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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생각해봅시다

핀란드 교육, 서울에 착륙하나

핀란드 교육, 서울에 착륙하나
북유럽 다녀온 곽노현, “체벌 없다는 말에 자괴감 들었다”
김도연 기자 2010.11.03 11:57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선진국이라 불리는 북유럽의 핀란드, 스웨덴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곽 교육감은 3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와 ‘BBS 전경윤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번 방문을 통해 평등 교육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출장을 다니는 동안 “핀란드, 스웨덴 어디에서도 경쟁이란 말을 교육당국자 누구도 입에 올리는 걸 못 봤다”며 “그만큼 교육은 비교나 경쟁이 아니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북돋아 주는데 있다는 기본 철학에 충실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두 나라에서 체벌에 관해 물어봤다가 낭패를 본 이야기도 꺼냈다.

“50, 60대 교장선생님들이 ‘나는 체벌을 당해본 적도 없고 주변에서 구경해본 적도 없다. 우리 아버지 때에는 한두 회 맞았다는 사람이 있단 얘길 들었다’고 하더라. 50, 60대 우리가 학교 추억의 반이 체벌의 추억이라면 그들은 체벌의 추억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이미 체벌은 완전히 과거의 유물인 거다”라며 “G20회의를 주재하는 도시의 교육책임자로서 참 어울리지 않는 질문을 했다는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보수 언론에서 최근 날마다 보도하다시피 하는, 체벌 금지로 인한 현장의 혼란에 대해서는 “놔두면 논란만 늘 계속될 뿐 방법이 마땅치 않아 20년을 허송세월하면서 체벌금지문화를 만들어오지 못한 거”라며 “선후를 따져야 할 때도 있고, 먼저 제시하고 가야 될 때도 있는데 체벌은 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신 문제 학생을 돌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핀란드나 스웨덴을 가서도 가장 눈여겨 본 것이 어떤 인프라를 갖추고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역시 학교마다 전문심리상담교사, 전문심리상담인력, 진로상담교사, 사회복지사, 보건교사 등 위기 학생, 문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그와 같은 시스템이 다소 미흡한 상태에서 체벌 금지를 한 게 섣부른 거 아니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래서 이것을 빨리 구축을 해야 한다.”

체벌을 안 하기 위해 “쓸데없는 규제를 줄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북유럽 학교들은 우선 규제가 별로 없고 두발 복장이 완전히 자유롭다. 수업분위기도 활력이 있고 아이들 표정이 굉장히 밝다. 아이들에게 자율과 책임을 주고 교사들의 전문성이 높아진 거다.”

핀란드 교육 개혁의 주체였던 에르끼 아호를 만났던 이야기도 꺼냈다.

“교육에 있어서 평등과 정의가 제일 중요하고, 교육을 통하지 않고는 사회속의 평등과 정의를 구현할 길이 없다는 게 그분의 교육철학이다. 이걸 기초로 해서 수준별 수업을 보면 겉으로는 아이들 학력차이에 따른 수준별 수업 같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사실은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차이에 따른 수준별 수업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단다. 그래서 본인이 1983년에 그것을 완전히 없앴다고 하더라.”

“교육에선 서두르지 않고 학생 각자의 개성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올바르다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다른 사람을 경쟁상대가 아니라 협력 상대로 여기는 수업, 그런 학교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곽 교육감. 그를 통해 서울의 교육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

11/3(수) 체벌금지 논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처벌금지 아닌 학생인권 존중"
날 짜 2010-11-03 오전 8:27:48

- 인프라 구축 후 체벌금지? 20년 허송세월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서울시 곽노현 교육감 전화로 연결해보겠습니다.

◇ 변상욱> 북유럽 출장 다녀오셨다고요, 어디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 곽노현> 스웨덴과 핀란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스톡홀름과 헬싱키, 여러 학교들을 방문했습니다.

◇ 변상욱> 방문하신 목적은요?

◆ 곽노현> 제가 보편적 복지와 공교육혁신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역시 복지와 교육에서 제일 앞선 나라들이 핀란드와 스웨덴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요즈음 핀란드는 교육개혁의 메카로 불립니다. 그래서 교육혁신의 순례길을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아시다시피 핀란드는 국제학업성취도 비교에서 1위하는 나라고요. 1970-80년대 교육개혁을 진행시켜서 그 결과로 현재 국가청렴도, 국가경쟁력, 양성평등, 친환경책임, 이런 국제비교에서 모조리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다녀왔죠.

