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욕망에 드리워진 강렬한 페이소스...
<리처드 3세> Richard III
연출: 가보 톰파 (Gábor Tompa)
출연: 클루지 헝가리안 씨어터(Hungarian Theatre of Cluj)
루마니아의 연출가 가보 톰파(Gábor Tompa)와 그가 이끄는 클루지 헝가리안 씨어터 (Hungarian Theatre of Cluj)가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로 한국 관객들과 처음 만난다.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가장 강렬한 악인인
<리처드 3세>는 1995년 국립극장 초연, 그리고 2004년 11월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한태숙 연출, 안석환 역의 <꼽추, 리차드 3세>로 국내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공연 된 보기 드문 작품이다.
<리처드 3세>는 1592~3년 경 집필되고 1597년에 최초로 인쇄된 셰익스피어의 초기작으로, 1399-1485년의 영국사를 다루는 셰익스피어의 ‘국왕극’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특히 <리처드 3세>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을 거쳐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좌를 차지했던 실존인물인 ‘리처드 3세’(1452~1485)를 다룬 작품으로, 작품 속에서 리처드 3세는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불구로 여기서 비롯된 열등감 때문에 권력에 더욱 집착하는, 그래서 가까운 혈육을 살해하는 일도 마다 하지 않는 잔인무도한 냉혈한으로 그려진다.
루마니아 연출가 가보 톰파는 유리 진열장 속 미라와 잘려진 머리로 둘러싸여진 차갑고 강렬한 무대 위에서 피에 굶주린 권력의 심리를 해부한다. 마치 실험실이나 수술실을 연상시키는 이 폐쇄된 공간에서 리처드 3세는 뒤틀린 몸으로 현대적 의상을 입고 휴대폰과 프로젝트 등의 기기를 사용해 관객을 깨우치고 생각하게 한다. 연출가 가보 톰파는 더 이상 권력다툼이 과거와 같은 전쟁터가 아닌 미디어를 통해 행해지고 있음을 피력하며 <리처드 3세>에서 이를 표현한다.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초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그의 연출 스타일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보아왔던 동유럽 연극들과는 또 다른, 신선한 경험을 선물할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의 백미는 리처드 3세 역을 맡은 배우 졸트 보그단(Zsolt Bogdán)의 놀라운 연기이다. 루마니아의 Clujeanul誌는 ‘졸트 보그단은 전 공연에 걸쳐 존경스러울 만큼 완벽한 균형감각을 갖고 이 묘한 매력의 인물을 연기했다. 그의 연기는 최근에 공연된 ‘리처드 3세’ 중 최고의 해석을 보여준다.’고 평한 바 있으며, 그는 이 작품으로 헝가리 셰익스피어 페스티벌(The International Shakespeare Festival in Hungary)에서 남우주연상(Öse Lajos Interpretation Award)를 수상했다.
<리처드 3세>는 한국 관객에게는 낯설지만 외국에서는 로렌스 올리비에나 앤서니 쇼어, 알 파치노 등 당대의 배우들이 이 역을 맡았을 만큼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탐내는 배역이다. 잔인한 악마와 천진무구한 어린 소년을 동시에 오가며 소름 끼치는 연기를 보여줄 졸트 보그단의 <리처드 3세>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인간에 대한 통찰력과 이에 대한 가보 톰파의 천재적 해석을 읽게 될 것이다.
“클루지 헝가리안 씨어터는 구조적으로, 철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만만
치 않은 연극을 선보였다. 작품의 해석은 대담하고 혁신적이며 보그단은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 The Bekes Megyei Hirlap, July 2008
-----------연출가 가보 톰파와 클루지 헝가리안 씨어터
클루지 헝가리안 씨어터(The Hungarian Theatre of Cluj)는 루마니아 서북부 트란실베니아 지방의 클루지 나포카 시에 위치하고 있다. 1792년 트란실베니아 지역에 설립된 최초의 헝가리 극단으로서 2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이 극단은 지금도 루마니아 정부의 후원 하에, 과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일부였던 민족적 전통을 계속 유지하며 헝가리어로 작품을 올리고 있다.
