁은 대표적인 ‘대통령 측근 인사’로 규정할 수 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았고, 대선 캠프에서도 정책 보좌를 했다.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에서 차관급인 국세청장으로 한 단계 ‘강등’된 것을 두고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실용적 인사의 사례”라고 자평했으나, 뒤집어보면 강등까지 시키면서 측근을 요직에 배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백 후보자는 조세 행정과는 거리가 먼 경제학자 출신이다.

야당은 국회 청문회에서 두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특히 천 후보자의 경우 용산 참사 수사기록 1만여쪽 가운데 3000여쪽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서울지검이 거부한 점 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또 피디수첩 작가의 사적인 이메일을 공개한 것을 둘러싼 ‘인권 침해’ 문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인사로 이른바 ‘빅4’로 불리는 권력기관장이 외형상 티케이(대구·경북) 2명, 충청 2명의 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나 원세훈(경북 영주) 국정원장, 강희락(경북 성주) 경찰청장과 함께 4대 기관장이 모두 이 대통령의 강경·충성파 인사로 채워졌다. 이 대통령을 향한 ‘민주주의 후퇴’,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비판도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사를 계기로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 등의 개편에 대해서도 본격 검토에 들어가 다음달 중순 이후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