◇ 변상욱> 북유럽 국가 가셨을 때, 현직 교육관계자들한테 체벌 얘기도 꺼내보셨습니까?

◆ 곽노현> 물론이죠, 네. (웃음)

◇ 변상욱> 뭐라고 합니까?

◆ 곽노현> 제가 한 50-60대 교장선생님들, 거기 교육행정 당국자들한테 질문을 했는데요. “본인 세대에서는 체벌을 당해본 적도 없고, 구경해 본 적이 없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다만 아버지 세대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들어는 봤다고. 그래서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갈 수가 없었는데요. 그리고나서 보니까 G20회의를 주재하는 도시의 교육책임자로서 참 어울리지 않는 질문을 했다, 그런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 변상욱> 그러나 당장 언론보도들을 보셨겠습니다만, 현장에서는 교실 공황상태, 교육붕괴, 이런 얘기들이 나온단 말이죠. 어떻게 보십니까?

◆ 곽노현> 체벌이 우리 교실문화, 학교문화의 뿌리 깊은 관행이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또 몇 달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 규정 변경절차를 거쳤지 않았습니까? 그런 생활규정 변경절차의 하나로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이 같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개최했고요. 그래서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저희가 처음에 우려했던 것보다는 잘 정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 어려움들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체벌금지라는 게 시대정신의 요구라는 점을 선생님들께서도 잘 이해하고 계시고, 불편하고 또 당장은 마땅한 수단이 없어 보이고 하더라도 매를 내려놓으셨어요. 그러면서 변화가 시작하고 있는 거거든요. 이 변화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인프라를 갖추는 일, 몹시 중요하고 그렇게 할 겁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변화는 손에 든 매를 내려놓은 데 있습니다. 이것은 결단이고요, 이 결단을 해 주신 학교현장의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 변상욱> 학생들이 제재가 없는 선생님들 시간에는 자버린다든가 조금만 터치 하려고 해도 교육감한테 전화 걸겠다, 이렇게 대든다거나 하는 이런 언론 보도들이 이념적인 공격이라고 보십니까?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돼서 운영하는 것에 대한?

◆ 곽노현> 아니, 저는 꼭 그렇게 보지 않고요. 기본적으로 그렇게 우리 교육의 실태의 한 단면이겠죠. 공교육 실태의 한 단면으로써 그렇게 버릇없고 개념 없는 아이들도 일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책임 때문에라도 더 고통스러워해야 됩니다. 이 교육계 모두가, 우리 교육과정 모두가 정말 가슴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할 때만이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아이들과 학부모가 고통스러운 것 이상으로 우리 선생님들께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체벌을 금지한 것이 처벌을 금지한 것이 아니고, 또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것이지, 교권을 무시하자는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교권의 본질은 권위에 있고, 권위라는 것은 누구든지 획득하는 것이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바탕에는 교사로서의 깊은 전문성과 도덕성이라 할까요,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것을 새로운 도전으로, 늦었지만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여기에 응전할 때, 여기에 응답할 때만이 새로운 교육의 지평이 열린다고 생각을 합니다.

◇ 변상욱> 혹시 학생들이 ‘교육감님, 바꿔주세요, 체벌 있어요’ 라거나 교사들 편에서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이런 전화가 교육청으로 온 게 있습니까?

◆ 곽노현> 아직은 그런 얘기 듣지 못했습니다.

◇ 변상욱> 지금 교사들에게 매를 내려놓으시고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셨지만, 현장의 개혁이 교사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서 시작인데, 좀 미흡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솔직히 어느 정도 생각하십니까?

◆ 곽노현> 선생님들께서 교육개혁의 주체시죠. 선생님들께서 개혁을 주도하실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학교현장에서 개혁이 체감되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현장과의 대화, 특히 선생님과의 대화, 또 교장선생님과의 대화를 부쩍 속도를 낼 생각입니다. 제가 핀란드에서 만났던 핀란드 ‘교육개혁의 아버지’라고 하는 ‘에르키 아오’ 라는 분이 계시는데요. 이 분도 현장과의 대화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라고 저한테 조언을 해 주셨어요.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저도 ‘현장형’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고, 인권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하면서 다진 그런 ‘현장형’의 모습이 있지만 이것을 더 넘어서 선생님들과의 정말 긴밀한 소통, 이해, 토론과정을 거쳐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 이상의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변상욱> 그런데 내놓으신 체벌에 대한 대안들에서 구속력이 좀 약하다, 프로그램 운용을 위한 인력이나 시설도 부족하고, 상세한 매뉴얼이 아직 숙지가 제대로 안 되고, 전문상담교사도 부족하다는 이런 저런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다 들으셨겠죠?

