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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생각해봅시다

돈 있는 자만을 위한 대학교육 정책

이명박 정부, 임기 막판 ‘교육 쓰나미’ 
[아침신문 솎아보기] 대교협, 2013학년도 3불 정책 폐지 논란
 
2008년 12월 01일 (월) 06:43:20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75027_79052_1330.jpg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이 열렸다. 각종 송년 행사가 예고돼 있지만 들뜬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침체와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데다 올해보다 더 힘겨운 2009년이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타래처럼 엉킨 사회 현안은 서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더욱 짓누르고 있다. 1일자 주요 아침신문에는 정치 사회 교육 경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소식이 머리기사로 실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친형인 노건평씨를 둘러싼 검찰 수사는 여전히 주요 뉴스로 처리됐고 이명박 정부 경제팀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역사교과서 수정 논란, 3불 정책 폐지 논란 등이 주요 관심 사안이었다.

“정부가 출판사들을 압박해 검정도서 고등학교(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사실상 직접 뜯어고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다.” (한겨레 1면 머리기사)

“이명박 정부 경제팀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경제 한파만큼이나 싸늘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평가한 경제팀 5안에 대한 평균 점수는 낙제점에 가까운 'D학점' 수준에 그쳤다.” (한국일보 1면 머리기사)

“9월 중순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한국은행과 정부가 총 133조 원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중의 '돈 가뭄'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다음은 1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 "2013년 3불 폐지될 것" 대교협 공식 언급 논란>
-국민일보 <정치 없는 식물국회>
-동아일보 < "대입 고교등급제-본고사 실시 대학에 맡겨도 혼란 없을 것">
-서울신문 <공직사회 전면 물갈이 착수>
-세계일보 <여야 '힘겨루기' 예산안 또 파행>
-조선일보 <돈 푼다던 한은, 절반도 집행 안해>
-중앙일보 <본고사형 논술 문제 낼 수 있다>
-한겨레 <역사교과서 집필진 동의 없이 '수정' 강행>
-한국일보 <경제팀 평균 D학점…낙제 수준>

9개 주요 아침신문 가운데 3개 신문(경향신문 동아일보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를 장식한 뉴스는 대학입시 관련 소식이다. 2013학년도부터 대입 3불정책이 폐지될 것이란 내용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를 금지하는 대입 3불 정책은 입시제도의 기본 원칙이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기본 원칙의 변화 가능성을 거론했다. 곧바로 논란이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1일자 1면 < "2013년 3불 폐지될 것" 대교협 공식 언급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올해 정부로부터 대학 입시 업무를 이관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3불 정책'(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본고사 금지)의 핵심인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를 금지하는 정책이 2013학년도에 폐지될 것이라고 공식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학별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단계적 허용


▲ 경향신문 12월1일자 1면.  
 
경향신문은 “대교협 박종렬 사무총장은 30일 2010학년도 대입전형 주요 사항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3불 가운데 하나인) 기여입학제는 단계적으로 검토해야겠지만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실시는 대학 자율로 두더라도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10면 <대교협 '3불 제도 단계적 폐지' 시사>라는 기사에서 “대학입시를 관장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기여입학제를 금지한 정부의 이른바 '3불 제도'를 2011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할 방침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2면 <대교협 "2012년에 3불 폐지"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올해 정부로부터 대학입시업무를 이관받은 대교협은 테스크포스(TF)를 통해 3불 정책 폐지를 검토해 내년 1월 총회에서 공식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2012년 고3학생들, '3불 페지' 현실로?

한국일보는 “(대교협) 박종렬 사무총장은 최근 고려대 경희대 등 일부 대학들이 본고사형 논술을 출제했다는 논란에 대해 '국영수 중심의 본고사형 문제는 출제하지 않기로 대학들이 합의했으나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돼 대교협 차원에서는 이를 문제 삼을 수 없다'며 '제지할 방법도,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교협 발표를 정리해보면 3불 정책 폐지는 2012년 대학입시(2013학년도)를 치르는 학생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은 이명박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임기이다. 2012년에는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차기 대통령 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 막판에 3불 정책 폐지라는 ‘교육 쓰나미’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3불 정책 폐지를 ‘교육 쓰나미’로 여기는 이유는 초중등 교육의 뿌리를 흔드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고교등급제 금지는 국민적 공감대 확인된 사안"


▲ 한국일보 12월1일자 사설.  
 
