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원전 '이면계약', MBC보다 먼저 <민중의소리>가 보도했습니다
민중의소리 경제부 조태근 기자가 보냅니다
1월 30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이 31일 내내 화제였습니다. '2580'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9년 12월 27일 수주했다고 발표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사업에 한국이 100억 달러(약 12조원)의 금융지원을 하는 '미공개 계약조건'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는 수주 발표 이후 지난 1년간 원전 건설비용 186억 달러를 UAE가 모두 지불하는 것처럼 홍보해 왔는데, 알고 보니 절반 이상을 우리가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죠.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UAE원전 사업에 지원키로 하고, 지난해 2월부터 자금을 빌려줄 채권단을 모집해 왔습니다. 그런데 당초 작년 3월이면 구성이 완료될 예정이던 채권단은 수주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나도 진척된 게 없습니다.
원전 사업이 28년이나 되는 초장기 사업인데, 수익이 날지도 불분명한 사업에 국내외 은행들이 여기에 돈을 빌려주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국내 은행들은 UAE가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높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서 비싼 이자를 물고 돈을 빌려와 UAE에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줘야 하기 때문에(역마진) 아예 참여할 생각조차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10월 블룸버그통신에는 수출입은행이 100억 달러를 UAE원전 사업에 지원키로 했다는 보도가 등장합니다. 초기에는 이 보도를 부인하던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국회에 2011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UAE원전 사업 금융지원 목적으로 추가 증자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8일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통과된 예산안에는 수출입은행에 대한 1천억원 증자 예산도 포함돼 있습니다. 또 올해에는 추가로 5천억원을 더 증자할 예정입니다.
UAE원전 자금지원으로 수출입은행의 자산건전성(BIS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민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셈이죠.
'2580'과 인터뷰한 수출입은행 관계자와 한국전력, 지식경제부 관계자들도 이 사실을 모두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는 '2580' 방송이 나가자 100억 달러 지원 내용이 '미공개 계약'이나 '이면계약'이 아니었다며 "원래 원전 수주에 관한 조건은 잘 밝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얘기죠. 정부와 한전이 국민에게 밝히지 않았던 "원래 잘 안 밝히는 내용"이 드러났는데, 이게 '미공개 계약', '이면계약'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2580'이 방송된 뒤 UAE원전 관련 의혹이 공론화 되면서 저는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민중의소리를 자주 찾으시는 눈 밝은 독자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2580'의 이번 방송은 지난해 11월부터 제가 줄기차게 보도해 온 내용과 꼭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부터 나온 10건이 넘는 민중의소리 기사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2580'보도가 나가자 정부의 반응도 나오고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성명까지 내는 등 UAE원전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두 달 동안 내가 보도할 때는 아무 반응도 없더니.."
아쉬움과 함께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쓴 UAE원전 관련 의혹 기사들은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매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원전 파이낸싱(PF), 역마진, 수출금융, 대주단 등 전문 용어들이 곳곳에 등장하는 데다, 설사 이 용어들을 모두 이해한다고 해도 쉽게 읽히기 어려운 기사들이었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2580'은 UAE현지 취재를 포함해 다양한 취재원들을 만난 덕분에 시청자들이 '이면계약'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2580'을 보면서, 비록 제가 먼저 보도하기는 했지만, 좀 더 많이 발로 뛰고 고민해서 독자들에게 더 쉽게 전달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더 분발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씁슬함과 아쉬움 보다, 그나마 '2580' 덕분에 UAE원전 관련 의혹을 국민들이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훨씬 큽니다.
민중의소리는 UAE원전 관련 의혹을 추가로 취재중입니다. 설이 지나면 MB정부가 UAE원전 자금조달을 위해 얼마나 초조해 하고 있는지 민중의소리가 단독으로 취재한 보도 내용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기대 많이 해 주시고,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수주 발표 이후 지난 1년간 원전 건설비용 186억 달러를 UAE가 모두 지불하는 것처럼 홍보해 왔는데, 알고 보니 절반 이상을 우리가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죠.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UAE원전 사업에 지원키로 하고, 지난해 2월부터 자금을 빌려줄 채권단을 모집해 왔습니다. 그런데 당초 작년 3월이면 구성이 완료될 예정이던 채권단은 수주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나도 진척된 게 없습니다.
원전 사업이 28년이나 되는 초장기 사업인데, 수익이 날지도 불분명한 사업에 국내외 은행들이 여기에 돈을 빌려주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국내 은행들은 UAE가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높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서 비싼 이자를 물고 돈을 빌려와 UAE에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줘야 하기 때문에(역마진) 아예 참여할 생각조차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10월 블룸버그통신에는 수출입은행이 100억 달러를 UAE원전 사업에 지원키로 했다는 보도가 등장합니다. 초기에는 이 보도를 부인하던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국회에 2011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UAE원전 사업 금융지원 목적으로 추가 증자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8일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통과된 예산안에는 수출입은행에 대한 1천억원 증자 예산도 포함돼 있습니다. 또 올해에는 추가로 5천억원을 더 증자할 예정입니다.
UAE원전 자금지원으로 수출입은행의 자산건전성(BIS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민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셈이죠.
'2580'과 인터뷰한 수출입은행 관계자와 한국전력, 지식경제부 관계자들도 이 사실을 모두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는 '2580' 방송이 나가자 100억 달러 지원 내용이 '미공개 계약'이나 '이면계약'이 아니었다며 "원래 원전 수주에 관한 조건은 잘 밝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얘기죠. 정부와 한전이 국민에게 밝히지 않았던 "원래 잘 안 밝히는 내용"이 드러났는데, 이게 '미공개 계약', '이면계약'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2580'이 방송된 뒤 UAE원전 관련 의혹이 공론화 되면서 저는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민중의소리를 자주 찾으시는 눈 밝은 독자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2580'의 이번 방송은 지난해 11월부터 제가 줄기차게 보도해 온 내용과 꼭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부터 나온 10건이 넘는 민중의소리 기사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2580'보도가 나가자 정부의 반응도 나오고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성명까지 내는 등 UAE원전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두 달 동안 내가 보도할 때는 아무 반응도 없더니.."
아쉬움과 함께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쓴 UAE원전 관련 의혹 기사들은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매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원전 파이낸싱(PF), 역마진, 수출금융, 대주단 등 전문 용어들이 곳곳에 등장하는 데다, 설사 이 용어들을 모두 이해한다고 해도 쉽게 읽히기 어려운 기사들이었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2580'은 UAE현지 취재를 포함해 다양한 취재원들을 만난 덕분에 시청자들이 '이면계약'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2580'을 보면서, 비록 제가 먼저 보도하기는 했지만, 좀 더 많이 발로 뛰고 고민해서 독자들에게 더 쉽게 전달했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더 분발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씁슬함과 아쉬움 보다, 그나마 '2580' 덕분에 UAE원전 관련 의혹을 국민들이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훨씬 큽니다.
민중의소리는 UAE원전 관련 의혹을 추가로 취재중입니다. 설이 지나면 MB정부가 UAE원전 자금조달을 위해 얼마나 초조해 하고 있는지 민중의소리가 단독으로 취재한 보도 내용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기대 많이 해 주시고,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조태근(taegun@vop.co.kr) 기자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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