◆ 곽노현> 물론이죠, 제가 이런 핀란드나 스웨덴을 가서도 가장 눈여겨 본 것이 어떤 인프라를 갖추고 있느냐 하는 점이었는데요. 역시 학교마다 전문심리상담교사, 전문심리상담인력, 그리고 진로상담교사, 또 사회복지사, 또 보건교사, 이런 시스템들이 잘 갖춰져 있었어요. 그래서 그와 같은 시스템이 다소 미흡한 상태에서 좀 섣부른 거 아니냐는 말씀을 주시는 것들도 일리가 있고요. 그래서 이것을 빨리 구축을 해야겠는데요.

사실 모든 것을 선후를 따져야 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먼저 제시하고 가야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체벌은 어떻게 보면 후자라고 저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것을 그냥 놔두면서 준비하자고 해서 준비된 적이 없었고요. 또 그냥 놔두면 논란만 늘 계속될 뿐이지 참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20년을 허송세월하면서 체벌금지문화를 만들어오지 못한 거거든요.

그것이 우리의 학교에 대한 추억을 체벌에 대한 추억으로 점철시키고, 그 과정에서 그런 자기의 아주 분한 마음도 들고 말이죠. 또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도 떨어지고 그랬던 게 사실이기 때문에, 저는 지금 현재 학교현장에서 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교 선생님들께서 잘 취지를 이해하시고, 또 역시 교육자로서 그렇게 행동하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변상욱> 알겠습니다. 일단 현장을 돌면서 계속 교사들을 만나고 몸으로 어떻게든 설득을 시키시겠다고 하니까 반갑고요. 교총이나 교과부도 좀 자주 만나서 설득을 하시고 설명을 좀 하셔야 될 것 같고. 무엇보다도 아직은 교사 1인당 학생 수나 교실 하나당 학생수가 OECD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좀 많은 것 같습니다. 인프라도 개선을 많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애 많이 쓰시겠군요. 오늘 고맙습니다.


BBS 전경윤의 아침저널

11월 3일(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등록일 : 2010-11-03

전경윤 :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수월식 교육을 비판해왔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강조한 교육으로 세계 일류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한 북유럽의 주요 국가들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전화로 연결하겠습니다. 학생 체벌 전면금지 시행에 대해서도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님 안녕하십니까?

곽노현 : 네 안녕하십니까.

전경윤 : 교육감께서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핀란드, 스웨덴 등을 방문하고 오셨는데 귀국 후 오늘 첫 라디오 인터뷰이신데요. 이번 북유럽 출장, 느낀 점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떠셨습니까?

곽노현 : 경쟁주의 교육, 이것이 최선이 아니다.. 특히 교육에선 서두르지 않고 학생 각자의 개성이 나타날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올바르다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21세기 창의 인재 양성, 모두가 원하는 건데 이걸 위해선 경쟁주의를 극복하고 협력적으로 빨리 빨리를 넘어서서 서두르지 않고 가야한다..

전경윤 : 가보시니까 우리나라 교육이 경쟁이 너무 지나치고 빨리빨리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걸 느끼신 모양이군요.

곽노현 : 네

전경윤 : 그래서 이번에 핀란드에서 교육혁신을 이끈 사람으로 에르끼 아호란 분하고 대담한걸로 알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곽노현 : 이 에르끼 아호라는 분이 핀란드 국가 교육 청장을 1971년부터 90년까지 20년 동안 지내면서 핀란드 교육 혁명을 완수한 분입니다. 시작하고 완수한 분인데요. 이분의 교육철학은 딱 이런 것입니다. 교육은 평등과 정의, 교육에 있어서 평등과 정의가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교육을 통하지 않고는 사회속의 평등과 정의를 구현할 길이 없다 이게 기본 철학인데요. 이걸 기초로 해서 수준별 수업 이런 것도 겉으로 보면 아이들 학력차이에 따른 수준별 수업같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사실은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차이에 따른 수준별 수업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자기가 1983년에 그것을 완전히 없앴다 이런 얘길 비롯해서 굉장히 재밌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전경윤 : 핀란드가 우리나라와 같이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자원이 부족해서 결국은 인적자원 키우는 일에 집중을 한 건 우리와 비슷한 점인데 세계에서 가장 소득이 많은 나라, 핀란드를 가능하게 한 핀란드의 핵심 내용은 뭐라고 보십니까?

