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온유
1993년 경북 영덕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장편동화 『정교』로 2017년 제24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 『유원』으로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기일과 생일
마땅한 죄책감
높은 곳에 서려면
작가의 말
표지 속을 보면 세 여자가 바다를 보고 서있다. 우지현 작가의 <세여자>라는 작품이란다. 내가 갖고 있는 책은 양장본이다.
읽은 뒤에 곧바로 써야 살아있는 느낌을 쓸 수 있는데 늦으면 늦어질수록 희미해지는 것은 감동이 적어서 일까.
소재는 언니, 화재, 추락, 받아준 아저씨의 조각난 삶, 그 아저씨의 딸 수현과 아들 정현, 언니 친구가 나오는 사람들의 전부이다. 단촐한 인물로 기억에 의해 소환되는 언니의 모습은 모든 것이 가능한 최고의 딸이다. 유능하고 똑똑하고 판단력 있는 공부 잘하는 착한 딸과 그에 미치지 못한 못난 동생의 갈등이 <기일과 생일>에는 도드라지게 서술된다. 아저씨가 등장하고 그에게 절절 매고, 심지어는 교회 사람들까지 죽은 지 12년이 지났음에도 그 언니를 기리기 위해 기일을 챙긴다. 5으로 나눈 이야기가 적절하게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이야기의 발단을 마무리 하고 있다. 온전하게 언니가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오랜 세월 속에서도 지키고 있는 주변 식구들과 임신한 언니 친구까지 등장하여 그 기림을 안간힘을 다해 지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간 중간에 영어가 나와서 극적인 강조를 하고 있는 부분도 조금은 색달랐다.
<마땅한 죄책감>은 11개의 이야기로 구성하고 있다. 언니를 능가할 수는 없어도 최선을 다해서 자기가 살아야 언니 몫까지 사는 것이고, 그래야 언니 대신 산 목숨 값을 하는 거라는 주인공의 자격지심은 사건이 전개될수록 자기 학대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의인 신진석씨가 아주 어렵게 얻은 친구의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외톨이와 외톨이들이 만나면 쉽게 친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동생 정현이 수현의 심부름에 토를 달지 않고 옥상까지 와서 문을 따주는 장면은 의외였다. 만능 열쇠를 두 사람이 다 갖고 있다는 설정은 어떤 시련 속에서도 다 해결을 할 것이라는 암시를 두 몫으로 배치한 것일테지 싶었다. 수현이와 소원해졌을 때 그 빈 자리를 정현이 채워줌으로 해서 친구 관계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한 작가의 배려가 아름답기는 하나 현실 속에서는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나기 어렵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이부분과 더불어 독서실 형태의 수현이네 집 구조를 설명할 때에도 꽤 상징적인 처리를 한 것 같다. 각자 1, 2, 3번 방에서 살아간다는 설정이 독자적이나 아주 가난한 살림집이라 부를 수 없는 가족의 형태처럼 느끼게 했다. 그래도 그 속에서 수현은 아주 열심히 진짜 봉사를 하고 공부보다 산 공부를 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만약 아버지가 의인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경제력이 없는 무능하고 남을 등쳐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과도하게 그렇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현이는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봉사 활동이다. 그 속에서 자신이 숨을 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현이 가장 안타까웠다.
마땅한 죄책감이란 있을 수 없다. 그 이야기를 작가는 수현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강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높은 곳에 서려면> 은 19개의 이야기이다. 마지막이 패러글라이딩 하는 유원이다. 높은 곳에서 추락한 트라우마 때문에 오른쪽 다리가 데어서 오그란 든 것 때문에 등등의 온갖 때문이라는 이유를 높은 곳으로 오르고 내려오면서 수현과 정현이 반기는 장면으로 끝을 낸다.
유원이 어설프게 수현이 아빠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으로 그럴 듯하게 대변하려 했던 것이 수현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인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과정 속에는 언니 친구 신아의 벗어나지 못하는 트라우마에 대한 유원의 지적이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를 자기로 보지 않고 언니를 투영시켜 억지 이미지를 만들어 자기만의 세계에 갖혀있는 부모와 주변 사람들에게 한 방 먹인 꼴이었다. 방송 출연을 거절하고 자기 속마음을 처음으로 꺼내어 신변을 정리했을 때 비로소 언니가 그토록 원했던 동생 유원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심약하고 잘난 언니에게 짓눌려 살아야 했던 동생이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고 죽은 언니와 화해하는 장면은 잠깐 판타지 같았다. 패러글라이딩이라는 공간이 하늘을 잘 활용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심리 묘사가 뛰어나고 일상 생활을 잘 관찰하여 썼고 글을 연결해가는 부분이 아주 매끄러웠다. 문예창작과 출신다운 글솜씨라고 생각되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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