1990년부터 가보 톰파의 예술감독 하에 셰익스피어, 체홉, 베케트, 몰리에르 등의 고전에서부터 루마니아 현대작가의 작품까지 다양한 경향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으며 2008년에는 프랑스 ‘오데옹 극장’,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 극장’, 독일 ‘샤우뷔네’ 등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유럽 극장들로 구성된 ‘유럽극장연합’의 일원이 되어 그 위치를 공고히 한 바 있다.
이온 루카 카라지알레(Ion Luca Caragiale), 유진 이오네스코(Eugene Ionesco) 등 걸출한 극작가를 배출한 루마니아의 문학, 연극적 기반은 국내에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실비우 푸카레트(Silviu Purcărete / 2007 ‘고도를 기다리며’), 미하이 마뉴티우(Mihai Măniutiu / 2004 ‘엘렉트라’) 그리고 이번에 소개되는 가보 톰파(1957년 생)와 같은 우수한 연출가들을 탄생시켰다.
가보 톰파는 부카레스트의 카라지알레 연극영화 아카데미(I.L. Caragiale Theatre and Film Academy)를 졸업했으며 클루지 헝가리안 씨어터에서의 작품 활동 외에도 영국 ‘Northern Stage Ensemble’, 독일 ‘Staatsteather Freiburg’, 프랑스 ‘Athenee Theatre Louis Jouvet’, 스페인 ‘Teatre Principal de Palma’ 등 유럽의 여러 극단에서 작품을 올려 왔다. 그는 영국 비평가협회 선정 최고 해외연극상(1993/이오네스코 ‘대머리 여가수’)을 수상하였으며 또한 유럽 내에서 중요한 연극상 중 하나로 꼽히는 루마니아 UNITER(The Union of Romanian Theatres)-Awards에서 최고 연출상(1993, 2008)을 수상한 바 있다.
*** 자료제공_LG 아트센터------
너무 일찍 이 생동하는 세계로 보내져
절뚝거리고 추한 나의 모습에
곁을 지날 때면 개들도 짖는다...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날을 즐기고
사랑하는 자가 될 수 없기에
나는 악인이 되기로 굳게 마음먹는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리처드 3세> 1막 1장
‘참혹하고, 음산하고, 비극적인’(Bitter, Black, Tragical)으로 응축
되는 작품 <리처드 3세(The Tragedy of King Richard III)>는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592-3년 경 집필한 작품이다. 리처드 3세는 1483년에 즉위하여 1485년에 보즈워드에서 전사함으로써 그의 재위기간은 2년밖에 안 된다. 이 극은 에드워드 4세가 복위한 1471년부터 시작하여 15년간에 이르는 사실(史實)을 담고 있지만, 이 기간이 겨우 2, 3주일의 사건으로 압축되어 있다.
이 극을 지배하는 것은 인과응보라는 운명, 즉 네메시스이다. 리처드 외에도 클래런스, 헤이스팅스, 버킹엄, 에드워드 4세 등 대부분의 인물들이 자신이 저지른 죄악의 벌을 받게 된다. 마거레트는 배후에서 이 저주의 의식을 주재하는 네메시스의 역을 맡고 있다. 이러한 운명의 복수론에 기초하던 엘리자베스 시대의 악마론의 형식에 이 극은 일치하고 있다.
리처드는 잔인한 권모술수에 뛰어난 철저한 악역이다. “악한이 될 것”이라는 그의 독백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자신의 악함을 스스로 의식하고 있으며, 이를 공개하기도 한다. 위선의 탈을 쓰고 상대를 속이면서 그는 자신의 악함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대를 조소한다. 이런 그의 독특함은 악행을 행함에 있어 어떤 내적 갈등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뛰어난 지력과 의지력으로 무장하고, 무한한 뻔뻔스러움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기꺼이 기만하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냉정하게 피를 부르는 이런 인물은 연극사에서 거의 유일무이하다. 이런 그는 “악의 매력”을 발산하는 인물이다. 쉴러는 이 극에서 “관객이 즐기는 비극적 끔찍함의 순수한 형태”를 발견했다. 리처드 3세 역은, 연극사에서 가장 해내기 힘든, 그러나 가장 도전하고 싶은 배역 중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 본 글은 http://blog.naver.com/jotiple?Redirect=Log&logNo=7184756 에서 발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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