곽노현 : 저는 각자를 상향평준화시킨데 있다고 봅니다. 학생 각 개인, 시민의 역량이 상향평준화 되있는건데요. 교육이란 게 결코 남과 비교해서 대부분은 주눅 들게 하고 상처받게 하고 하는 게 아니고 각자가 갖고 태어난 소질과 능력, 그런 것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평등화 정의로운 성장 기회를 다 제공하고 그런 가운데서 민주시민으로 필요한 모든 협동심, 존중심, 감수성 이런 것들을 키워주는 게 아니겠어요? 적어도 핀란드 교육이 바로 지금 말씀드린 내용에서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핀란드가 성공한 나라,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복지와 사회적 책임에서 성공한 나라다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경윤 : 모든 아이의 재능을 잘 살릴 수 있게 하는 그런 교육, 이게 어떻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곽노현 : 일단 선생님들의 전문성, 열정 두 가지를 최대한 키워야 되는 것이고요. 그 핀란드 교사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연구자로 여기고 있었어요. 그래서 교사가 국제 학회에 참가해서 발표하고 이런 활동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거든요. 핀란드가. 그리고 인제 학교의 자율권, 학교는 민주주의적으로 조직되있죠. 그래서 학부모들의 참여, 학생들의 참여, 교사들의 참여가 완전히 제도화 되있고 그런 바탕 아래서 학교의 자율권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그 학교가 자율적으로 지역 협동과 학생들의 특징에 맞는, 또 학부모의 요구가 시대의 필요에 맞는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전경윤 : 우리같은 경우 실용교육이라 해갖고 경쟁을 통해서 학력을 신장시킨다, 이게 교육 당국의 정책의 핵심인데 핀란드는 오히려 경쟁을 줄이고 협동을 우선하고 협력이 오히려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강조한다는 말씀이시죠?

곽노현 : 네

전경윤 : 그래서 우열반도 폐지하고 성적표도 없다 이런 얘기군요.

곽노현 :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열반은 1983년에 완전히 사라졌는데요. 경쟁이란 건 남하고 경쟁하는 걸 생각하거든요? 남하고 경쟁하다보면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고 다양한 사고를 갖게 되기가 어렵습니다. 경쟁이란 게 어떤 척도가 있기 때문에 척도에 따라 움직여야 되거든요. 그런데 오늘날의 지식기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창의적, 그리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창의성과 비판성이란 건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러니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비교와 경쟁을 의무교육 단계에선 적어도 하지 않는 게 필요하고요. 그리고 인제 우리가 남을 가르쳐보면 자기가 철저하게 알면 알수록 남을 잘 가르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협력 학습이라는 건 아이들이 팀을 이뤄서 토론도 하고 하는 건데 이것은 어떻게 보면 혼자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회성도 기르고 협동성도 기르고 무엇보다도 보다 철저하게 알게 해주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협력성과 창의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경쟁상대가 아니라 협력 상대로 여기는 그러한 수업, 그러한 학교가 꼭 필요하단 거죠.

전경윤 : 핀란드는 학생들이 즐기면서 교육을 받는 그런 분위기다 이런 말씀을 하신걸로 알고 있는데요. 우리 학생들은 교육행복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죠?

곽노현 : 그렇죠. 이른바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사실 밖에 나가선 얘기하기가 참 어렵죠. 거기다가 핀란드가 국제학업성취도 1등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2등 했어요. 놀라운 성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업 흥미도는 우리가 꼴찌했어요. 그리고 공부시간이 우리가 최장입니다. 핀란드 경우 학업 흥미도 1등, 공부 시간 제일 짧고 반면에 학업성취도 제일 높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가야 되겠죠. 학업성취도는 계속 유지하면서도 잠자는 학교를 깨우고 가고싶은 학교를 만들고 아이들이 주름살 없이 하고싶은 일을 찾아서 찾아낼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학교와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경윤 : 스웨덴도 가보셨는데 스웨덴 교육엔 사실 시장주의적인 요소도 있다는 것 아닙니까? 학교의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자율학교도 있고 말이죠. 그런건 또 어떻게 보면 곽 교육감이 생각하는 그런 정책 기조와 다른 것 아닙니까?