고교등급제 도입은 교육 연좌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정 고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것을 용인하자는 주장이다. 중학생들은 명문 고교에 진학하고자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주요 고등학교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에 집을 얻으려는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1일 사설에서 “고교등급제는 기여입학제나 본고사 부활과 함께 대학입시의 '3불 정책'으로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확인된 사안이다. 그런데 최근 움직임을 보면 고교등급제를 슬금슬금 재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대학별 본고사 도입은 학교 교육이 아닌 사교육으로 학생들의 시선이 쏠리는 상황을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 교과과정으로는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대학 입시에 나온다면 학생들은 사교육의 맞춤형 입시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대교협이 언제부터 교육부 권한을?


▲ 중앙일보 12월1일자 1면.  
 
대교협은 가장 민감할 수 있는 현안인 기여입학제 문제는 수위를 조절했다. 기여입학제는 부유층의 명문대학 진학을 합법적으로 열어 놓는 일이다. 기여입학제가 도입되면 밤잠을 설치며 몇 년간 입시 공부에 매달리는 서민 가정의 자녀는 부유층 자녀가 부모의 부를 앞세워 선망하는 그 대학에 진학하는 일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은 기여입학제 도입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이에 앞서 대학별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사실상 허용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대학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교협이 언제부터 교육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힘이 생긴 것일까.

중앙일보 기사를 참고해보자. 중앙일보는 1면 <본고사형 논술 문제 낼 수 있다>라는 기사에서 “2010학년도 대입에서는 대학들이 본고사형 문제를 출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올해 대입에서는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의 논술문제가 본고사 형태라는 비판이 있었다”면서 “대교협은 이명박 정부의 대학자율화 정책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가 해오던 대입 관련 업무를 넘겨받았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교육 양극화 심화"


▲ 세계일보 12월1일자 2면.  
 
대교협이 논란이 예상되는 3불 정책을 폐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일보는 1면 <대교협 "3불 폐지해도 혼란 없을 것">이라는 기사에서 “(대교협은) 서울시교육청에서 2010학년도부터 고교선택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고교등급제 금지가 유명무실해지는데다 논술 가이드라인의 경우 이미 폐지됐기 때문에 본고사형 논술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을 < "대입 고교등급제-본고사 실시 대학에 맡겨도 혼란 없을 것">이라고 뽑았다. 그러나 대교협 방침 현실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만 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부에 따라 사교육의 질이 달라지고 대학의 수준이 달라지는 상황이 오고 있다.

세계일보는 2면 <불황 후폭풍…교육 양극화 심화>라는 기사에서 “경기침체가 교육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고소득층은 사교육비를 늘리지만 생활이 팍팍해진 저소득층은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며 “소득 1분위와 5분위의 보충교육비 격차는 1년 만에 5.0배에서 6.7배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초·중등 교육이 어떻게 되든 자기 잇속만 챙기면 된다?"


▲ 한겨레 12월1일자 사설.  
 
대교협의 3불 정책 폐지 방침은 부유층 위주의 입시교육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은 “입시를 치르는 학생의 능력 등에 상관없이 기존 졸업생의 성적이 대학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교육계에서는 대교협이 대학들의 특목고 및 강남지역 고교, 비평준화 지역 일부 고교 우대를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교등급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불 정책 폐지는 어불성설이다>라는 사설에서 “결국 대학들이 마각을 드러냈다”면서 “경쟁과 효율을 내세우는 이명박 정권 아래서 대학들은 자율이란 명분을 내걸고 이 제도를 뿌리째 뽑아버릴 요량”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지금보다 더 끔찍한 사교육 광풍이 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대학, 그 가운데서도 이른바 명문이라는 대학들이 초·중등 교육이 어떻게 되든 자기 잇속만 챙기면 된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데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