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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학년 1반

2008년을 보내면서

올 한 해는 참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는 더욱 더 하다.

학교를 옮겼다. 환경이 바뀌었다. 한 학급에 18명이었다가 41명이나 하는 학교로 왔다. 음악실도 없고 미술실도 없고 컴퓨터실마저 방과후에는 쓸 수가 없다. 인원이 많아서 학교를 7시 반에 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편집부 활동을 위해서 비어있는 컴퓨터를 사용하려고 할라치면 마구 야단을 쳐서 아이들이 가기 싫어했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그 방과후 교사에게 구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쪽지편지를 써서 보내야 할 지경이었다. 이런 것이 요즘 잘 나가는 학교 방과후의 모습이다. 컴퓨터를 설치해줬으니 본전을 뽑아야 하니까 방과후에 어떤 활동도 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매체를 이용해서 자료도 제작해야 하고 과제도 찾아보고 검색도 해야 하는데 학교에 있으면서 학교의 것이 아닌 이런 구조가 대부분의 학교 모습이다. 집에 컴퓨터가 없는 아이와 인터넷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은 매일 울상이었다. 그래서 모둠 학습을 내면 아이들이 어려워할 때가 많았다.
또 방과후 교실을 위해서 담임이 교실을 비워주어야 한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몇 번을 비워주고 나면 이들은 갈 데가 없다. 학년부장 교실에 모여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교사 업무도 모두 컴퓨터가 있어야 되는데 말이다. 우리 학교는 방과후 시범학교처럼 너무도 많다. 21가지나 된다. 그 중 예체능이어서 다행이지만 영어가 이미 들어왔고, 한자도 있다. 그런데 가르치는 사람들이 교육학을 전공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도 학교장인데, 예전학교에서는 인사위원회에서 여러 사람을 두고 면접을 통해 결정을 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진행을 알 수가 없었다. 모든 일이 혼자 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내가 보이지 않는 독재라고 했을 때 얼굴빛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말 알지 못하는구나 싶었다.

6학년 아이들 성정이 달라지고 있다. 아이들은 사춘기의 절정을 경험하면서 이유있는 반항과 까닭모를 폭력을 혼재하면서 반항하고 탈선을 향해 마구 달려가는 형국이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가 함축적이다. 선수학습이라고 해서 이미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들어가는 아이가 6학년 수준의 수학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개념을 셜명하라면 하지 못하고 그저 문제집을 풀고 지나간 것에 불과한데도 아이들은 과장해서 생각한다. 자기가 다 알고 있다고. 시험 결과는 만점이 나오지 못하면서.
그런 아이들 한 두명이 학습 분위기를 흐리기 시작하면 그 수학 시간은 정말 끔찍하다. 자세 비스듬히 하고 멀거니 딴 짓을 하거나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이 여기 저기 버티고 있으면 수업할 의욕이 나지 않았다. 그 선수 학습 한다는 아이들을 맨 먼저 개념 설명을 하도록 역할을 주고 나니 좀 나아졌지만, 그리고 자기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는 좀 나아졌지만 이것은 수업이 아니다.
또한 아이들은 학원 수업과 과제는 중요한데 학교는 그냥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고 쉬기 위해서 오는 듯 하다. 그리고 자정 가까이 학원에서 하는 수업으로 몹시 피곤해 하고 지쳐있다. 쉬는 날까지 학원을 보충하러 가야 하는 아이들은 그래서 신경이 곤두서있다. 자기보다 못하는 아이들은 철저하게 짓밟고 심부름 시키고 왕따 시킨다. 보이지 않은 위계 질서를 만들어서 교사의 시선을 피해서 교묘하게 아이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우리 반에서도 그렇게 왕따를 당한 아이들이 2명이나 있다. 좀 나아진 듯 해보였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협동을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지 따지는 아이들이다. 헌신과 봉사는 낱말만 있고 그것을 실천하라고 하면 왜 내가 해야하냐고 막무가내로 성질을 부리기도 하고 욕설도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심지어는 교사 앞에서 까지.
그래도 우리 반에서는 몇몇 아이만 빼면 참 곱고 순한 아이다. 그 몇몇이 무리를 지어 다니고, 폭력을 행사하고, 분위기를 흐리며, 모둠활동 자체를 방해 했다. 그 몇몇을 끌고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른다.

그 다음은 학교 시스템이다. 우리 학교는 부장체재로 학교가 운영이 된다. 그래서 학년간의 소통이 어렵고 전체적인 모습을 알기 어렵다. 부장회의에서 관여하는 바가 너무 넓다. 교육과정위원회라는 것도 부장들이다. 인사위원회도 아주 형식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고, 가장 힘든 것이 동료간의 배려와 애정이 없는 것이다. 사무적으로 근무할 뿐 동료애가 없다. 학년간의 경쟁과 비난이 난무할 뿐이지 그 일에 대해 도움을 주려고는 하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니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런 분위기가 참 힘들었다. 뭐라고 말하라치면 늘 이랬다. "우리 학교는 원래 그래요." 뭐가 그렇다는 말인지. 관습적으로 하는 것이면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옳은 것이지 뭐가 그렇다는 말인지 싶었다. 이런 부분들이 참으로 화나고 분통 터지게 했고, 그래서 결국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한참 어린 후배들과 언쟁을 해야 할 지경이 되고 말았다. 거기서 오는 쓰라림이라는 것은 두고 두고 마음에 남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영역이다. 그 다음은 사회적인 명박정부의 막가파식 정책 입안과 폭력과 무력으로 진압하는 온갖 것들과의 싸움이다.
우리 조직에서도 제대로 싸움다운 싸움조차 못하고 백기 항복한 것과 같은 꼴이 되어버린 것부터 시작해서 너무도 움추려 들었고 힘들었던 현장에서 결국 7인의 희생이 되어버린 것이다. 전국 단위에서 마구 칼날을 휘두르려고 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도 징계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고, 서울 다른 사립에서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그래도 전교조가 교육희망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지켜나가고 길을 뚫어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올 한 해 정말 아무 일도 하지 못한 것 같아서 회한이 너무 크다. 그리고 매우 우울하다.

서울시교육청 농성장에서 영하의 추위에서 떨면서도 지켜내고 있는 동지들께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내년이 올해 같다면 지옥같지만 분발하고 더 힘차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 마음인지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면서 내 자신부터 추스리고 다짐해야 할 것 같다. 내 자신도 너무 무능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너무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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