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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12.3 비상계엄 열흘을 지나며

비상계엄 선포를 KBS 시사기획 '창' 시간 중에 뚝 자르고 선언하였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방송 사고인가 싶었다.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 뒤로 각 방송국마다 속보 꼬리가 붙으면서 재방송을 하면서 난리 법석이 나기 시작하였다.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헬기소리, 중무장한 군인, 장갑차, 담 넘어가는 국회의원들,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는 시민들, 한 시간도 안된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맨몸으로 나와 군인을 막고 있었다. 국회에 난입한 계엄군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소화기를 뿌리며 저항을 하는 사이에 비상계엄 해제가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채 2시간이 안된 사이였다. 일촉측발이었고, 이게 무슨 일인지 싶었다. 더구나 즉각 비상계엄해제를 선포해야 할 대통령이 2시간이 넘도록 시간을 끌다가 4시가 넘어서야 해제 선포를 하였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해제 선포가 될 때까지 심장이 조여 오고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다. 진땀이 나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지금 뭐 하자는 짓인지 싶었다. 

눈뜨자마자 뉴스를 보니 2차 계엄을 할 수도 있단다. 미친 소리 같았지만 워낙 미친 상황을 자행한 탓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온종일 뉴스를 틀어놓고, SNS로 넘나들다 보니 끝난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대국민 담화를 두 차례나 하는데 횡설수설, 자기 변명, 남 탓, 거짓말이 점철된 술주정 같았다. 어찌 저런 자가 한나라의 대통령이었을까 싶을 만큼 참담했다. 국으로 말이나 하지 말던지. 자기 스스로 내란 수괴라는 증명을 저렇게 해대면서 헌법재판소에 가면 자기가 심은 판사들이 많으니 해보자는 것인지. 

암살조도 파견 했다는 것, 깐족이는 사살을 하라는 김어준의 과방위 증언은 충격 그 자체다. 여당 대표를 죽이고 북한 소행이라고 꾸며서 내란 소요를 만들어 비상계엄이 정당했음을 입증하려고 했다니 끔찍하다. 오늘 이 뉴스가 가장 컸다. 

열흘 동안 여의도를 비롯하여 각 지역마다 탄핵 집회를 날마다 하고 있다. 그들에게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맙다. 

 

내일 두 번째 윤석열 탄핵 소추안이 본회의에 올라 투표를 한다. 5시에서 4시로 바뀌었다. 하루라도 한시라도 빨리 직무 정지시키고 구속 수사해야 한다. 난장판인 여당은 추경호 원내대표가 내란 공모와 20억 수뢰설 등으로 사퇴를 하고 권성동이 되었다. 그러면서 재판에 의해 결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고 하면서 찐윤답게 옹호하고 보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에게 야당에 일방적인 주장과 결정에 따라가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했단다. 마치 추경호가 30분 늦게 계엄해제안건 처리를 해달라는 것처럼. 그래서였을까. 본회의 시간을 한 시간 당겼다. 내일은 국회 앞 집회에 백만 예상을 하고 있단다. 4일 집회가 거의 그 정도 수준이 되었다.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제대로 헌법과 민주주의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주의는 관심을 주지 않으면 이토록 허약하다는 사실. 국민이 소리를 내지 않으면 위임만 하고 있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이렇게 잘 보여줄 수 있는지. 교과서에서 문자로만 배운 '비상계엄', '포고령','계엄법', 국회 국정조사, 법사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방위원회, 과학방송위원회 등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살아있는 교과서가 된 셈이다. 덕분에 여러 가지 법적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굳이 살면서 알지 않아도 될 법 들이고, 일상을 소용돌이칠 줄 몰랐던 법들이다. 

 

처음에는 비현실적이고, 설마 저럴 수가 하다가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다가, 저런 말같지 않은 이유로 비상계엄을 했다는 말이야 경악하다가, 구질구질하고 천박한 변명을 담화하는 형식으로 강요당할 때는 욕설이 절로 나왔다. 무책임하고 무능하다고 해도 저 정도일 줄이야 싶었다. 마지막 담화는 더 모지리였다. 차라리 하지나 말지. 천불 나는데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초등학교 학생기록부에 평가된 그대로의 심성이 전혀 성장하지 못한 결핍에 찌든 자아가 하강에 하강을 거듭하는 꼴이다. 그 끝은 지옥이고 어둠이고 암흑이다. 이미 그 지경이라서 이런 사고를 쳤는지 모르겠지만. 

 

내일 4시,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선언하는 날로, 그래서 새출발을 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 대한민국 국민들인가. 

파리에서 봤던 시위 집회와 질적으로 다른 문화민족답게 분노를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승화시킨 응원봉의 물결이 올해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황홀하고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