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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2명꼴 ‘자살 공화국’…OECD 국가 평균의 3배

하루 42명꼴 ‘자살 공화국’…OECD 국가 평균의 3배

 
ㆍ유명인 자살 모방·경쟁 위주 사회문화 탓… “낙오자 의지할 곳 부족”

지난 7일 남편과 동반 자살한 ‘행복 전도사’ 최윤희씨가 10일 한 줌의 재로 변해 이승과 이별을 고했다.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지만, 사실 한국에서 자살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5413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42명꼴이다. 지난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2명)의 3배에 육박했다.

자살이 만연한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병리적 현상’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 위주의 사회문화가 취약계층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원인별 자살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육체적 질병문제’를 이유로 자살한 사람은 3230명으로 전체의 21.9%를 차지했다. 이는 노인 자살률이 특별히 높은 현상(60세 이상 자살률 86.2명)을 그대로 반영한다. ‘빈곤’을 이유로 자살한 사람도 2008년 480명이었으나 지난해 2363명으로 급증했다. 점점 설 곳을 잃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쟁에서 낙오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그들이 의지할 곳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결국 자살만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도 자살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하규섭 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탤런트 최진실씨가 숨진 달에는 자살자가 전달에 비해 66%나 늘어나는 등 자살은 전염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한 체계적 노력이 부족한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하규섭 회장은 “OECD 국가 중 자살예방 관련법이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교통사고 사망률이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급감한 것을 참고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