곽노현 : 스웨덴은 1990년 초반부터 우파정권이 들어서면서 그쪽 우파적 교육개혁을 감행한 겁니다. 그 핵심은 고등학교, 학교 다양화예요. 그래서 공공의 예산으로 100% 지원받지만 사립, 사적 기관들이 운영하는 그런 학교들을 열어놨어요. 그런데 그 나라에서도 스웨덴에서도 경쟁이란 말은 교육당국자 누구도 교육 행정관이든 교장 선생님이든 선생님들이건 누구도 입에 올리는 걸 못 봤습니다. 그만큼 기본적으로 교육은 비교나 경쟁이 아니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북돋아 주는데 있다 그런 기본 철학엔 충실하고 있었습니다.

전경윤 : 지난 1일부터 서울시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되면서 학교에선 크고 작은 혼란이 있다 그런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번에 핀란드라던지 스웨덴 이쪽에서 체벌관련된 현황, 규정 같은걸 파악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곽노현 : 아휴 뭐 두 나라에 다 물어봤는데요. 이런 답변이었어요. 50,60대 교장선생님들이 ‘나는 체벌을 당해본 적도 없고 주변에서 구경해본 적도 없다. 우리 아버지때에는 한 두회 맞았다는 사람이 있단 얘길 들었다. 이러니 제가 꼬치꼬치 캐물수가 없는거죠. 완전히 과거의 유물, 50,60대 우리는 체벌의 추억이 학교 추억의 반이라면 그 사람들은 체벌의 추억을 전혀 갖고있지 않았습니다. 이미 체벌은 사라진 거죠. 1950,60년대가 되면..

전경윤 : 그렇다면 그러한 것이 없는 대신에 대체할 만한 교육방법이라든지 그런 게 있습니까?

곽노현 : 예, 우선 규제가 별로 없어요. 두발 복장 완전히 자유롭습니다. 수업분위기도 활력이 있고 아이들 표정이 굉장히 밝아요. 아이들에게 자율과 책임을 준거고 교사들의 전문성이 높아진 거고 무엇보다도 심리 상담교사, 직업진로 상담교사, 특수교육 교사, 학교 사회복지사 등 이런 학생지도를 함께할 수 있는 위기 학생, 문제 학생 그런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되있었습니다. 그래서 체벌을 체벌이 없는 학교, 보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따뜻하게 존중해주는 학교, 그러면서도 비율이 서있는 학교 되려면 일단 쓸데없는 규제를 안해야 되고 두 번째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죠.

전경윤 : 어쨌든 우리는 그러한 문화에 아직 익숙지 않기 때문에 체벌 금지 이후에 아직도 혼선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도 그럼 그런 걸 시간을 두면서 극복해나가야 되겠다 이런 말씀이시죠?

곽노현 : 물론입니다.

전경윤 : 이번에 북유럽을 보시면서 우리 교육사회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 이것도 고민거리인데 사실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이걸 도입을 어떻게 하는가가 참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곽노현 :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대안학교라던가 경기도 혁신학교라던가 성공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경기도 혁신학교라던가 전국 각 실험적 학교에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몰리고 있어요. 그런거 보면 그런 교육에 대한 잠재수요랄까요? 몹시 크다는 걸 알 수 있고요. 다행히 학급 당 학생수가 최근 출산률이 저하되면서 아주 바닥을 치면서 상당히 빨리 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출산률 감소에 따라서 아이들 수는 줄어드는데 학급수를 줄이지 말고 그대로 학급당 인원을 줄이는 정책으로 가야 되고요. 그 다음에 교육 예산 배분방식을 좀 개선해서 학교 운영비를 대폭 늘여주고 반대로 사업예산, 특별 교부금 예산이라고 해서 조금 조금씩 주는 게 있는데 실험학교, 영구학교, 중점학교, 거점학교 이런 것 있어요. 이런 것 대폭 줄이고 넉넉한 학교운영비를 갖고 학교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사용방식을 정하는 그런 방식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전경윤 : 어쨌든 이번 출장의 성과물들을 서울시 교육정책에 잘 반영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곽노현 : 예 감사합니다.

전경윤 : 지금까지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교육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