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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아이 삐삐>>

 
그린이가 내가 태어난 해 사고사를 했단다. 
삐삐 그림을 개성 있게 그린 작가란다. 
똑같은 제목의 다른 작가가 그린 그림과 견줘보려고 중고판으로 사려니 300원이다. 택배비가 3200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궁금해서 무리를 했다. 
시공주니어에서 삐삐 시리즈 5권을 그래픽 노블로 출간하였다고 광고가 대단하다. 시공주니어가 전두환 비자금으로 만들어진 출판사라서 가능하면 사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누군가는 그랬다. 책이 무슨 죄가 있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알면서도 사주는 것은 공범 관계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주저하고 가능하면 사지 않아 왔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생각이다. 


표지부터 거꾸로 살아가는 아이의 표정과 사다리조차 거꾸로인데 표정은 잔신만만하고 밝고 짝짝이 신발과 양말까지 캐릭터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 난 저항할 거야"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속지는 초록 줄무늬다. 파란 줄무늬는 보통 서양 죄수복들인데, 초록이라서 갇히는 것을 거부하고 성장하는 이미지로 꽉 채운 것 아닐까 싶어서 이어지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1. 삐삐의 퀴즈 대회- 노란색 주조로 학교 교육의 병폐를 꼬집고 있다. 
2. 삐삐는 집 안 팔아요. - 겨울 눈놀이를 배경으로 푸른색이 주조이다. 어른들 속셈을 비웃는다.
3. 삐삐, 로라할머니 기분을 띄우다 -노랑 바탕으로 쌍둥이 발가락 이야기를 삐삐만 혼자 신나게 하는 엉뚱함에 웃음이 터진다. 
4. 삐삐 편지를 받다 - 빨강, 노랑, 하늘색이 주조로 뒤섞여 있다.   친구 토미와 아니카가 홍역으로 아프자 맛난 음식과 묘기를 보여주며 위로를 하는 삐삐의 우정이 담겼다. 어른들이 보면 위험천만인 행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고 전개된다.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표현이 더 적격이다. 아랑곳하지 않는다. 
5. 삐삐, 다시 배에 오르다- 노랑색이 주조이다. '쿠르쿠르투트섬'으로 떠나는 차비를 하는 모습도 익살스럽다. 이때 토미와 아니카 부모가 여행을 허락해 준 점도 인상적이다. 
6. 바다 위의 삐비- 파란색이 주조이다. 수영 못하는 아빠를 삐삐가 구해주는 장면도 예상을 깬다. 
7. 삐삐, 섬에 도착하다.- 아빠와 삐삐만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도 비교된다. 토미와 아니카는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아빠의 통역도 아주 오스꽝스럽고, 섬 아이들이 무릎 끓고 인사하는 모습도 걸렸으나 곧이어 아이들과 둥글게 앉아 먹고 노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8. 삐삐, 멧돼지와 상어를 길들이다. - 파랑, 노랑, 초록이 주조이다. 상어가 밥을 못 먹었다고 우는 장면이 측은지심이라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멧돼지를 나무 가지에 걸어놓고 성질 죽이라고 하는 모습도 포복절도할 일이다. 
9. 삐삐, 동굴 거주민이 되다 - 동굴이라서 회색이 주조인데 구슬치기 놀이를 진주알로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15 컷에 기승전결이 다 들어 있다. 
10. 삐삐, 두 악당 아저씨에게 본때를 보이다.- 파랑, 노랑 주조색이다. 악당들이 말을 죽일 거라고 하자 힘을 보여주는 삐삐, 아이들이 칭송할만하다. 
11. 삐삐, 집에 가다 - 흰색, 노랑이 주조, 아니카가 엄마가 보고 싶어 집에 가자고 할 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권하지만 고집을 꺽지 않자 곧바로 집으로 데려다주는 삐삐. 베개 위로 발을 내는 모습으로 익살을 떤다. 
12. 어른이 되기 싫은 아이 삐삐 - 노란색 주조, 완두콩을 '크루마루라'라고 부르며 먹으면 백 살까지 산다고, 어른이 안되면서 실컷 놀 수 있다고 환호하는 아이들의 그 심정을 알 것 같다. 
이런 순서다. 아이들의 욕구 충족을 해주고도 남을 듯하다.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힘센 어린이, 돈 많은 어린이, 학교라는 틀에 갇히지 않은 어린이, 모험을 즐기는 어린이  등등 붙여줄 이름이 꽤 많다. 
한 주제에 15컷 내외이다. 말풍선을 대부분 윗부분에 배치하여 그림을 방해하지 않으며, 일정한 패턴이라서 글 읽는데 안정감을 준다. 강조하는 장면의 컷 크기가 클 뿐 한 장에 6칸 배치가 기본이라서 반복되는 패턴이지만 그림과 주조색을 바꿔서 새로움을 준다. 

두 권을 살펴보았다. 내용은 같다. 다만 삽화가 다르다. 대표적인 모습인 삐삐를 보면 확 느껴질 것이다. 

방 니만 작가의 그림은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다. 특징만 살려서 단순하게 선으로 표현하는 표정이나 동작이 군더더기가 없다. 

그에 비해 롤프 레히티는 여성스러움이 가득하다. 질끈 묶은 끈이 아니라 리본이고 손톱이 길고 입을 가리는 듯한 모습이며, 속바지를 겉치마로 중요부분은 가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듯하다. 구두 끈조차 리본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스타킹도 팬티와 연결된 밴드로 오히려 삐삐의 말괄량이 모습보다는 여성스런 어른을 보는 느낌이라서 많이 다르다. 

방 니만 작품은 삽화도 간결하고 제한적이다. 충분히 글로 그려지는 상황에는 글로 대신했다. 그 반면에 롤프 레히티는 충분하게 글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음에도 그림은 반 페이지 이상으로 크게 그려서 그 장면을 그림으로 복사하고 있다. 글을 모르는 독자가 읽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시공주니어에서 이 작가의 그림으로 똑같이 시리즈를 내었다가 그래픽 노블로 바꿀 때는 방 니만 작가로 바꾼 것 같다. 삐삐에게 더 어울리는 그림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방 니만 그림이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